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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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시오회 국제청소년지원단, 몽골의 광활한 자연 속에서 하느님의 향기를 찾아

제42차 국제청소년지원단 9명, 7월 24일~8월 4일 ''공동의 집'' 지구의 소중함 일꺠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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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청소년지원단이 이호열 신부 안내로 몽골 셀렝게주 일대의 하브찰로 가는 도중 광활한 대지 위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설립 첫새 방문했던 몽골 다시 방문
학생 교류뿐 아니라 기후위기 문제 공유
10월 28일 설립 20주년 기념 미사 예정


손 내밀면 잡힐 듯 선명한 구름과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나라. 양, 말떼가 지나가면 기다렸다 출발하는 차량들. 그래서 사람보다 가축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나라, 몽골이다.

2003년부터 도움이 필요한 전 세계 청소년들을 찾아 봉사하고 교류해온 살레시오회(관구장 최원철 신부) 국제청소년지원단(단장 박경석 수사)이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이번 제42차 국제청소년지원단은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9명과 함께 설립 첫해에 방문했던 몽골을 7월 24일~8월 4일 다시 찾았다.

특별히 이번에는 몽골 학생들과의 교류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을 위해 대자연의 광활함과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지구가 ‘공동의 집’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시간을 선사했다. 몽골인 학생들의 단순한 삶 안에서 지혜를 배우고, 대자연의 위대함을 체험한 국제청소년지원단과 11박 12일간 동행했다.
 

 


몽골, 대자연 속으로

국제청소년지원단은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일제히 탄성을 내뱉었다. 건물 하나 없이 드넓게 펼쳐진 평야에 선명하게 떠 있는 거대한 구름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광활한 하늘만큼이나 몽골의 땅도 드넓다. 인구는 300만 명을 웃도는 정도지만, 국토 면적은 남한의 15배에 이른다. 그만큼 몽골 내에서의 이동시간도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길다. 공항에서 국제청소년지원단의 거처인 몽골 다르항 돈보스코 청소년센터까지만 해도 버스로 5시간을 가야 했다.

4시간가량 걸린 비행의 피곤함은 온데간데없이, 창문 밖 진기한 풍경에 학생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말과 소, 양, 야크…. 한국에서는 동물원이나 시골에 가야 만날 수 있는 동물들이 길고양이처럼 자주 나타났다. 더구나 그들 무리가 길을 건널 때면 버스도 기다려야 했다. 동물들이 이동하는 길이 곧 횡단보도인 셈이다. 자연에 순응하고, 모든 피조물을 존중하는 그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몽골에서의 일정 전체를 이끈 센터 원장 이호열 신부(살레시오회)는 첫째 날 버스 안에서부터 학생들을 대자연 속으로 안내했다. “이 대자연을 만든 창조주 하느님의 존재를 느끼게 해주겠습니다. 여러분이 이곳에 온 이유는 바로 하느님께서 주신 원래의 복, 원복을 받으러 온 것입니다.”



센 베노!(안녕하세요)

몽골의 거대한 자연 품 안에 들어온 국제청소년지원단은 도착 이튿날 몽골 학생들과 처음 대면했다. ‘안녕하세요’라는 뜻의 몽골어 ‘센 베노’를 외치며 수줍게 들어오는 몽골 학생들과 마주한 시간이다. 외모도 비슷하지만, 낯설어하는 모습마저 한국 학생들과 똑 닮았다. 하지만 서로 챙겨주는 마니또 상대를 정하는 시간에 이어, 이 신부 주도로 진행된 마니또와의 율동 시간으로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마음의 벽은 사라지고 웃음을 되찾았다.
 

 

센터 마당에서 자유롭게 놀고 있는 한국, 몽골 학생들.

