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앞두고
2027 WYD 유치 및 개최 주비위원회 부위원장 양주열(통합사목연구소 소장) 신부가 8월 9일 본지와 가진 특별 인터뷰에서 WYD의 의미와 그 준비 여정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2027년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이 대한민국을 찾는다. 차기 세계청년대회(WYD) 개최지로 서울이 지명되면서다. 서울 WYD 개막까지 한국 교회에 주어진 시간은 4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여정을 우리는 어떻게 걸어가야 할까?
리스본 WYD 파견 미사까지 약 두 달간 현지 조직위원회 본부에 상주하며 대회와 관련한 실무 전반을 파악해온 서울대교구 ‘2027 WYD 유치 및 개최 주비위원회’ 부위원장 양주열(교구 통합사목연구소 소장) 신부는 대회 종료 사흘 뒤인 9일 “복음을 땅끝까지 선포하기 위해 파견된 젊은이들이 주기적으로 교황과 만나 자신들의 여정을 나누는 자리인 WYD를 한국 교회에서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한국 교회가 경험했던 복음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증거하고, 그 결실을 공유하는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고 기뻐했다. 양 신부는 “‘WYD가 무엇이고, 왜 우리가 이를 서울에서 개최하는지’를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레 ‘어떻게’ 준비할지는 따라오게 돼 있다”며 앞으로 4년 동안 WYD 개막을 향한 순례길에 함께할 한국 교회와 신자들에게 네 가지 팁을 제시했다.
첫째는 ‘젊은이들을 믿는 것’이다. 양 신부는 “젊은이 사목을 활성화하려고 할 때 젊은이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교회 안에서 자신의 꿈과 희망을 찾아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미 삶의 자리에서 같은 하느님을 만나고 있는 젊은이들이 WYD를 준비하면서 스스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알아차리게끔 교회가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양 신부는 “WYD 안에는 ‘교황 환영 행사’, ‘십자가의 길’, ‘철야기도’ 등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기쁨을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자리가 마련된다”며 “WYD는 젊은이들이 체험하는 하느님과, 그 안에서 느낀 점을 공유하면서 이루어지는 축제인 만큼 교회가 각각의 장을 만들어주기만 하면 주인공인 젊은이들이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친교를 나누면서 이끌어갈 수 있다”고 했다.
셋째로는 ‘평신도가 주도적으로 조직에 참여해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양 신부는 리스본 WYD 조직위원회의 형성 과정을 설명하면서 “조직위 관계자에 따르면 처음에는 신부들끼리 조직을 만들었으나, WYD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필요한 운송과 물류, 음식, 숙박 등에 대한 전문가는 그들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고 하더라”며 “젊은이들이 조직위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등 구분 없이 각 분야에 적절한 이가 참여해 조직을 구성하게끔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성직자들을 향해서는 “조직위에 함께할 구성원들을 선발하고, 이들이 신앙 안에서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끝으로 양 신부는 ‘기도하는 것’을 꼽았다. 양 신부는 “리스본 WYD 조직위원들은 교회의 지도자가 제시를 하면 나머지가 수행하는 방식으로 개최를 준비하지 않고, 지루할 수도 있지만 WYD 관련 교황 문헌들을 읽고 기도하고 나누면서 WYD를 왜 개최하는지 목적을 잃지 않은 채 나아갔다”며 “그 결과 모두가 참여하는 WYD를 만들기 위해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편견을 깨고, 장애인 순례자는 물론 장애인 봉사자도 대거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7월 26일 포르투갈 리스본주 에스토릴시에서 열린 WYD 봉사자 발대 미사에서 한국인 봉사자들이 태극기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리스본 WYD 봉사자들 “서울 세계청년대회, 이랬으면 좋겠다!”
