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제37차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참석을 위해 8월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포르투갈을 방문했다. 42번째 사도 순방인 이번 일정에서 교황은 전 세계 젊은이들을 만나 함께 기도하고 몸소 대화를 나누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세계 평화와 생태적 회개를 향한 교황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젊은이들을 향한, 젊은이들을 위한 교황의 메시지를 살펴본다.
젊은이에게 희망 되는 정치 펼치길
8월 2일 리스본 벨렘 문화센터에서 열린 국빈 환영식에 참석한 교황은 마르셀루 헤벨루 드 소자 포르투갈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에게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펼쳐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젊은이들은 일자리 부족, 치솟는 생활비, 내 집 마련의 어려움, 가정을 꾸리는 일에 대한 두려움 등 절망을 느끼게 하는 숱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정치는 권력을 잡는 일이 아닌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일”이라면서 “좋은 정치는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희망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정치인들에게 생태적 회개를 요청하고, 미래 활동의 주역인 젊은 세대가 미래를 건설할 건강한 공간을 위해 관심과 배려로 지구 환경을 세심하게 돌볼 것을 촉구했다.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는 청년들의 발걸음 기대
교황은 3일 포르투갈 가톨릭대학교 대학생들을 만났다. 교황은 오늘날 세계가 ‘산발적인 제3차 세계대전’을 겪고 있다며 전쟁으로 일그러진 세상 속 평화를 위한 기도를 거듭 당부했다. 교황은 공동의 집인 지구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교황은 “환경 보존과 경제적 발전의 균형을 적당히 맞추며 타협하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재앙을 지연시키는 것일 뿐”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여러분은 지구와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에 주의를 기울이는 완전한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 달라”고 요청했다.
세계청년대회에서 교황의 강론과 연설은 청년들에게 더 나은 세상,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기쁨의 뿌리가 되어 달라는 요청으로 집약된다. 교황은 전 세계 청년들과 함께한 철야기도에서도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한 걸음 한 걸음을 매일의 여정 속에서 꾸준히 걸어가 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예수님을 따라 걷는 길은 쉬운 길이 아닌 오르막길이라고 언급, 우리와 함께 그 길을 걷고자 하시는 예수님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두려워하지 말고 물살을 거슬러 헤엄쳐 나가자고 격려했다.
우크라이나 평화 위한 기도 호소
교황은 3일 주포르투갈 교황청대사관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 15명과 30분 간 비공개 면담을 했다. 대표단 중 한 명으로 헤르손 베리슬라브에서 온 이리나 빌스카씨는 교회 뜰에 떨어진 러시아 무기 파편을 교황에게 전하며 기도를 간청했다. 교황은 우크라이나 청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눈물을 닦아주기도 했으며 우크라이나 국기에 입맞춤했다.
대표단을 이끈 정교회 로만 데무시 신부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고통을 외치고, 전쟁의 진실을 말하며, 전 세계 모든 청년에게 평화를 청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받고 있는 고통의 증인이며, 고통받는 예수님의 증인으로서 끝까지 저항하고, 싸우고, 기도할 것”이라며 “한국의 모든 가톨릭 신자들에게도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해 기도해 주길 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황은 5일 파티마 성모성지 성모발현경당을 방문해 묵주기도를 바치고 전 세계의 평화를 위해 성모님의 전구를 청했다.
교황과 함께하는 기도에는 재소자 6명과 신자들이 참여했고, 젊은 장애인 신자들이 선창을 맡았다. 묵주기도 전 홀로 묵상 시간을 가진 교황은 우크라이나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교회와 세계, 특히 전쟁 중인 나라들을 성모님께 봉헌했다”고 밝혔다.
약자들 목소리 듣고 위로 전해
고통받는 모든 이들의 비극을 잊지 않는 교황은 2일 저녁 주포르투갈 교황청대사관에서 포르투갈의 성 학대 피해자 13명을 만나 대화했다. 같은 날 저녁 교황은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저녁미사를 봉헌하고 성직자에게 성 학대를 당한 피해자들을 언급, 교회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교황은 “포르투갈 등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벌어진 성추문들은 교회의 겸손과 정화를 요구한다”면서 “그 시작은 피해자의 절규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봉사자들과의 만남
교황은 6일 파견미사 후 2만5000명 자원봉사자들과 만나고 봉사자들의 수고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여러분은 다른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 열심히 뛰어왔습니다. 때로는 피곤해 보였고 압박감을 느끼는 듯 했지만, 그럼에도 여러분의 눈은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기쁨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헌신이 이번 세계청년대회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교황은 봉사자들에게 “예수님의 이름으로 많은 이를 섬기기 위해 리스본에 온 것처럼 앞으로도 사랑과 자비의 물결을 타고 나아가는 ‘사랑의 서퍼’가 되어달라”고 요청했다.
젊은이들 만나고 젊어져서 돌아갑니다
“세계청년대회는 청년들이 신앙 안에서 성장하고, 각자 하느님의 사랑을 경험하며 하느님의 부르심을 발견하는 아름다운 만남이었습니다.” 교황은 9일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수요 일반 알현에서 포르투갈 사도 순방을 이같이 평가했다. 교황은 “팬데믹 이후 처음 열린 이번 대회는 하느님의 선물이었다”며 “전 세계 많은 젊은이들이 서로를 만나고 서로 안에서 예수님을 만났다”고 전했다.
리스본에서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교황은 “교회와 신앙, 세계에 관한 젊은이들의 질문과 기대를 만날 수 있었던 세계청년대회에서 아주 젊어져서 돌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포르투갈 리스본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