 


다르항은 몽골 제2의 수도로 불리지만, 센터가 위치한 구 다르항은 열악한 지역에 속한다. 하지만 몽골 학생들의 구김 없는 미소는 가난이 결코 행복의 척도가 아님을 보여줬다. 국제청소년지원단 학생들은 유독 순수한 미소를 지닌 몽골 학생들에게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다. 자연스러운 대화는 어려웠지만, 서로의 언어를 공유하고 미소로 소통했다.

센 베노를 자연스레 외칠 때 즈음, 마니또의 집을 방문했다. 집집마다 만두와 비슷한 몽골 전통 음식인 ‘보쯔’, ‘호쇼르’를 대접했고, 우유와 찻잎, 소금을 넣어 끊인 ‘수태차’ 등을 내놨다. 가축을 위해 풀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며 살아온 유목민들의 후예인 몽골인들에게 환대는 몸에 밴 문화다. 먼 길을 이동해야 하는 이웃에 대한 배려인 것이다. 냉장고조차 없는 집도 있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환대의 정도는 드넓은 초원을 닮았다. 한국 학생들은 마니또에게 배운 ‘암스테’(맛있다)라는 말로 수줍게 화답했다.
 

 


“다들 반갑게 맞이해 주셨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신중하게 선물을 고르는 거였는데….”

몽골을 떠나기 전날 마니또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지만, 미처 예상치 못한 몽골인들의 크나큰 환대와 정에 모두 아쉬운 한숨을 내뱉었다. 몽골 학생들은 정성 가득한 선물과 함께 많은 시간을 들여 한국어로 쓴 편지를 전했다. 편지를 받고 눈물을 보인 이두나(마리아 로메로, 15)양은 밤새 몽골어로 답장을 적어 다음날 마니또에게 전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SNS로 계속 연락하며 지내기로 했어요!” 그렇게 한국과 몽골 학생들의 연대는 시작됐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모두에게 열린 공간

국제청소년지원단은 마니또뿐만 아니라, 돈보스코 청소년센터를 방문하는 아이들과 학생들의 순수한 매력에도 흠뻑 빠졌다.

센터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을 받고 한국어와 기본 교양 수업 등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매력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오후가 되면 풋살장과 배구장, 농구장이 있는 센터로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해 센터는 이내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아이와 여성들도 자연스럽게 합류해 함께 땀 흘리며 하나가 된다. 실력이나 힘도 웬만한 성인 남자 못지않아 가볍게 진행되는 경기가 없지만, 그 와중에도 웃음은 끊이지 않는다. 몽골은 오후 8시가 넘어도 해가 지지 않는다. 덕분에 경기도 저녁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기 일쑤다.

첫날 한국 학생들은 학교에서 축구부로 활동 중인 김도현(다니엘, 15)군을 필두로 운동에 자신 있는 몇 명만 참여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학생들도 함께하기 시작했다. 축구를 처음 해봤다는 최지원(마리아, 20)씨는 생애 첫 도움을 기록하기도 했다.
 


“너무 재밌어요! 한국에서는 남녀가 같이 운동하는 경우가 드문데, 여기는 편견이란 게 없네요. 계속 남고 싶을 정도로 좋습니다.”

몽골 학생들은 이렇듯 함께 땀을 흘리는 즐거움을 알기에 그 시간 동안 스마트폰도 자발적으로 반납한다. 한국 학생들도 어느 순간 스마트폰 대신 공을 잡았고, 잔디밭에 앉아 대화하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김신현(시몬, 15)군은 그동안 갈고 닦은 기타 실력을 맘껏 뽐냈다. 그렇게 학생들은 어느새 서로를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벽화를 그리고 있는 학생들.


국제청소년지원단은 센터에 머무는 동안 예술가를 꿈꾸는 엄미루(17)양을 중심으로 벽화를 그리고 덧칠하며 공간에 매력을 더했다. 풋살장에는 새싹과 구름, 지구 등을 그려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살렸다. 센터 입구에는 빛바랜 기존 벽화를 덧칠하며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대부분 처음 해보는 작업이지만 행여 실수라도 할세라 붓을 꼭 쥐어 잡고 정성껏 그려갔다.
 

