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시오회 한국관구(관구장 최원철 티모테오 신부) 국제청소년지원단(단장 박경석 요한 보스코 수사, 이하 지원단)은 7월 24일~8월 4일 몽골 다르항 돈보스코청소년센터(책임 이호열 시몬 신부, 이하 센터)에서 ‘지구촌 기후환경 변화’를 주제로 봉사 활동을 펼쳤다. 중학교 3학년부터 대학교 2학년까지 단원 9명이 센터 텃밭의 나무 새싹 가꾸기, 농장 견학, 기후위기 주제 발표 및 몽골 청소년들과의 나눔을 통해 공동의 집 지구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배웠다.
몽골을 지키는 나무 새싹
첫날 울란바토르에서 자동차로 4시간 달려 몽골 북부 다르항의 센터에 도착한 지원단. 둘째 날 아침 작업복에 목장갑, 잡초 뿌리를 캐낼 쇠꼬챙이 차림으로 센터 텃밭에 모였다. 자정이 다 돼 도착해 여독을 풀 틈도 없었지만 매일 아침 7시 센터 텃밭에서 진행하는 잡초 뽑기 일과에 나섰다.
이호열 신부가 텃밭의 검은 차광막을 걷자 나무 새싹들과 잡초들이 드러났다. 새끼손가락보다도 작은 새싹들은 줄 파종됐지만 자잘하게 흩어져 자라 잡초들과 뒤엉켜 있었다. 도시에서 생활해 밭일이 서툰 단원들은 자꾸 잡초와 새싹을 헷갈렸다. 실수로 새싹을 뽑은 단원을 나무라는 단장 박경석 수사의 호통에 한 단원이 불쑥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왜 우리가 몽골에서 나무 싹을 돌보는 건데요?”
“몽골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서”라고 이 신부가 대답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몽골의 사막은 국토 절반에 미치지 못했으나, 몽골 자연환경관광부에 따르면 2020년 국토 약 77인 1억2000만 헥타르가 사막화 위기에 놓였다. 이런 현실에 몽골 정부도 10억 그루 나무 심기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지원단이 돌본 싹들은 네르스(нэрс, 몽골 블루베리), 블랙커런트 등 유실수와 소나무였다. 유실수를 심으면 나무가 드문 다르항 일대 녹화뿐 아니라 곤충과 새가 모여들게 해 기초 생태계를 구축한다. 소나무를 많이 심으면 4개월 남짓한 겨우내 풀 한 포기 없는 황무지로 돌변하는 몽골에 사시사철 푸르름을 안겨줄 수 있다.
따가운 몽골 햇볕 속 밭일은 고역이었지만 지원단에게 지구촌 이웃과 생태적 나눔을 하는 기쁨을 일깨워줬다. 박도현(소피아·21·의정부교구 마두동본당) 단원은 “우리가 가꾼 새싹이 몽골의 환경 보전 노력에 보탬이 되고 몽골을 보다 살기 좋게 해준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연과 인간 모두를 위해
농장 견학은 지원단에게 지구와 생물들을 위한 것이 곧 사람에게 이로운 것임을 일깨워주는 학습터였다.
센터에서 7㎞ 떨어진 다르항 외곽 약 4000 평에 달하는 시레노르 농장에는 몽골에서 보기 힘든 풋고추, 가지, 참외 등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와 감자, 당근 등을 가꾸는 밭들이 펼쳐져 있었다.
농장은 생태에 어떤 도움을 줄까? 광합성을 하는 농작물들은 탄산가스, 질산, 유황 화합물 등을 빨아들이고 산소를 배출해 대기를 깨끗하게 한다. 몽골처럼 생존에 혹독한 환경에서 농장은 생물들의 피난처로도 기능해 생물다양성도 높인다.
“지구와 생물들뿐 아니라 사람도 이롭게 한단다.”
박경석 수사가 농장 일꾼들을 가리키며 지원단에게 말했다. 오후엔 센터 운동장에서 지원단과 함께 뛰어노는 몽골 청소년들이 밭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있었다.
“왜 몽골 친구들이 농장에서 일을 하나요?”
