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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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청년들 “우리는 교황님의 젊은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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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모인 청년들이 환호하며 일치와 친교의 기쁨을 드러내고 있다.

“에스타 에스! 라 주벤투 델 파파!”(포르투갈어로 ‘우리는 교황님의 젊은이들입니다!’)

포르투갈 리스본 전역이 신앙 열기로 가득 채워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대에 응답해 제37차 2023 리스본 세계청년대회를 찾은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이 만남과 친교 안에서 내뿜는 기쁨에 의해서다. 신앙에 흠뻑 젖은 젊은이들은 거리 곳곳에서 리스본 WYD의 공식 구호인 “우리는 교황님의 젊은이들입니다”를 외치며 보편 교회, 그리고 교황과 일치하는 하느님 백성이 될 것을 선언했다.

100만 명에 이르는 청년들은 포르투갈 국기 색깔인 빨강, 초록, 노랑 옷을 입고 리스본 시내를 누볐다. 개막일인 8월 1일 낮, 15세기 포르투갈 탐험가들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만큼 화려함을 자랑하는 제로니모수도원이 있는 벨렝지구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청년들로 낮부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은 미리 준비해온 팔찌와 배지 등 기념품을 서로 나누며 친교를 다졌다.

엘살바도르에서 온 로시오(22)씨는 “여기 있는 내내 신나고 기분이 좋다”며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교감하고 즐길 수 있을 것만 같다”고 기대했다.


용서와 화해

벨렝탑 정원에 펼쳐진 ‘기쁨의 도시’에는 150개의 고해소가 장관을 이뤘다. 포르투갈 내 교정시설 수감자들이 고해소를 직접 제작해 의미를 더한 곳이다. 고해소가 설치된 화해의 공원은 순례자ㆍ봉사자ㆍ리스본WYD조직위원회 관계자 구분 없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자 하는 이들로 넘쳐났다. 한국인 순례자 1000여 명 가운데 사제와 청년들도 지나던 길을 멈추고 고해소에 들어섰다.

고해소에서 나오던 WYD 한국인 자원봉사자 임나경(체칠리아, 23, 원주교구 원동주교좌본당)씨는 “고해성사에 임한 뒤 맑은 마음으로 본대회에 참여할 수 있어 기쁘다”며 “죄를 저지르고 뉘우치는 수감자들이 만들었다고 하니, 고해성사 중에 더 진실되게 고백하려는 마음이 들었고, 그래서인지 고해하는 동안 자꾸 눈물이 났다”고 했다.

고해 사제로 함께한 의정부교구 동두천본당 주임 이종원 신부는 “이번이 세 번째 WYD 참가인데, 어느 때보다 규모가 큰 고해소 부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코로나19라는 긴 시련을 지나면서 청년들이 그간 미처 고백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곳에서 다 털어낼 수 있게 마련해준 것 같아 고맙게 느껴졌다”고 했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는 이러한 화해의 의미를 담아 리스본 각지에서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을 전개했다. 한국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향해 나아가자는 목소리를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모아나가기 위해서다. 이날부터 사흘 동안 모인 서명만 약 1200건. 국적도 인종도 모두 다르지만 ‘젊음’을 매개로 모인 청년들은 한마음 한뜻이 되어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했다.
 
청년들이 너도나도 사진을 찍으며 대회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청년들과 수도자가 함성을 지르며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교황을 기다리는 젊은이들

