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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만물을 소중히 여기십니다(김사욱 시몬, 「기후위기와 생태영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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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한 달 동안 지속된 장마와 전 국민을 긴장시킨 태풍 카눈은 이전 장마와 태풍과는 다른 양태였다. 7월 장마는 전국적으로 최대 7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며 인명 피해를 포함한 산사태와 침수 등을 불러왔다. 이는 ‘대기의 강’ 영향이었다. 태풍 카눈은 지금껏 보지 못한 경로로 한반도를 15시간에 걸쳐 남북으로 이동했다.

미국기상학회에 의하면, 대기의 강은 ‘일반적으로 온대 저기압의 한랭전선의 전면에 존재하는 하층 제트기류에 의해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길고 좁은 수증기 흐름’이다. 대규모로 농축된 수증기 구름의 흐름이 마치 하늘에서 강이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 대기의 강이 중국 쪽 대륙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북쪽 사이를 타고 흘렀다. 지난 2020년 발생한 54일간의 장마도 대기의 강 영향이었다.

태풍 카눈은 작년에 발생한 태풍 힌남노와 같이 해수면 온도를 따라 갈짓자로 움직이다가 상륙했다. 태풍과 대기의 강, 엘니뇨 등은 자연적인 대기 및 해수 순환이다. 그러나 이러한 순환이 강력해져 피해가 컸다. 이 문제를 파악하려면 올봄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 온도를 살펴봐야 한다. 올해 동해 해수면 온도는 1991~2020년 평균 온도보다 1.8℃ 상승했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한 이유는 러시아 북극 쪽 카라해와 바렌츠해의 급속한 해빙 감소를 몰고 온 온난화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지역의 온도가 올라가면 북태평양 고기압이 더욱 발달하게 된다. 이로 인해 북태평양 블로킹이 발생하고 편서풍인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카눈이 동해안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거의 직선 방향으로 올라왔다.

그렇다면 대기의 강으로 불려지는 7월 장마는 어떨까? 이 역시 봄철 해수면 온도상승이 세계 평균보다 1.6배가 높았던 영향이다. 북극해의 해빙 속도는 작년에 이미 임계치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한 논문도 나왔다. 지난 4월 전 세계 해수면 평균 온도는 21.1℃로 최고치를 갱신, 예상치 못할 만큼 급속도로 상승했다. 세계기상기구는 향후 5년 중 최소 1년은 산업화 이전보다 1.5℃를 초과할 가능성이 66에 달한다고 예측했으나, 한반도는 이미 티핑포인트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장마와 카눈으로 농작물은 많은 피해를 입었다. 무농약 농사를 짓는 필자도 일사량 부족과 저온현상 등으로 노지 양배추, 수박, 참외, 토마토 등 여러 채소에 뿌리썩음병과 잎마름병이 와서 일부만 수확할 수 있었다. 고추는 이례적으로 응애가 대량으로 발생하여 피해를 입혔다. 앞으로는 폭우뿐만 아니라 극심한 가뭄도 올 것이고, 피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농업용수가 부족했을 때, 서로 자기 논에 물을 대려고 살벌하게 싸우는 모습을 본 경험도 있다. 태풍 카눈의 이동 경로도 적어도 2070년 이후에나 발생할 경로였다는 것 역시 기후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기후문제는 정치적으로 ‘좌우’ 구별없이 모든 국민에게 피해를 입힌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정쟁만 일삼고 있어 국민은 각자도생이라도 해야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번 장마의 대기의 강과 태풍 카눈이 보여주었다. 정부도 탄소중립 목표 실천을 유엔에 제출할 보고서 정도로만 여기고 있고, 실행계획도 부족하다. 그에 비해 우리 교회는 구체적 행동 지침도 제시하고 노력하고 있다지만, 전 교회적으로 함께 행동하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하느님께서 소중히 여기시는 만물(지혜 12,16 참조)이 고통받는 현장인 집중호우, 태풍에 대해 본당들은 얼마나 공감하고 있을까. 이를 위해 행동으로 나서지 않으면 우리가 사는 이 대지 안에서 인간의 구원과 만물의 구원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김사욱 시몬 / 「기후위기와 생태영성」 저자



* 첨부한 사진으로 교체를 요청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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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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