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지구인이 되기 위해서 무엇보다 생명을 소중히 가꿀 수 있어야 한다. 어린이 2~3명이 한 조가 돼 12개의 가지 모종을 심었다. 일회용 숟가락에 번호와 이름을 써 각자가 심은 가지를 구분했다. 점심시간마다 페트병을 재활용해 물을 주며 가지가 자라는 것을 관찰했다. 가지잎은 잎맥과 줄기에 가시가 2~3개 나 있다. 어린이들에게 가시를 만져보도록 하니 겁을 먹다가도 만져보고는 “에이~안 아프네!”라고 한다. 그리고 서로 가시를 조심하라고 알려준다. 가지 줄기가 많이 자라 마스크를 버릴 때 모아둔 철사로 어린이들이 직접 줄기를 지주대에 고정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어린이가 큰일 났다며 달려왔다. “수녀님, 누가 가지잎을 잔뜩 떼어놓았어요. 그래서 가지잎을 모아 가지 무덤을 만들어주고 기도를 하고 왔어요.” 광합성과 통풍을 위해 잎이 겹쳐져 있는 것을 내가 떼어놓았는데 어린이들은 누군가 가지잎을 떼어서 죽였다고 생각했나 보다. 결국, 한 어린이가 기도지향 판에 가지가 죽어서 행복하기를 기도한다고 써놓았다.
이렇게 가지는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라 연보라색 가지꽃을 피우고 튼실한 열매를 맺었다. 가지꽃을 처음 보는 어린이들, 그리고 꽃이 지고 열매가 점점 커지는 모습을 지켜본 어린이들은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가지마다 열매 맺고 자라는 속도가 다른데 먼저 자란 가지 열매를 수확했다. 가지 열매를 가져간 어린이는 가지의 길이를 재어보고 가지요리를 해서 인증사진을 찍어 문자로 보낸 뒤 가지를 먹은 느낌을 일기로 쓰도록 했다. 보내온 사진은 가지나물, 가지전, 가지국, 가지피자, 가지볶음밥 등 다양한 가지요리 대전이었다.
어머니들도 가지요리 사진을 보내면서 아이가 평소에 잘 안 먹는데 학교에서 키운 거라고 요리도 함께하면서 맛있게 먹었다고 감사의 문자를 보내주셨다. 어린이들은 일기장에 가지가 물컹거려서 먹기 싫었는데 학교에서 키운 가지는 맛있다고 하면서 앞으로 가지요리를 많이 맛보고 싶다고 썼다. 가지는 생명을 돌보고 잘 키운 어린이들에게 지구가 준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