 


기후위기 국제 토론회

“분리수거부터 잘하고 사소한 일상에서 환경을 위해 신경 써야 한다고 여기지만, 패션에 관심이 많아 매번 새로운 옷을 장바구니에 넣곤 합니다”(박도현 소피아, 21)

“몽골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한국처럼 옷을 자주 사 입지는 못해요. 물려주는 문화로 살아가죠.”(몽골 학생)

살레시오회는 이번 국제청소년지원단의 교류활동 주제를 ‘기후위기 대응’으로 정한 만큼 현지에서는 이처럼 ‘공동의 집’ 지구를 생각하는 토론이 펼쳐졌다. 지원단 학생들은 사전에 ‘지구의 울부짖음’, ‘지속 가능한 삶’, ‘생태적 경제’, ‘해양오염 실태’ 등 각자에게 맡겨진 주제로 발표를 준비했다. 이에 맞춰 몽골 학생들도 토론에 참여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소박하지만 한국과 몽골 학생들이 펼치는 ‘기후위기 국제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패션에 대한 관심 탓에 지구 환경을 잘 위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한 대학생 박도현씨는 “개인 SNS에 올린 옷은 신비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평소에 잘 입지도 않아 스스로 부끄럽기도 하다”며 몽골 학생들은 어떤지 질문했다.
 

 


한 몽골 학생은 이에 “최근 울란바토르에서 입지 않는 옷 나눔을 했다”며 “대신 우리는 형제들이 많아 물려주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몽골은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가정이나 가게에서 분리수거를 해도 모으는 과정에서 모두 섞여버리곤 한다”고 설명했다.

노동욱(라파엘·17)군은 거시적인 시각으로 지구 환경을 생각했다. “환경 문제 개선을 위해선 국제 조직과 정부, 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욕망 자체를 억제하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에 탄소 배출 감소라든지 분리수거 시행 등을 법제화시킨다면 훨씬 큰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까요?”

불평등도 주요한 주제로 떠올랐다. 부유한 나라와 국민들의 사치로 인해 그 피해를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와 사람들이 받는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은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토론에 참여하면서 “생활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고 했다. 몽골 학생들은 “몽골도 일상에서 사소한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은 “누구에게 책임을 지울 게 아니라, 우리가 모두 지구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른 아침 센터 농장의 잡초를 뽑고 있는 이호열 신부와 학생들.


마크타알 은 탄드 바이흐 볼토가이(찬미받으소서)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몽골이지만, 지금은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피해국이다. 지난 60년간 몽골은 세계 평균기온보다 3배나 높은 2.1도가 상승했다. 그리고 20년 사이 1166개 호수가 사라졌다. 사막화도 빠르게 진행돼 몽골 전체 면적의 78까지 확대됐다. 이 신부는 “반면 기후변화로 인해 비가 자주 내려 나무와 식물이 잘 자라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신부는 이같은 변화에 맞춰 매년 센터 농장에 나무를 심고 있다. 잘 자란 나무는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준다. 학생들은 매일 아침 구슬땀을 흘리며 농장에 심어진 꽃과 나무 주변의 잡초를 뽑는 일에 동참했다. 학교 공부에만 매달리느라 언제 자연을 가꿔봤을까. 학생들은 모두 처음 해보는 잡초 뽑기에 배운 대로 곧잘 임했다. 한국 학생들의 손길이 몽골의 대자연 속 작은 땅뙈기를 일구며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해냈다.
 