교황의 환영 행사가 열린 3일, 젊은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기 위해 행사가 열리기 수 시간 전부터 에두아르도 7세 공원에 도착해 있었다. 낮 기온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도 청년들은 그늘 한 점 없는 공원에서 교황을 기다렸다. 김동은(콘스탄티노, 27, 인천교구 청수본당)씨는 “교황님을 꼭 가까이에서 뵙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왔다”며 “교황님과 악수하며 친교도 나누고 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마침내 교황이 모습을 드러내자 젊은이들은 저마다 멀리서도 달려오기도 했다. 청년들은 교황의 표정과 손짓에 따라 환호했고, 그런 작은 메시지에서도 힘을 느꼈다. 젊은이들이 왜 이 먼 곳 포르투갈까지 찾아 WYD를 참여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교황 또한 청년들의 환호에 화답하듯 “사랑하는 청년 여러분, 우리는 우연히 여기에 모인 것이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는 자녀로 보시며, 안아주시고, 용기를 주시기 위해 매일 이름을 부르셨다”고 청년들에게 인사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젊은이들은 그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한참이나 행사장에 남아 교황을 향한 공식 구호를 연호했다.


우리는 모두 젊은이!

교회는 WYD에 참여한 젊은이들을 ‘순례자’라 부른다. 전 세계 지역 교회에서 복음의 삶을 사는 젊은이들이 교황의 부름을 받아 떠나온 순례 여정이기 때문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6년 WYD를 처음 제정하면서, 청년들에게 삶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기를 권고했다. 이에 응답해 파견된 젊은이들은 3~4년마다 개최지에 모여, 교회의 젊음을 확인하고 그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이 시대의 새로운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며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그렇다면 ‘젊음’은 대체 무엇일까? 왜 젊은이들은 이곳에서 하나 되어 신앙을 부르짖을까? 취재진은 젊은이들의 순례길을 동행하는 내내 이 같은 궁금증을 안고 젊은이들을 지켜봤다. WYD에 참여한 이들은 각각 자신이 생각하는 젊음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전유나(베네딕타, 18, 충북 양업고)양은 “이렇게 참여하는 모든 순간이 젊음이라고 생각한다”며 “다 함께 웃으면서 손잡고 성가를 부르는 모습이나 서로를 안아주며 즐기는 것이 젊음의 표현이자, 신앙 표현이라 여긴다”고 말했다. 박주화(가타리나, 17, 충북 양업고)양은 “젊음은 용기이며, 나이가 들어도 용기가 있다면 그것은 다 젊음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마르코(37, 멕시코)씨는 “우리를 만나게 하는 것이 곧 젊음이며, 젊은이는 자신의 경험과 하느님 체험을 나누며 모두에게 용기를 주는 이들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로베르도 몬테이로(24, 스페인)씨도 “포르투갈과 같은 아름다운 나라에서 교황님을 만나고 공동체를 이루는 것은 전 세계를 위한 소중한 순간”이라며 “이것이야말로 젊은이들이 낼 수 있는 신앙 에너지”라고 전했다. 김선주(베네딕타, 22, 인천교구 답동주교좌본당)씨도 “나이와 상관없이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젊다는 의미를 지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장 김종강(청주교구장) 주교는 “젊음은 생기이고, 활력이며, 하느님 안에 있다는 증표라고 생각한다”며 “늙고 싶지 않다는 게 아니라, 성령께서 주시는 활력을 느끼며 살아있음을 깨달을 때, 그 사람은 젊은 사람이다”라고 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제37차 ‘세계 젊은이의 날’ 담화에서 “마리아는 젊은이들의 모범이시며, 성모님의 관심은 언제나 밖을 향하고 있다”며 “당신의 친척 엘리사벳처럼 가장 어려움에 놓인 이들을 향해 나아가는 분”이라며 청년들에게도 이웃을 향해 말씀을 전하기 위해 서둘러 향하길 당부했다.
 
주교 교리교육 시간에 한국 청년들이 율동 찬양을 하고 있다.

청년이 묻고, 주교가 답하다

리스본 파티마묵주성모성당에서는 한국 청년을 대상으로 일명 ‘젊은이 인생 상담소’도 열렸다. 주교가 강연자로 나서는 WYD 교리교육 시간에서다. 본대회 기간 곳곳의 성당에서 열리는 주교들의 교리교육 시간은 청년들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신앙의 나침반을 제공하는 WYD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청년들은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 것일까?’부터 ‘궁극적인 삶의 가치는 무엇일까?’하는 물음을 허심탄회하게 쏟아냈다.

