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와 주교회의
현재 전 세계 가톨릭 교회는 다가오는 10월 로마에서 개최 예정인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에 집중해 있다. 지난 6월 21일 교황청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처가 발표한 제1회기를 위한 「의안집」은 2021년 10월부터 전 세계 지역 교회와 대륙별 총회에서 진행된 시노드 과정의 결실이고, 각 개별 교회는 다시 지역 교회의 특수성 안에서 「의안집」이 제시하는 질문들을 토대로 성찰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주교시노드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지속적이고 순환적인 상호 소통이야말로 세계의 각기 다른 지역에서 살아가는 신자들이 하느님 백성의 한 일원으로 자신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의 주제인 ‘주교회의’와 관련해서도 「의안집」은 시노달리타스와 주교 단체성이 충만하게 실현되려면 주교회의는 어떤 구조를 가져야 하는지 질문하고 있다.(B 3.4 참조) 「의안집」은 이 주제를 성찰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 초기인 2013년에 보편 교회의 사목 청사진으로 발표한 「복음의 기쁨」을 인용하고 있다. 교황이 지역 주교들을 대신해서 모든 문제를 식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는 이른바 ‘건실한 분권화’(16항)의 증진과 ‘진정한 교리적 권위를 포함하여 구체적인 권한을 지닌 주체’(32항)로서 주교회의를 언급하고 있는 대목이 바로 그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주교대의원회의 제정 50주년 기념 연설’에서도 주교회의를 통해 주교 단체성의 정신을 증진시키고자 했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희망이 아직 충만하게 실현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건실한 분권화의 관점에서 이를 더욱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래 주교회의에 대한 이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 헌장」을 통해서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이 여러 곳에 세웠던 교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집단을 이루고, 보편 교회의 단일성과 신앙의 일치를 보존하였던 것처럼, 오늘날 주교회의들은 비슷한 방법으로 단체 정신을 구체화하는 여러 활동들을 공동으로 펼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23항) 또한, 주교들의 사목 임무에 관한 교령인 「주교 교령」은 주교직의 성사성과 단체성 개념을 명시한 뒤에(3항), ‘제3장 여러 교회의 공동선을 위한 주교들의 협력’ 가운데서 주교회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가르치고 있다.(37-38항) 공의회 직후인 1966년에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자의 교서 「거룩한 교회」를 통해, 주교회의가 아직 없는 곳에는 주교회의를 설립하고 주교회의가 있는 나라는 알맞은 정관을 만들도록 촉구하였고, 이를 이어받아 1983년 교회법전은 13개 조항(제447-459조)에 걸쳐 주교회의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주교회의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였고 현대 교회 안에서 사목적인 중요성도 크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그 신학적 교회법적 지위에 대한 논쟁이 교회 안에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 공식적인 계기가 된 사건이 바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20주년을 기념해서 열린 1985년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2차 임시 총회였는데, 핵심 요지는 주교회의의 교도적 임무 수행이 교황과 주교단, 그리고 개별 주교의 교도적 권한을 침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논쟁은 임시 총회 이후 13년이 지난 1998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주교회의의 신학적 법률적 성격에 관한 자의 교서’로 일단락되었다. 자의 교서에 따르면 주교회의가 단체 정신의 구체적 적용 형태라고 단언하면서도, 그것이 주교단의 지위와 성격을 혼동하게 하거나 개별 주교의 자율성과 권한을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경계하였다. 결론적으로 자의 교서는 주교회의의 유권적 교도권을 인정하였지만 그 조건은 극히 제한하고 있다.
자의 교서가 발표된 뒤로도 주교회의의 신학적 교회법적 지위를 둘러싼 논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많은 비판자들은 이 자의 교서가 결과적으로는 사도좌 중심의 지나친 중앙 집중화를 가져와서 지역 교회의 복음 선포 노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 실제로 이 자의 교서가 발표된 1998년 이후에 전 세계 주교회의에서 발표한 사회 교리 관련 문헌들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결국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노력은 이러한 중앙 집중화에서의 전환을 의미한다. 나아가 주교회의에 관한 기존의 신학적 논의가 주로 주교단과 단체성에만 주어졌다면, 이제 하느님 백성과 시노달리타스라는 더욱 넓은 신학적 배경으로 그 장이 옮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사도좌 중심의 중앙 집중적인 영향력의 가속화는 지역 교회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게 하는 문제를 낳기도 하였다.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주교회의의 구조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가 펴낸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시노달리타스」는 주교회의의 시노달리타스 실현과 관련해서 주교회의 차원의 사목 지침 작성 과정에 신자들의 폭넓은 자문, 다양한 교회적 체험을 받아들이는 적절한 절차, 평신도 전문가들의 참여 등을 꼽고 있다.(90항) 이번 「의안집」에서도 시노달리타스 실현의 핵심 요소로서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안한 역삼각형의 교회 모습을 주교회의 안에 제도화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상시적으로 하느님 백성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는 통로를 마련하되 정기총회를 앞두고 이를 공식적으로 제안하는 별도의 모임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개최되는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총회에서는 각자의 교구에서 사목평의회를 비롯한 참여 기구들을 통해 정기적으로 이 작업을 수행해 온 회원 주교들 간에 격의 없는 토론이 이어지면서 도덕적 만장일치를 지향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이번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를 준비하면서 있었던 교구와 주교회의 차원의 경청과 식별 작업을 모델로 삼을 수 있다. 또한 주교회의의 논의 내용과 의사 결정 과정, 그리고 후속 실천 사항 등도 가능한 좀 더 충분히 공유될 필요가 있다.
하느님 백성의 공동 책임을 일깨우는 일련의 순환 과정을 통해 발표되는 주교회의의 사목 지침들은 피상성을 벗고 하느님 백성 안에서 폭넓은 지지와 적극적인 실천을 이끌어 낼 것이다. 나아가 주교회의의 이런 노력은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등을 통해 보편 교회의 사목 정책 마련에 기여할 것이며, 보편 교회의 사목 정책 역시 지역 교회의 삶과 만나서 어떤 복음적 융합에 이르러야 할지 치열하게 숙고하게 할 것이다.
엄재중 요셉
한국 가톨릭사목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