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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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의안집 이해하기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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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적 질문 3 -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선교적 교회 안에서 어떤 절차들, 구조들과 제도들이 있어야 할까?: 시노달리타스가 글로만 남지 않기 위하여, 개인의 선의에만 맡겨지지 않기 위하여

시노달리타스는 세례받은 모든 이가 하느님 자녀로서 동등한 품위를 갖고, 교회의 동일한 사명에 저마다 자기 몫으로 기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한다.

의안집은 친교와 사명 각각에 관련된 두 가지 우선적 질문을 제안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시노달리타스가 어떻게 단지 글로만 남지 않게, 혹은 선의를 가진 사람들의 노력에만 맡겨지지 않게 할 것인가이다.

따라서 의안집의 세 번째 우선적 질문은 이것이다.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선교적 교회 안에서 어떤 절차들, 구조들과 제도들이 있어야 할까?”

제도와 구조는 어떤 내용을 보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같은 것이다. 물론 우리는 제도가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경험적으로 안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제대로 운용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되거나 악용된다. 그래서 의안집도 이렇게 말한다.

“성령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가는 대화와 개혁의 여정은 그 여정을 동반하고 지지할 수 있는 구조들과 제도들을 요청한다. 대륙별 총회는 구조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의식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양성을 위한 실제적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을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B.3.3.d)

의안집에서 교회를 구성하는 모든 이의 능동적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절차들과 제도들, 구조들에 대한 질문은 다음 다섯 개의 질문으로 구분되어 있다.

▲권위와 책임의 수행 ▲참여적 결정 및 식별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해 개선해야 할 혹은 새로 만들어야 할 제도들 ▲주교회의나 대륙 주교회의처럼 지역교회들로 이루어진 단체와 관련해서 시노달리타스와 주교직의 단체성(교황과 주교들에 의해 구성되는 주교단이 갖는 특성)이 갖추어야 할 형태 ▲마지막으로 시노드 제도가 주교적 단체성의 표현이 되기에 필요한 것.


◎ 권위, 어떻게 행사되어야 할까?

하느님 백성의 참여 활성화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여정에서 강하게 제기된 문제는 바로 권위의 행사이다. 여기에서 권위는 성품성사와 결합된 권위만은 아니다. 성품성사에 의하지 않은 권위, 즉 수도회, 평신도 운동과 활동 단체, 교회 기관들(병원, 학교, 재단 등등) 안에서 책임자가 행사하는 권위도 있다. 의안집은 이 두 권위를 구분하면서도, 교회 안에서는 모든 권위의 목적과 방법이 같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하느님 백성이 목표를 향해 걸어가고 이 여정에서 친교의 삶과 진리 선포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봉사하는 것이 목적이요, 스승의 삶인 ‘섬김’이 그 방식이다. 시노드 여정에서 권위에 대해 언급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배나 통제가 아닌 봉사, 투명성, 격려, 사람들의 성장, 비전과 포용, 협력과 위임의 능력, 특히 경청의 태도와 마음. 이런 특징이 부족할 때 권위는 너무 성급하게 권력 행사로 가버리거나 결정 과정에서 구성원의 참여를 배제한다. 그리고 이것은 성직주의나 각종 남용과 연결된다.

의안집은 이 문제를 현실 파악과 양성에 대한 요청으로 접근한다. 현재 교회 안에서 권위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에 부합하게, 그리고 교회의 시노달리타스 특성에 맞게 행사되고 있는가? 그리고 바람직한 권위 행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신학교 교육과정을 비롯하여 책임자 양성과정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의안집이 교회 역사에서 교회 내 권위 및 책임 행사 방식이 사회의 영향을 받아왔다는 점에 주목하는 점은 흥미롭다. 의안집은 교회가 현재는 어떤 영향을 받는지, 교회와 사회에서 현재 권위 행사 방식을 어떻게 복음적으로 식별할지 질문한다.


◎ 교계제도 차원과 시노달리타스 차원, 경쟁관계인가?

참여에 의한 결정과 식별은 시노달리타스를 살아가는 교회에서 핵심이다. 의안집은 시노달리타스 차원과 교계제도적 차원을 경쟁 관계로 보는 이들이 있고, 이들은 참여적 형태의 결정 및 식별 방식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의안집에 의하면 둘 다 교회의 구성적 요소이다. 자문의 시작, 동반, 결론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이끄는 이는 보편교회에서는 교황, 지역교회에서는 주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온 공동체의 열망이 신앙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는 책임은 목자에게 있다. 시노달리타스는 목자와 함께 가야 하는 여정이다.


◎ 시노달리타스에 부합하는 제도와 절차, 구조들

참여적 결정, 식별, 활동이 지속적으로 또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제도적 측면은 중요하다. 따라서 의안집은 기존의 절차, 제도, 구조를 어떻게 개선할지, 혹은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어야 할지 질문한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들이 가져야 할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투명성이다.

투명성은 지금까지의 시노드 여정에서 강하게 강조되었던 것으로서, 이를 보장하기 위해 의안집은 어떤 교회법적 지원이, 혹은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지 질문한다. 현행 교회법에서 규정한 제도들이 잘 운용되지 못하고 있다면 무엇 때문이고, 시노달리타스 방식으로 교회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는 무엇일까?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의안집이 권위에 대한 질문에서도, 그리고 제도에 대한 질문에서도 가톨릭교회 밖, 즉 동방교회, 개신교 공동체, 그리고 사회로부터 무엇을 배울지 질문한다는 것이다. 이는 의안집 서문에서 말했던 교회 자신의 불완전함에 대한 인정과 관련 있다.

한편 제도적 차원과 관련된 다른 두 가지 중요한 주제가 있다. 바로 지역교회들이 모여 구성한 단체들의 역할과 시노드 제도의 발전 문제이다. 이것들은 사실 교회론적으로 매우 예민하고 어려운 주제이다. 각 나라 주교회의, 대륙 주교회의처럼 지리적 혹은 문화적 인접성에 따라 여러 지역교회가 만든 단체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예를 들어 그런 모임이 어떤 교리적 결정을 유효하게 내릴 수 있는가? 교황은 그 결정을 어느 정도까지 다루어야 하는가?

이는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 교황의 수위권, 그리고 주교단의 권한 간의 역동성에 대한 문제이며, 현행 시노드 체계의 발전 방향에 관한 질문과도 연결된다. 이번 16차 정기총회 1회기에는 주교가 아닌 사람들도 참여한다. 이들의 참여가 과연 하느님 백성의 참여를 특징으로 하는 시노드 1단계 여정과 이번 총회와의 연속성을 충분히 보장할까? 의안집이 던지는 이 질문은 주교들과 함께 주교가 아닌 사람들도 정규 구성원이 되는 단체의 역할에 관한 질문과도 연결된다. 여기에서 교황과 주교직, 주교단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기본 교리를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하느님 백성의 ‘참된 의미에서의’ 참여를 어떻게 보장할까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 의안집, “읽어야 할 것”이 아니라 “해야 할 것”

의안집에는 정말 많은 질문이 있다. 아마도 이것은 하느님 백성의 소리에서 다루는 우선적인 질문들이 추상적이거나 이론적인 수준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현실에 발을 디디기 위함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의안집을 단순히 로마에 모인 사람만의 회의를 위한 자료로서만 볼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 삶의 자리에서 적용하고 응용해볼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 되게 한다. 참으로 보편적인 것은 참으로 구체적인 것 안에 실현되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보편적 구원이 팔레스티나의 작은 땅에서 이루어졌던 것처럼.

 


최현순 데레사 교수(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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