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10월 4~29일)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한 ‘함께 걷기’ 과정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로마에서 함께하는 총회로 한 회기를 정리하며 보편 교회가 새롭게 시작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자리다. 이를 앞두고 지난 6월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는 첫 회기 정기총회에서 사용할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을 발표했다. 의안집은 지금까지 지역별, 대륙별 시노드를 거치며 나온 결실인 ‘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지역 교회 전체 목소리가 담긴 중요한 문서이자, 이번 1회기 총회의 기초자료이기도 하다. 교황청은 의안집을 통해 지금까지 시노드 여정이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정리했고, 정기총회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될 ‘핵심 질문’이 무엇인지 제시하고 있다. 눈앞으로 다가온 시노드 정기총회 첫 회기를 준비하며, 총회에서 다뤄질 의안집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로마에서의 시노드 모습을 예상해봤다.
의안집의 구조
의안집은 크게 2부로 구성돼있다. 전체 A4용지 52페이지(한글 번역본 기준) 분량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제1부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라는 주제 아래 지나온 여정과 그 결실을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의 특징적 표징은 무엇인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제시하고 있다.
제2부는 총회에서 식별을 요청하는 세 가지, 즉 ‘친교, 사명, 참여’와 관련된 핵심 질문들을 담고 있다. 각 질문은 △친교와 관련해 어떻게 해야 교회가 더 충만하게 하느님과 이루는 결합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자 도구가 될 수 있나? △교회의 사명, 즉 선교를 위해 어떻게 임무를 공유할 수 있는가? △참여와 관련해서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선교적 교회를 이루기 위한 절차와 구조ㆍ제도는? 등이다. 이어 교황청은 의안집 마지막에 2부에서 제안한 친교와 사명, 참여와 관련된 세 질문을 바탕으로 각 5개씩 현안과 관련된 구체적인 질문을 정리해 둔 ‘작업 목록(Worksheets)’을 만들었다. 작업 목록을 만든 이유는 정기총회 참석자들이 각 주제와 관련해 다양한 관점에서 질문하고, 접근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시노드 여정과 그 의미
의안집은 “지금까지 시노드 여정의 가장 큰 의미는 ‘시노달리타스’의 실천에 있다”고 평가했다. “‘시노달리타스’라는 추상적이거나 이론적인 용어가 구체적 경험 안에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의안집은 또 하느님 백성의 소리를 경청하는 것으로부터 시노달리타스의 진정한 의미를 점진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교회의 사명 속에서 구체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봤다. 의안집은 시노드 여정을 거치며 참여한 이들이 “주님과의 유대, 사람들 사이의 형제애, 그리고 교회에 대한 사랑을 키우는 신앙 안에서 만나는 기회를 얻었다”며 “오늘날 교회의 삶에서 환대와 식별이 부족한 몇몇 문제를 복음적 방법으로 마주하는 장이 형성됐다”고 밝히고 있다.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란
시노드 여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만드는 것이다. 의안집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 여정을 통해 나→우리, 아울러 단편ㆍ획일화→다양성을 꾀했다는 점에 의미를 더욱 촉진했다고 밝힌다.
의안집은 시노드를 살아가는 교회의 특징적인 표징으로 △세례성사로부터 유래하는 공동의 품위에 대한 인식 △경청하는 교회 △겸손하고 용서를 청하는 교회 △‘다름’ 사이에서 만남과 대화를 실천하는 것 △모두에게 열려 있고 모두를 환대하는 교회 △사랑과 진리의 관계를 깊이 이해하라는 부르심을 정직하게 마주한 교회 △일치의 표징으로서 자신의 소명을 더욱 충만하게 구현하는 교회 △식별하는 교회 등의 모습을 제시했다.
의안집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만들려는 노력을 통해 “나에서 우리로의 이동을 촉진하면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동시에 유일한 성령에 의해 하나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교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로 나아가는 방법은
의안집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로 나아가는 방법 역시 제안한다. 먼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될 수 있는 원동력을 전례 안에서 찾는다. 의안집은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전례헌장」 10항)인 전례 안에서, 특히 성체성사에서 거행하는 신비로 끊임없이 양육된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로 나아가는 길은 ‘시노드 방법’, 즉 ‘성령 안에서의 대화’로 구체화된다.
의안집은 총회 이전 시행된 지역별, 대륙별 시노드 단계를 거치면서 “시노드 방법을 통해 형제자매에 대한 경청을 넘어 성령의 부르심에 대한 경청, 그리고 성령으로부터 사명을 받는 체험의 장이 됐다”고 말한다.
성령 안에서의 대화, 즉 시노드 방법은 교회의 오랜 전통에서 출발한다. 대표적 사례가 부활하신 주님께서 엠마오로 가는 길에 두 제자를 만나는 이야기이다.(루카 24,13-35) 복음 속 두 제자처럼 시노드 방법은 참여자들의 친교를 형성하고 ‘선교적 역동성’을 불러온다.
로마에서의 1회기 시노드 총회는 이 같은 시노드 방법이 교회에 체화될 수 있는 방향성을 더욱 명확히 제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령 안에서의 대화
의안집은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세 단계로 설명한다. 각자의 경험과 기도를 이야기하고 다른 이의 말을 듣는 ‘말하고 듣기’ 단계, 다른 이들의 이야기 가운데 자신에게 울림을 준, 혹은 자신 안에 저항감을 일으킨 것을 나누고 성령께서 이끌어 주시도록 맡기는 ‘다른 이들과 하느님께 공간을 내어주기’ 단계, 마지막으로 성령 안에서 대화의 열매를 식별하고 거두어들이는 ‘함께 구축하기’ 단계다.
각 단계 사이사이에는 침묵과 기도를 통해 부름 받은 문제에 이바지할 준비 단계를 갖고, 마지막에는 마침 기도를 바치며 마무리한다. 의안집은 “구체적인 상황들 안에서 이 단계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그럼에도 항상 이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 세 단계를 결합한 의도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나아가는 방식의 특징”이라며 “이 방법을 위한 양성, 특히 여기에 참여하는 공동체를 동반할 수 있는 협력자들의 양성은 모든 세례 받은 이들을 위하여 우선적인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성령 안에서의 대화를 위한 양성을 거치면서 우리는 진정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보편 교회는 의안집을 통해 제안한 방법을 토대로 모든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경청하고, 성령을 통해 식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단계를 제안하며 교회가 지닌 고유의 영적인 힘이 발휘되는 방안을 나눌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