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젊은이의 날과 역대 WYD
개최 연도가 나온 역대 WYD 대회 지도(한글 표기). 아직 2027 서울 대회는 반영되지 않았다. WYD 홈페이지 화면 캡처
2023 리스본 WYD 개막 미사 제대에 설치된 순례자 십자가와 ‘로마 백성의 구원자 성모’ 이콘
지구촌 가톨릭 청년들의 대축제, 차기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가 2027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린다. 1995년 필리핀 마닐라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다. 이를 기념해 WYD 뿌리인 ‘세계 젊은이의 날’과 역대 대회 등을 소개한다.
‘세계 젊은이의 날’과 WYD
WYD의 시작은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가톨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 구원(죽음과 부활) 1950주년을 맞아 구원의 성년(1983~1984년)을 보내던 참이었다. 성년 막바지인 1984년 4월 15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청년 신자들이 구름처럼 모였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초대에 응해 전 세계에서 온 이들이었다. 이날 모인 청년은 예상 인원보다 무려 4배나 많은 25만 명에 이르렀다. 감격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어린 양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굉장한 장관이군요! 누가 요즘 젊은이들이 가치관을 잃었다고 했습니까?”
이듬해인 1985년은 마침 유엔이 정한 ‘세계 청년의 해’(International Youth Year)였다. 교황은 이번에도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전 세계 청년들을 초대했다. 지난해보다 더 많은 30만 명이 모였다. 그해 주님 부활 대축일(4월 7일), 교황은 선포했다. 매년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을 ‘세계 젊은이의 날’로 제정하노라고. 이어 1986년 세계 젊은이의 날인 3월 23일 로마에서 제1차 세계청년대회가 열렸다. 첫 대회는 교구 차원에서 진행됐다. 국제 행사로 처음 치러진 것은 1987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제2차 대회부터다. 한국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주교특별위원회도 이를 기념해 ‘1987년 세계 젊은이의 날 담화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청년대회는 그 뒤로 지구촌 청년들의 순례와 친교를 위해 2~4년마다 열리고 있다. 교황이 폐막 미사에서 직접 차기 대회 개최지를 발표한다. 나머지 해는 지역 교회 교구 차원에서 행사를 치른다. 그러다 매년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거행되던 세계 젊은이의 날은 2021년부터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연중 마지막 주일)로 바뀌었다.
2019년 7월 파나마시티 WYD에 참여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회장에 입장하며 젊은이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WYD는 어떻게 진행되나
수년(數年)마다 대륙을 순회하며 일주일간 열리는 WYD 주요 일정은 다음과 같다. △개·폐막 미사 △주교들의 교리교육 △참회 예절과 고해성사 △십자가의 길 △밤샘기도 등이다. 교황은 전통적으로 대회에 참여해 청년들과 일정을 함께하고, 강론과 연설을 한다. 교황의 초대로 한자리에 모인 청년들은 교황과의 만남을 통해 축제의 절정에 이른다. 특히 교황이 몸소 주례하는 폐막 미사의 강론은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격려와 조언, 강력한 신앙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에 앞서 본대회 전에는 일주일가량 현지에서 교구대회(Days in Dioceses)가 열린다. 이때 WYD 참가자들은 개최 교구와 인근 지역 교구 등 개최국 교회 전역에 머물며 현지 신자들과 친교를 나눈다. 같은 신앙 안에서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이자 형제자매임을 확인하는 환대와 친교, 일치의 시간이다.
지금까지 WYD는 아프리카를 제외한 5개 대륙 13개국에서 열렸다. 유럽이 6개국(이탈리아·스페인·폴란드·프랑스·독일·포르투갈)으로 제일 많다. 이 가운데 이탈리아·스페인·폴란드 등 3개국은 WYD를 2차례씩 치렀다. 이어 북아메리카(미국·캐나다·파나마)와 남아메리카(아르헨티나·브라질) 대륙 순이다. 아시아는 2027년 서울 대회까지 포함해 2개국(필리핀·한국)이다. 오세아니아는 2008년 호주 시드니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렸다. 통상 100만 명에 이르는 젊은이들이 대회에 참여하며, 필리핀 마닐라 WYD 때 가장 많은 500만 명을 기록했다.
2019년 7월 파나마시티 WYD에 참여한 한국 순례단이 현지 청년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WYD 상징물, 십자가와 이콘
지난 7월 1일, WYD 개막을 앞두고 전 세계 순례를 마친 두 상징물이 포르투갈 리스본에 당도했다. 순례자 십자가와 ‘로마 백성의 구원자 성모’ 이콘이다. 청년 신자들과 함께 2021년 7월부터 앙골라·스페인 등에 이어 포르투갈 전국을 순회한 뒤 마침내 리스본에 온 것이다. 이처럼 WYD 상징물은 개막 약 2년 전부터 각지를 순례한 뒤 개최국에 도착한다. 그에 앞서 직전 개최국 청년들이 로마에서 다음 개최국 청년들에게 넘겨주는 과정을 거친다. 한국 청년들도 2025년께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포르투갈 청년들에게 십자가와 이콘을 전달받을 예정이다.
나무로 만든 3.8m 높이 순례자 십자가는 1983년 구원의 성년을 맞아 성 베드로 대성전 안에 세워졌다. 이듬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바티칸을 찾은 청년들에게 십자가를 건네며 당부했다. “사랑하는 젊은이들이여, 성년을 마치며 십자가를 여러분에게 맡기니, 전 세계를 다니며 인류를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표징으로 이를 보여주십시오.”
순례자 십자가는 본당에서 본당, 교구에서 교구, 국가에서 국가로 이동하며 5개 대륙 90개국을 누볐다. 1985년 공산 정권의 지배를 받던 체코 프라하와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직후의 미국 뉴욕, 2006년 내전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르완다도 찾았다. 때론 감옥이나 병원·대학·정글에도 들렀으며, 배나 썰매·트랙터로 운반되기도 했다.
2003년부터는 ‘로마 백성의 구원자 성모’ 이콘 사본도 순례에 동행했다. 6세기부터 로마 시민들이 역병 종식을 위해 그 앞에서 기도했다는 연유로 붙은 이름이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 성화를 젊은이들 가운데 현존하는 성모 마리아의 표징으로 여겼다. 높이 120㎝, 너비 80㎝의 원본은 로마 성모 마리아 대성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