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이 들어왔다. 그것도 핵미사일을 쏠 수 있는 잠수함 말이다. 지난 4월 26일 한미 정상은 북핵 위기 해법을 논의하며 ‘워싱턴 선언’을 내놓았고, 여기에는 북의 핵 위협을 억지하기 위해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더 자주 전개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런 논의의 연장선에서 지난 7월 18일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인 켄터키함이 부산에 들어왔다.
우리 대통령 내외는 부산항을 방문해 잠수함 앞에서 연설도 하고 내부도 둘러보았다. 미 해군이 외국 정상에게 켄터키함 내부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홍보도 강조되었다. 북한이 우리를 향해 핵을 사용할지도 모른다며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미국이 핵잠수함을 보내주고, 보여줬으니 이제 안심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하지만 바로 다음날 북한은 회피 기능을 탑재해 요격이 어렵다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탄도미사일 두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사거리는 550㎞였고, 방향을 남쪽으로 틀었으면 정확히 부산에 닿을 거리였다.
잠수함이 또 들어왔다. 이번에는 핵추진 잠수함이었다. 일반적인 잠수함은 디젤 연료를 사용한 전기로 추진되는데 여기서 산소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핵추진 잠수함은 핵 원료를 통해 구동되기에 산소 필요없이 동력을 생산할 수 있다. 그만큼 디젤 잠수함과 달리 물 위로 나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발생 소음도 작아 적에게 들킬 염려 없이 오랫동안 물속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사실 잠수함은 은밀히 공격하는 것이 가장 강점인 무기고 그런 이유로 잠수함이 어디 있는지 알려지는 것은 군사 작전에 유리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함은 7월 24일 제주항에 들어왔음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이번에도 북한은 바로 다음날 자정 무렵 탄도 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최근 일어난 두 사건을 전하는 우리 언론의 거의 모든 제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북한의 ‘도발’과 ‘미사일 발사’를 부각시켰다. 한반도에 핵미사일 잠수함과 핵추진 잠수함이 들어온 것도 무력시위고, 북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무력시위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자극적인 행동을 이어가며 평화를 위협하는데, 언론 보도는 북의 도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사실 한반도에 서로가 전개하는 무력들이 사용된다면, 그것은 한반도의 종말을 의미한다. 미국의 전략자산도 북의 핵미사일도 실제 사용될 상황까지 전개된다면 교전의 승패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서 어느 한쪽도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을 자제하며 갈등을 낮추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평화를 만드는 해법은 다양할 수 있다. 갈등이 지속되고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만일을 대비하며 상대를 강하게 누를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아주 무의미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방법만이 유일한 것이 아니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갈등을 관리하고 조정하려는 노력 역시 평화를 만드는 중요한 방법이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유명한 표현처럼, 한반도의 안보 역시, 남과 북의 안보 역시 하나의 해법만으로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한반도에 잠수함이 들어오는 것을 자신의 미사일 발사 명분으로 삼고 있기에 잠수함은 북의 도발에 빌미를 제공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잠수함이 들어왔지만, 국민들은 더 불안해하고 있기도 하다. 잠수함과 미사일, 남북의 도발은 해법이 될 수 없고, 서로를 억지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젠 무기가 아닌 대화가 필요한 때이다.
정수용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