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교구 순례단으로 참가한 신학생들이 파울로·알다씨 부부 가정에서 홈스테이하면서 자신들을 반겨준 부부 가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베임 빈도(Bem
-vindo, 환영해요)!”
7월 29일 자정이 넘은 시각, 포르투갈 포르투시 인근의 ‘큰 바위 마을’이라는 이름의 ‘페나마이오르’에도 짙은 고요가 찾아왔다. 자욱이 내려앉은 안개 사이로 큼직한 화강암으로 지어진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다. 이 중 한 집의 대문을 열자, 프란치스카(20)씨와 그의 엄마 클라라(62)씨가 두 팔 벌려 취재진을 맞았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훌쩍 넘었지만, 손님을 기다리기 위해 환히 밝힌 불빛과 같이 뜨거운 포옹으로 환영의 인사를 건네는 이들이다.
가톨릭 신앙인은 모두 한 가족
본지는 순례자를 반기는 현지인들을 통해 진정한 환대의 의미를 따라가 봤다. 포르투대교구의 페나마이오르에서 두 아들과 지내는 파울로(51)·알다(45)부부는 의정부교구 순례팀으로 참가한 한국인 신학생 4명에게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내어주었다. 이들은 1826년에 지어진 자신들의 집을 구경시켜주며, 허기진 순례자들에게 따뜻한 저녁 식사를 제공했다.
이날 메뉴는 포르투갈 전통 음식인 카비젤라. 닭과 그 피, 찹쌀을 넣어 만든 흡사 우리나라의 닭죽과도 같은 식사가 순례자들 앞에 나왔다. 음식을 맛본 신학생들은 익숙한 맛에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척 세워보였다. 이를 본 알다의 얼굴에도 화색이 돋았다. 배를 채우고 나서 파울로씨 부부는 달걀 12개로 만들었다는 전통 케이크와 지역 와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신학생들은 이에 질세라 한국에서 가져온 매운 양념과 전통 소주를 선물로 건넸다. 홈스테이로 머무는 순례자들과 그들을 기꺼이 초대한 현지인들이 각자 문화와 따스한 마음을 나누는 순간이다.
홈스테이에 참여한 순례자들은 집주인을 ‘엄마’ 또는 ‘아빠’라고 불렀다. 집주인들 또한 순례자들을 ‘가족’이라며 포용했다. 순례자가 자신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 누가 찾아오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파울로씨는 “우리가 순례자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한 것은 그저 대문을 연 것밖에 없다”면서도 “누가 오든 자연스럽게 환영할 수 있다”고 했다.
의정부교구 청년 순례자들이 교구대회 기간 중 거리에서 많은 다른 나라 청년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환대란 준비되지 않은 채 손님을 맞게 되더라도 가능한 선에서 최선을 다해 맞이하는 자연스러움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손님들이 마치 자신의 집처럼 여기도록 가족 모두가 ‘함께’ 맞이하는 것이 환대라고 생각한다”며 “이웃을 사랑하는 가톨릭 신앙인에게 환대는 너무나 당연하고 어렵지 않은 일이며, 특히 국민의 80 이상이 신자인 포르투갈에서는 이러한 문화가 가톨릭 DNA처럼 몸속에 흐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취재진을 맞은 클라라·프란치스카 모녀도 “전 세계에서 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니 무척 기쁘고 반가워서 이 순간이 선물같이 느껴진다”며 “그래서 잘 환영하려고 전통음식을 만드는 등 준비하면서도 내내 신이 났었다”고 환대의 비결을 밝혔다. 특히 클라라씨는 “젊은이들은 저도 젊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며 “60대인 지금에서야 WYD에 봉사자로 처음 참가했는데, 마치 젊은이가 된 듯 즐겁다”고 했다.
젊은이들 또한 조건 없는 친절에 감사해 하며, 마음으로 느낀 환대의 의미를 전했다. 김현석(미카엘) 신학생은 “어제(28일) 이곳에 도착했을 때 예상보다 3시간이나 늦어진 데다 밤도 깊어 기대하지 못했는데, 꽃과 소금 등으로 태극기 형상을 바닥에 만들어 아름다운 불빛으로 우리를 맞이해주셨을 때 너무 놀랐다”며 “마음과 마음이 전해지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환대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성진(아우구스티노) 신학생도 “처음에 어떤 현지 주민이 대뜸 ‘너희 엄마 이름이 뭐냐’고 물어서 당황했던 재밌는 순간도 있다”며 “알고 보니 어느 집에서 묵는 건지를 물어봤던 거였는데, 처음 보는 우리를 가족과 같이 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포르투대교구의 페나마이오르의 신자들이 의정부교구 순례단으로 참가한 한국 청년들을 안아주며 환대하고 있다.
순례자끼리도 나누는 환대
교구대회 기간(7월 26~31일) 특별한 생일을 맞이한 이도 있다. 같은 날 포르투 시내를 순례하는 내내 마주치는 거의 모든 순례자에게 생일 축하 인사와 노래를 선물로 받은 임성현(라파엘, 22, 의정부 별내본당)씨가 그 주인공. 임씨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한테 생일 축하를 받은 적은 처음”이라며 “세계적인 가톨릭 축제 기간에 생일을 맞게 돼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임씨가 속한 의정부교구 순례팀 앤써니 조에는 7명의 젊은이가 함께했다. 이들은 마주치는 세계 젊은이들과 거리에서 기념 팔찌를 교환하기도 하고, 서로의 국기에 이름을 써주며 친교를 나눴다.
오다연(비비안나, 17, 별내본당)양은 “한국에서는 평소 만나기 어려운 프랑스 사람들을 시내에서 만나 ‘이강인 선수를 아느냐’고 질문하자, ‘너무 잘 알고 있고, 파리 축구팀에 합류하게 돼 너무 좋다’고 해서 신앙 안에서 다양한 대화를 나눠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윤선(마티나, 30, 풍동본당)씨는 “시내를 순례하다 들어가 참여한 포르투 대성당에서의 미사에서 대회 주제곡인 ‘아 프레사 누 아’(서둘러 가자)를 한국어 가사로 불러줘 무척 기뻤다”며 “성당에 있던 세계 젊은이들과 우리말로 노래를 감상하며 마음이 뭉클해졌고, 하느님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엘리사벳의 마음으로
‘마리아는 일어나 서둘러 길을 떠났다’(루카 1,39)를 주제로 열린 제37차 리스본 세계청년대회(WYD)에서 대회 운영을 주관하는 조직위원회와 포르투갈 현지인들은 찾아온 마리아를 큰 소리로 환영했던 엘리사벳이 되어 WYD를 위해 서둘러 당도한 젊은이들을 환대했다.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모든 이를 위한 환대를 지향한다는 마음에서다.
대회 조직위는 이를 위해 약 50명의 장애인 봉사자와 함께 1500명 이상의 장애인 순례자를 받아들였다. 조직위 소통협력팀 카르모 디니즈 팀장은 “주요 행사, 젊은이 축제, 접수처 등 WYD 관련 장소의 95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했다”며 “이에 대한 정보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취재진이 현장을 돌아보았을 때, 2만 명가량의 순례자가 몰린 교구대회 국제청년행사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특별히 마련된 공간에서 행사에 참여하는 장애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비장애인 순례자들과 가까이에 있지만, 제대를 더욱 잘 볼 수 있도록 배려된 장소에서 안전하게 순례자로서 축제를 즐겼다.
포르투갈(포르투)=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