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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동료회복지원가 : 중독자 위한 회복자본 (김용석 프란치스코,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중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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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중독은 고혈압, 당뇨병처럼 장기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혈압과 당뇨 관리를 위해 전문 치료 외에 운동, 식단관리 등이 필요하듯이 중독의 재발을 예방하고 더 나아가 중독 회복을 위해서도 다양한 방법의 적용이 요구된다.

중독문제도 전문 치료가 필요하나 전문 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독자의 비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예를 들면, 알코올중독으로 진단받은 사람들의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2.6로, 100명 중 2~3명만이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하는 정도다. 이는 다른 나라의 이용률과 비교해서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는 마약중독의 경우 치료·재활 인프라의 절대 부족, 마약 사용에 따른 법적 문제, 마약중독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해져 마약중독자의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훨씬 더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국내 마약 사용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알코올 및 마약 사용 인구의 증가는 중독문제 치료·재활을 위해 필요한 전문 인력의 부족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전문 치료 서비스만으로 중독자를 치료하고 이들의 사회적 기능을 회복하도록 돕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다.

중독은 병원 내에서 단기간의 치료를 통해서 완치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 관리받아야 하는 질병이다. 중독자를 꾸준히 관리하고 지원하는 자원이 필요한데, 그중 하나가 동료회복지원가이다. 중독과 회복과정의 경험이 있으면서 다른 중독자의 치료, 재활, 회복을 돕는 사람을 동료회복지원가(peer recovery support specialist)라고 한다. 동질성(homophily) 원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경향을 보이고 이들로부터 더 강한 영향을 받는다. 이를 중독자에 적용하면, 중독과 회복과정을 경험한 동료회복지원가로부터 제공되는 지원이 중독자의 회복에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동료회복지원가의 활용은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동료회복지원가는 중독과 회복과정을 경험했기 때문에 전문가보다 이해와 수용 면에서 더 탁월할 수 있다. 동료회복지원가는 중독자에게 회복에 대한 희망을 주고 회복과정을 동행하며 중독자라는 꼬리표를 제거하는데 더 뛰어나다.

둘째, 동료회복지원가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서비스 수혜자(동료 중독자)뿐 아니라, 제공자(동료회복지원가)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타인을 돕는 행위는 자신에게도 유익하다는 의미이다.

셋째, 국내에서는 마약중독자에 대해서 치료와 재활보다는 처벌 위주의 정책이 시행 중이고 마약중독자를 전과자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가 강하다. 이는 마약중독자의 치료·재활 서비스 접근성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같은 경험을 가진 동료에 의해서 제공되는 회복지원 서비스는 마약중독자의 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어 궁극적으로 이들의 치료·재활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동료회복지원가의 장점을 인식한 미국에서는 다수의 중독재활시설이 동료회복지원가를 활용하고 있으며 38개 주가 동료회복지원 서비스에 대해서 수가를 인정하고 있다.

중독자 치료·재활 인프라가 부족하고 서비스 이용률이 매우 낮은 국내 현실에서 동료회복지원가를 양성하여 이들을 중독자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시점이다. 중독과 회복과정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동료회복지원가를 중독자 회복을 위한 핵심 회복자본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확산하여 이들이 중독자 회복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기를 기대한다.



* 김용석 교수님이 ’동료회복지원가’는 붙여서 써주면 좋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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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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