2024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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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의안집 이해하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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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노드 여정 1단계의 핵심: 시노드 주인공은 성령, 시노드는 환대의 장, 시노달리타스 개념의 구체적 실현

시노드 의안집 섹션 A(17~42항)는 시노드 여정 1단계의 열매를 요약하면서(A.1) 이 과정이 ‘성령 안에서 대화’였다고 규정한다.(A.2) 의안집이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1단계에서 ‘시노드의 주인공이 성령이시다’라는, 즉 교회의 여정에서 성령께서 현존하시면서 활동하신다는 표징을 체험했다는 것, 그리고 이 체험이 교회에 ‘희망의 지평’을 열어주었다는 것이다.

의안집은 시노드 1단계 여정의 의미를 크게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이 여정이 교회 안에서 환대와 식별의 장을 부여받지 못했던 이들을 위한, 그리고 교회가 마주한 문제들을 복음적 방식으로 대면하는 것을 가능케 한 장이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추상적이고 이론적 용어인 시노달리타스가 지역교회 안에서 실제적 경험을 통해 구체화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한국교회 안에서도 생소했던 시노달리타스라는 말은 시노드 여정에서 경청과 참여, 식별을 체험하면서 그 의미를 얻어 나갔다.


■ A.1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의 특징

시노드 여정 1단계에서 나타난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의 특징은, 세례성사에 기초한 구성원의 동등한 품위(20항), 교회의 구조들과 제도들, 과정들이 시노달리타스에 더욱 부합해지는 것(21항), 경청(22~23항), 만남과 대화를 통한 포용(24~26항), 사랑 안에 진리를 살기(27항), 긴장들, 그리고 교회가 성령의 현존에 개방되게 하는 교회 자신의 불완전함 인정(28~29·31항), 전례(30항) 등이다.

첫 번째, 시노달리타스 실현의 기초는 세례성사로 인한 교회 모든 구성원의 동등한 품위이다. 성직자이든 평신도이든, 세례받은 모든 이는 하느님의 자녀이고, 동일한 사명에 참여하며, 같은 신앙과 희망과 사랑을 가졌다. 이들은 저마다 제 몫을 하며, 서로 ‘잘 결합되고 연결된’(에페 4,16) 하나의 몸을 이룬다. 이것은 서로를 형제요, 능동적 주체로 인정하게 하는 기초이며, 친교를 가능하게 한다.(20항)

두 번째, 대륙단계별 작업 문서에서도 강조되었듯이, 교회의 구조들, 제도들, 과정들이 보다 시노달리타스의 형태를 갖추어야 하는데, 왜냐하면 이렇게 할 때 시노달리타스 실현이 촉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경청의 체험은 시노드 여정 1단계 동안 전 세계 하느님 백성이 체험한 것들 가운데 사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었다. 경청할 대상은 하느님의 말씀, 사건들, 사람들의 소리이며, 교회적 공동체들 간의 상호 경청도 요청된다. 그런데 이 모든 경청의 궁극적 대상은 성령이다. 경청은 교회 내 모든 구성원 간의 관계뿐 아니라 타종교, 그리고 현대 사회와 맺는 관계를 특징짓는 것이어야 한다.(22항)

의안집은 경청하는 교회가 겸손하고, 용서를 청할 줄 알고, 자신이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23항) 의안집은 다양한 남용들(성적, 경제적, 정치적 등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교회 구성원이 고압적이고 무엇이든 알고 있는 듯 자처하며,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경청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가짐이 있을 때,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의 네 번째 특징인 만남과 대화를 통한 포용이 가능하다. 다양성의 포용은 지역교회들의 다양성을 보편적 일치의 장애가 아닌 풍요로움의 원천으로 여김으로써 ‘나’에서 ‘우리’로 나아가는 과정을 촉진한다. 다양성에 대한 환대와 포용은 다른 종교, 문화, 전통들로 확장된다.(25~26항) 의안집은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란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고, 모두를 환대하고 포용하는 교회”임을 강조한다. 환대는 섹션 A에서 키워드이다.

그러나 환대와 포용이 교회 정체성의 상실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의안집은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의 다섯 번째 특징으로 ‘사랑 안에서 진리를 사는 교회’(에페 4,15~16 참조)를 들고 있다. 그리스도교적인 진정한 포용이란 그리스도의 신비 안에서 가능하며 그분이 보여주셨던 사랑과 진리가 결합된 방식을 따르는 것이어야 한다.(27항)

여섯 번째, 사랑 안에서 진리를 살려고 할 때 긴장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의안집은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는 이런 긴장에 짓눌리지 않으면서도 그 긴장을 친교, 사명, 참여를 살아내는 자극으로 삼는다고 말한다. 교회는 진정한 경청을 수행하는 동시에 분열이나 양극화를 넘어 살아갈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긴장들 속에서 교회는 자신의 불완전함과 불안함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데, 교회가 이것을 정직하게 인정할 때 하느님이 보여주실 길에 열려 있을 수 있다.(29항) 교회는 모든 문제에 답을 갖고 있지 않음을 인정해야 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불안함과 불완전함의 인정은 성령의 활동을 위한 공간이 될 것이고, 성령께서는 당신 현존을 알아보도록(식별하도록) 우리를 초대한다.(31항)

마지막으로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는 전례, 특히 성체성사로부터 힘을 받는다.


■ A.2 성령 안에서 대화: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가 행하는 식별의 역동

모든 대륙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가 얼마나 풍요로웠는지 말한다. 대화란 단순히 생각의 교환이 아니라, 발화되고 경청된 말들이 참여자들 사이의 친밀함을 낳는 역동성을 가리킨다. 또한 ‘성령 안에서’라는 말은 성령이 이 여정의 참된 주인공임을 뜻한다. 대화하는 이들은 궁극적으로 성령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려 하면서, 기도 안에서 성령의 자유로운 행동에 자신을 개방한다. 이 과정을 통하여 대화하는 이들은 점차 동의, 곧 성령의 소리에 동의할 공간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성령 안에서 대화’는 식별의 과정이다. 이것은 ‘나’의 차원이 무시되지 않으면서도 ‘나’에서 ‘우리’로 가는 과정이다. 의안집은 이 과정을 3단계로 구분하는데, 그를 위해 먼저 각자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하여 기도 안에서 주님과 대화하고 성령의 소리를 들으면서 식별할 주제에 대해 자신이 어떻게 이바지할지 준비한다. 이제 1단계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다른 이의 말을 경청한다. 2단계는 타자를 위한, 그리고 하느님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인데, 경청한 것에서 출발해서 각자 자신 안에 큰 반향을 일으킨, 혹은 내면에 일으켜진 어떤 것을 성령의 안내를 따르면서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교도권과 신학이 동반된다면 참여자들은 성령의 말씀에 더 잘 귀 기울일 수 있고, 공동의 사명에 대한 감각도 더 발달할 수 있다. 3단계는 성령의 인도를 받으며 공통의 식별을 하면서 동의에 도달한다. 일련의 이 과정은 감사기도로 마무리된다. 모든 단계는 기도 안에서 이루어지며 특히 각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하느님 말씀을 듣고 침묵 중에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의안집은 이 단계들을 너무 경직되게 따를 필요는 없고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말씀, 또는 경청, 혹은 성령의 움직임에 대한 공동식별을 우선할 수도 있다.

한편 의안집은 ‘성령 안에서의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양성이 교회적 삶의 모든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등 모든 양성 과정에서 이 대화 방법을 익혀야 교회의 삶에서 이 대화가 실현될 수 있다.



최현순 데레사 교수(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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