센터는 현지 청소년·청년들 자립을 위해 그들이 농장에서 일할 수 있게 한다. 센터로부터 학비와 용돈을 받고 농장에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농사를 익혀 또 다른 자립 수단도 갖춘다. 축산을 주로 하는 몽골에 농업이 보급되면 육식 위주의 식생활도 개선된다.
착취적 개발이 아닌 생태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 지구와 생물체, 인간 모두를 위한 것임이 농장 견학의 교훈이었다. 박 수사는 “생태적 공생을 생각하는 선택이 지구도 치유되고 사람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공선에 다다르게 한다는 것을 단원들이 깨달았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리 모두의 생태 의식
이른 오후면 몽골 청소년들은 지원단의 발표를 들으러 센터 1층 강당에 모였다. 한국 청소년들이 준비한 기후환경 주제 발표는 양국 청소년들의 생태 의식이 함께 계발되는 자리였다.
지원단은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선진국들의 소비주의를 다뤘다. 패스트패션을 주제로 준비한 단원의 발표가 비판의 물꼬를 텄다. 패스트패션은 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해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빨리 회전시키는 패션 및 패션사업이다. 매년 만들어지는 1000억 개 의류 품목 중 3분의 1은 매립지로 직행하고, 그 비율은 매년 7씩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5위 헌옷 수출국이다.
“가난한 나라들이 먼저 피해를 보게 됩니다. 버려진 옷들을 사들인 아프리카 등지에서 쓸모없는 옷들은 비정상적 방법인 소각으로 처리되죠. 그 결과 합성섬유로 된 옷들은 미세 플라스틱으로 현지 토양과 공기, 물을 떠다니며 오염시킵니다.”
발표는 “탐욕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동물을 해치고 결국 인간까지 해친다”는 통찰로 나아갔다. 인간이 바다에 투기하는 플라스틱을 해양 동물들이 먹이로 착각하고 섭취하면 그 동물을 먹은 인간도 영향을 받는다. 한 사람당 일주일에 5g, 신용카드 1개에 달하는 플라스틱을 먹게 된다.
“우리(몽골)도 생태 보전 노력에 힘써야 해요.”
발표 후 나눔 시간에서 몽골 청소년들은 자국 환경 문제에 대한 의식을 드러냈다. 울란바토르 대기오염, 잘 지켜지지 않는 분리수거 문제까지 몽골 환경 실태를 이해하고 있었다. 울란바토르는 겨울이면 스모그로 골머리를 앓는다. 그 원인으로 몽골 정부는 난방을 위한 연료 연소 80, 차량 배기 10, 화력발전 6로 진단하고 있다. 게르촌 빈민들은 원탄, 나무, 쓰레기나 폐타이어를 태워 난방한다. 울란바토르는 분지라 공기 순환이 제한돼 스모그가 심해진다.
“시민들이 철저히 분리배출을 하지만 수거차가 한 번에 수거해 버려 헛수고가 된다”며 우려한 몽골 청소년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실천 의지를 놓지 않았다.
“어른들이 의지가 없어도 우리는 지구를 지키고 싶어요. 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분리배출도 계속하는 등 작은 실천을 포기하지 않겠어요.”
함께 가꾸는 공동의 집
몽골은 대표적인 기후변화 피해지다. 몽골 자연환경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80년간 몽골 평균 기온은 세계 평균 기온 상승률보다 2.2배 높은 2.25℃ 올랐다. 그에 따라 수천 개 강과 호수가 소멸, 자연재해 발생 빈도와 강도도 배가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무분별한 개발이 초래한 기후변화인데, 산업화하지 않은 몽골 같은 나라들이 피해를 본다는 게 마음이 무거웠어요.”
김도현(다니엘·15·서울 구로3동본당) 단원은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환경 훼손에 있어서 선진국들이 특히 나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봉사 소감을 밝혔다.
이 신부는 “지구촌 이웃이 함께 가꾸는 공동의 집 의식이 몽골에서 배우는 창조 질서 수업의 핵심”이라며 발표 시간을 마무리했다.
몽골 다르항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