이번 리스본 WYD 현장 구석구석에서 대회의 손발이 되어 축제를 돕고, 경험한 이들이 있다. 청년들을 위한 청년, 바로 WYD 봉사자들이다. 이들도 참여 소감과 함께 더 나은 서울 WYD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각각의 의견을 본지에 전했다.
온열 질환 등 응급상황 대비 잘 돼야
유희준(베로니카, 26, 서울 염리동본당)씨는 “연극배우로서 공연 중에 시간을 내오던 터라 참여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역을 해준 감사한 동료들 덕분에 무사히 자원봉사를 마칠 수 있어 무척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씨는 “대회 기간 봉사하는 동안 멀미와 급체로 몸 상태가 안 좋아져 리스본 현지인들이 구급차를 불러준 적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날씨가 매우 덥고 습하다 보니 온열 질환 등 응급상황에 대한 교육과 대비가 우선적으로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봉사자들의 역할 정리한 지침서 필요
이세비(라파엘라, 21, 의정부 야당맑은연못본당)씨는 “국적도, 문화도, 나이도 다른 사람들이 같은 마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있다는 게 감동적인 순간이었다”며 “다양한 사람을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아우를 수 있는 우리만의 정과 환대의 정신을 보여주는 서울 WYD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그러면서 “봉사자들의 경우, 사전 프로그램을 통해 WYD에 참여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이들을 찾아가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시간에 참여한 것이 특히나 남는다”며 “서울 WYD에서도 봉사자들의 역할을 분명히 알 수 있는 지침서가 마련된다면, 개개인의 역할을 더욱 잘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안전한 숙소와 거처 잘 마련해야
우현주(효주 아녜스, 22, 부산 안락본당)씨는 “WYD에 처음 참석하는데 바로 봉사자로 지원한 게 섣부른 판단이었을까 걱정도 했지만, 지금은 봉사자로 불러주신 주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 모든 이에게 감사하다”며 “많은 젊은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WYD 특성상 우리나라에서 개최할 때 이들을 안전하고 불편하지 않게 포용할 수 있는 숙소와 거처들이 잘 마련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정지훈(라우렌시오, 31, 서울 풍납동본당)씨는 “포르투갈 현지인들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느낄 수 있던 순간의 연속이었다”며 “많은 사람이 기차를 빽빽하게 타고 가는 중에도 웃으며 노래하던 사람들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포르투갈에서는 주변에 성당이 많아 걷다 지칠 때 기도하며 쉬기도 하고, 주님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기뻤다”며 “다만 봉사자가 숙소에 머무르는 시간은 한정돼 있어 어쩔 수 없이 차가운 물로 씻어야 했던 점은 아쉽기도 했다. 서울 WYD 때엔 이런 작은 부분도 배려가 더해진 대회가 됐으면 한다”고 기도했다.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정보, 온·오프라인으로 미리 전파돼야
임나경(체칠리아, 23, 원주 원동주교좌본당)씨는 “소셜미디어팀에서 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조직위가 많은 사람들에게 WYD 여정을 대회 시작 오래전부터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순례자들이 제가 참여한 SNS 게시글을 유용하게 봤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뿌듯했고, 이렇듯 모두에게 평등한 축제의 장이 되기 위해 서울 WYD에서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정보들이 온·오프라인으로 미리 전파되도록 잘 준비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서울 WYD도 행사가 아닌 ‘순례’
이주현(그레고리오, 33, WYD 조직위 커뮤니케이션부 소셜미디어 한국팀장)씨는 “벅차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며 “코로나19로 인해 1년을 미뤄 개최된 리스본 WYD는 신앙이 결코 지루하지 않고 역동적이며 진리 안에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고 미소 지었다. 이씨는 “서울 WYD도 행사가 아닌 순례라는 점이 강조되어 준비가 진행되면 좋겠다”며 “준비 과정에서부터 공동체성과 신앙의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교회와 청년이 함께하고, 대회를 통해 우리나라의 좋은 신앙을 전 세계인에게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예슬 기자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