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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생명교육(신승환 스테파노,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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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일은 교육에 대한 이해와 체계를 변화시키는 데 있다. 얼마 전 문제가 되었던 영아 유기 사태는 말할 것도 없지만, 사회와 문화 전반에 너무도 널리 퍼져있는 생명 경시 현상은 생명의 가치와 의미를 올바르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한국 사회는 해방 이후 일정 부분 민주사회를 이룩하고 경제 성장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성공은 충분히 칭찬받아야 할 일이지만, 그에 뒤따르는 역기능과 폐해 역시 결코 적지 않다. 생명의 고귀함과 신비로움을, 그 의미와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생명을 다만 수단으로 여기는 죽음의 문화가 너무도 널리 퍼져있다. 생명을 존중하고 생명을 살리는 문화와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죽음의 문화를 넘어 생명문화를 올바르게 이끌어가기 위해 가장 시급하고 필요한 일은 생명교육에 있음은 자명하다.

생명의 존엄함과 고귀함을 일깨우는 교육은 생명의 신비와 가치를 밝혀 드러낼 때 가능하다. 그 교육은 다만 동어반복적으로 생명이 고귀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일 수 없다. 생명의 의미와 내용을 깊이 성찰하고 그에 기반을 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생명철학이 필요한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생명의 본질적 신비와 의미를 이해할 때, 그에 토대를 둔 교육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근대 계몽주의를 정초한 철학자 칸트(I. Kant)는 도덕과 윤리는 인간을 모든 가치의 제일 원리로 삼는 형이상학 위에서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런 면에서 생명 형이상학에 바탕을 둔 생명 이해야말로 생명 교육의 토대일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우리 사회의 초ㆍ중등교육은 물론, 고등 교육 역시 교육의 본질을 달성하고 생명의 고귀함과 신비로움을 드러내는 생명교육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가톨릭 정신은 지상 예수님의 복음을 그리스 철학에 기반하여 문화 안으로 체계화하면서 이루어졌다. 초기 교회의 생생한 케리그마(kerygma)는 그리스 철학을 만나 체계를 갖추게 되었으며, 그 뒤 시대적이며 역사적 맥락에서 재해석되면서 그 시대의 문화와 사회 안으로 끊임없이 육화되었다. 그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그 토대는 언제나 복음 말씀이었다. 그것은 “길이고 진리이며 생명”이신 지상 예수의 가르침이 교육의 핵심일 수밖에 없다.

가톨릭 교육이 본질적으로 생명과 진리의 교육인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떤 경우라도 교회 교육은 실용성이 아니라 생명과 진리의 말씀에 바탕 한 것이어야 한다. 복음 말씀을 육화시켰던 초기 교부들은 인간과 하느님의 관계를 특히 플라톤의 말하는 교육, 파이데이아(paideia) 정신에 따라 이해했다. 하느님은 인간을 영원히 당신 존재로 이끌어가는 분이라는 생각은 전적으로 이러한 교육 개념에 근거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우리 사회에서 교육을 이해하는 관점은 너무도 무지하고 맹목적이다. 얼마 전 수능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은 교육의 철학적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교육을 다만 수단으로 생각하기에 어처구니없이 허망하게 끝나고 말았다. 교회에서도 많은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교육이 가톨릭 정신에 기반한 교육인지 철저하게 물어야 한다.

가톨릭 교육은 결코 근대화에 성공했던 지난날의 작은 성취에 현혹되어 반성 없이 입시 교육이나 취업 교육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교회가 운영하는 교육기관은 전적으로 생명과 진리의 말씀에 근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생명을 존중하고 그 고귀함과 신비로움을 드러내는 문화는 결코 가능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승환 스테파노,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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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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