한 젊은이는 “자꾸 다른 사람의 모습을 따라하느라 진정한 나를 찾지 못하는 스스로 답답하고, 지난 세월이 후회된다”며 “어떻게 하면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요?”하고 질문했다.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장 김종강(청주교구장) 주교는 나만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비결에 대해 ‘행동하는 것’을 꼽았다. 김 주교는 “길은 걸어가기에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내 길을 아무리 설계한들 걷지 않으면 길이 생기지 않는 것처럼 이상 안에서 계속 궁리해도 시도하지 않으면 이는 꿈을 꾸는 것에 불과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젊은이 모두가 각자의 카리스마를 지닐 것을 당부했다. 김 주교는 ‘사랑’이라는 뜻을 가진 ‘카리스’에서 생겨난 카리스마의 어원을 설명하면서 “나와 내 안에 계신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 있을 때 카리스마가 생기게 되는데, 이를 지닌 사람은 그릇됨이 없는 삶을 살게 된다”며 “유일무이한 하느님께서 나에게만 주신 고유의 카리스마를 지니기 위해 자신을 투신해보자”고 용기를 북돋웠다.

3~4일에는 각각 대전교구 총대리 한정현 주교와 부산교구 총대리 신호철 주교가 교리교육을 열어, 젊은이들의 눈높이에서 삶과 신앙의 지혜를 선사했다. 교리교육 마지막 날인 4일 한국 청년들을 만나러 리스본에 온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남기신 평화는 그냥 주신 것이 아니라, 죽음을 이겨내면서 건네주신 것”이라며 “말씀으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돼달라”고 당부했다.
 
6일 거행된 파견 미사에서 한국 청년이 대형 태극기를 흩날리고 있다. OSV

서울 개최 발표, 한국 청년들의 기쁨

대회 마지막 날인 6일. 오전 6시부터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이 청년들을 깨운 포르투갈 리스본의 드넓은 테호공원. 젊은이들은 전날 밤부터 이어진 밤샘기도 후 현장에서 하룻밤을 지낸 비박을 한 뒤 곧이어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거행된 파견 미사에 참여했다. 그리고 파견 미사 말미에 교황이 다음 개최지로 “대한민국, 서울”을 발표하자, 한국 순례자는 물론 모든 청년이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환영했다.

이보람(베르디아나, 인천교구 청라본당)씨는 “사제 한 명 없이 시작된 230여 년 역사의 한국 교회가 세계 청년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나눌 기회를 얻게 돼 무척 기쁘다”며 “서울 WYD를 통해 우리 청년들이 하느님 안에 더 생기를 얻고, 몸과 마음이 고통받는 청년들이 주님의 빛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기도한다”고 말했다.

윤수민(체칠리아, 22, 서울대교구 종로본당)씨도 “리스본 WYD에서 봉사자로 임했는데, 리스본의 젊은 기운과 은총이 4년 뒤인 2027년 서울 WYD에서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황준호(자선 토마스) 부제는 “하느님을 찾고 사랑하고자 하는 세계의 많은 젊은이가 모여 서로의 체험을 나누는 축제가 한국에서 개최돼 감회가 새롭다”며 “성령께서 한국에서 개최될 WYD를 통해 하느님을 찾고 예수님을 따라 살고자 하는 한국과 전 세계 청년들에게 은총을 가득히 내려주시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리스본 WYD 조직위 커뮤니케이션부 소셜미디어 한국팀 이주현(그레고리오, 33) 팀장은 “벅찬 감동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서울 WYD에서도 봉사자로 참가해 개최국을 알릴 생각을 하니 다시 또 설렌다”며 벅찬 마음을 전했다.


포르투갈(리스본)=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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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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