아침 일찍부터 구슬땀을 흘린 학생들은 몽골의 자연 안에서 땀의 보상을 받았다. 센터에서 60㎞ 떨어진 셀렝게주 일대의 하브찰(낭떠러지)을 찾았다. 이 신부가 몽골에서 사는 이유라고까지 밝힌 곳이다. 하브찰로 가는 길 언덕에 서서 학생들은 손을 시계방향으로 돌리며 ‘호레~’를 3번 외치며 몽골의 전통 예식을 재현했다. 정월 초하루 해를 보며 자연의 복을 받는 예식이다. 예식은 마치 하브찰에 도착하기 전 마음의 준비를 하게끔 도와주는 듯했다. 직접 운전대를 잡은 이 신부는 도착 직전 모두 눈을 감게 했다. “하느님 창조의 순간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지구가 생명을 잉태하는 여성의 자궁과 같은 곳이라는 사실도 느꼈으면 합니다. 이제 눈을 뜨세요.”

일제히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어깨너머로 누나에게 사진을 배운 박규현(요한 사도, 16)군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지금 보는 광경의 감동이 사진과 영상에 안 담긴다”며 연신 감탄했다.

그리고 3일 뒤 학생들은 몽골에서 가장 큰 호수인 홉스골로 향했다. 센터와의 거리는 700㎞. 가는 데만 버스로 12시간이 넘는 길이다. 길도 고르지 않아 인내가 한계에 다다를 즈음, 바다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가 나타났다. 자연 안에서 치유를 경험하는 순간의 시작이었다. 학생들은 언제 힘들었냐는 듯 호수 주변을 떠나질 않았다. 맑은 물에 물수제비도 실컷 하고, 물에 몸을 담그기도 했다. 한국에서 봉사자로 동행한 어른들도 학생들과 함께 호수 주변을 걸으며 묵주기도를 바쳤다. 몽골 유목민의 상징인 게르에서 잠도 청하면서 학생들은 대자연 속에 녹아들었다.

 

국제청소년지원단이 몰골에서 가장 큰 호스인 홉스골에서 이호열 신부 주례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별을 찾아서

이호열 신부가 홉스골에서 봉헌한 미사 강론 주제는 ‘별’이었다. 이 신부는 강론 중에 사과를 수평으로 반을 잘랐다. 안에서 별 모양의 씨앗이 나왔다. 방향을 잘 잡으면 별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날 밤 학생들은 풀밭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자연 안에서 순수한 동심으로 빠져들고 있던 학생들에게 반짝이는 무언가를 느낀 걸까. 학생들이 “기자님도 같이 누워서 별 봐요”하는 권유에 “괜찮아, 너희가 별인데 뭘”이란 말이 바로 나왔다. 그 순간만큼은 밤하늘의 별보다 새로운 땅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더 빛났다.

기후위기 시대 속에서 ‘미래세대’는 주요한 화두다. 그 미래세대 스스로 별을 찾으며 공동의 집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구가 ‘공동의 집’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첫날 “여러분이 몽골에 오신 가장 큰 이유는 원복을 받기 위해서입니다”라는 이 신부의 말처럼 학생들은 어느새 자연 한가운데에서 하느님의 축복을 받고 있었다.

부모의 권유에 의해서든, 자발적으로 원했든 국제청소년지원단에 참여한 계기는 제각각이었지만, 12일간 이어진 몽골에서의 교류 시간은 자연을 만드신 창조주 하느님의 뜻과 소통하는 시간이 됐다. 아울러 대자연 속에서 섭리에 순응하며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사는 몽골의 또래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서도 저마다의 별을 찾기 시작했다.
 

 


박경석 수사는 “국제청소년지원단 경험 이후 NGO 활동을 하는 친구들도 있을 정도로 이 활동은 학생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다”며 “이번 여정으로 한 번에 변화되긴 어려워도 어떤 식으로든 분명 각자의 삶에 좋은 밑거름이 되는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살레시오회는 10월 28일 서울 살레시오회 관구관에서 지금까지 국제청소년지원단을 거쳐 간 이들과 함께 지원단 설립 2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하며 당시 느끼고 나눴던 소명을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다. 내년에는 라오스에서 아름다운 여정을 이어갈 계획이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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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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