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한 달 뒤 열리는 제1회기(10월 4~29일) 기간에만 총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한 ‘함께 걷기’ 과정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경청하고 나눠야 할 이야기와 경험이 너무나 많았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드 총회를 올해와 내년까지 2회기에 걸쳐 진행한다고 선포했다. 더 성숙한 결실을 얻기 위한 결단이었다. 그렇다면 참석자들은 내년 10월에 예정된 제2회기를 앞두고 열릴 올해 총회에서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논의할까. 지난 6월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가 발표한 정기총회의 기초자료인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의 내용을 살펴보고, 이번 정기총회의 목표와 모습을 예상해 봤다.
정기총회 제1회기의 목표
오는 10월부터 진행될 시노드 정기총회 제1회기는 내년 10월 열릴 정기총회 제2회기의 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 한 번의 총회만으로는 세계주교시노드의 핵심 주제인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 친교, 사명, 참여’와 관련한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를 경청하고, 식별할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보편 교회는 이번 제1회기 동안 시노드 방식으로 이뤄야 할 ‘심화 과정’의 밑그림을 그리고, 그 결실을 거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후 교회는 1회기에서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내년에 열릴 2회기 정기총회에서 ‘식별’을 완료한다. 이어 두 번에 걸친 정기총회에서 식별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로서 성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교황에게 제출하게 된다.
총회, 어떻게 진행될까
기본적으로 정기총회는 의안집에 포함된 ‘작업 목록(Worksheets)’에서 제안한 질문들을 다룬다. 총회 참석자들은 ‘전체 모임’(Congregationes Generales)과 ‘그룹 작업’(Circuli Minores: 소모임 회기)을 번갈아가며 참석(「주교들의 친교」 14항)하며 의안집이 제안한 다양한 주제를 논의한다.
각 모임은 ‘성령 안에서의 대화 방법’(가톨릭평화신문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어떤 내용 다루나 <상>’ 참조)을 통해 진행된다. 참석자들은 성령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기도, 묵상 속에서 부름 받은 문제에 이바지할 준비를 한다. 이처럼 경청과 식별의 과정을 거쳐 ‘대화의 열매’를 거둬들이게 된다.
교황과 추기경·주교단을 비롯한 고위 성직자뿐만 아니라, 전체 참석자의 20가 넘는 ‘비(非) 주교’ 대의원들이 각자 부름 받은 역할을 통해 ‘친교, 사명, 참여’와 관련한 경험을 나눈다. 일부 비주교 위원들에게는 주교 시노드 역사상 최초로 투표권도 부여될 예정이다.
정기총회에서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교회 통치 전반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여기에는 교회 내에서의 여성의 역할과 성소수자 등 첨예한 논란이 예상되는 주제들도 포함돼 있다. ‘이혼ㆍ재혼한 이에 대한 환대 문제’, ‘전례의 토착화’ 등과 같이 이미 오래전부터 교도권 차원에서 문헌(가정에 관한 시노드 후속 권고 「사랑의 기쁨」, 경신성사부 훈령 「합법적 다양성」)을 내고 발전을 이룬 문제임에도 지역·대륙별 시노드 단계에서 제기된 문제들 역시 다뤄질 전망이다.
교황청은 “관련 질문이 계속해서 나온다는 사실을 성급히 무시할 수 없으며, 총회는 이를 논의하는 탁월한 장이 될 것”이라며 “총회는 이전 문서들이 제안한 내용을 실현하는 데 방해가 되는 실제ㆍ인식적 장애물을 탐구하고 식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안집 ‘작업 목록’의 구조와 활용법
의안집 ‘작업 목록’은 총회 논의를 시작하는 ‘출입문’ 역할을 하게 된다. ‘작업 목록’은 시노드 여정의 세 가지 핵심 질문(‘친교, 사명, 참여’)과 그 안의 구체적인 질문들을 정리해둔 목록이다. 논의할 내용을 정리한 일종의 ‘계획표’다.
이 목록은 총회를 위한 성령 안에서의 대화, 그중 개인적 준비 단계에서 활용된다. 참석자들은 작업 목록을 통해 각 질문 내용의 개괄적인 설명을 듣고 ‘식별을 위한 질문’을 제안받는다. 나아가 작업 목록은 각 질문에 대해 심화해 성찰할 내용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친교’라는 주제와 관련한 첫 논의 주제는 ‘사랑에 대한 봉사, 정의 및 공동의 집 돌봄의 임무가 어떻게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 안에서 친교를 증진시키는가?’이다. 이어 작업 목록은 봉사ㆍ돌봄과 관련된 개괄적 설명, 즉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를 제시한 복음과 공동의 집을 돌보기 위한 초대, 일상화된 이주 문제, 파편화되고 양극화된 세태 등 관련 배경에 대한 설명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어 ‘식별을 위한 질문’이 주어진다. 이는 해당 논의 가운데 가장 중점적으로 성찰해야 할 내용이다. ‘가장 끝자리에 있는 이들을 더 주인공으로 만들 방법’ 등이 해당한다. 식별을 위한 질문 뒤에는 현재의 교회와 사회는 물론, 참석자 스스로 행동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10여 개의 질문이 나열된다.
이처럼 작업 목록 안에는 친교, 사명, 참여와 관련해 각 5개씩 모두 15개의 ‘논의해야 할 작업 목록’이 던져진다. 그 아래 제시된 식별을 위한 질문과 성찰을 위한 질문까지 합치면 100개를 훌쩍 넘는 많은 양의 질문에 대의원들이 답해야 한다. 이는 총회를 2회에 걸쳐 열어야 하는 현실적 배경이기도 하다.
작업 목록을 통해 살핀 논의 주제
그렇다면 교황청은 의안집을 통해 어떤 논의 주제를 제시하고 있을까? 의안집은 먼저 ‘친교’라는 핵심 단어와 관련해 △사랑에 대한 봉사, 정의 및 공동의 집 돌봄의 임무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 안에서 친교를 증진하는 방법 △시노드 교회를 통한 ‘자애와 진실의 만남’(시편 85[84],11)이란 약속 실현 △동방 교회와의 역동적 선물 교환 관계 증진 △교회 일치 운동 쇄신을 통한 사명 수행 강화 △각 문화의 풍요로움을 인정하며 종교 간 대화를 발전하는 방법 등에 관해 논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주민과 젊은이, 노인, 성소수자 등 소외된 이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지역 교회의 다양성 조화와 교회의 보편성 증진, 시노드 교회에서의 동방 가톨릭교회의 역할, 타 종교 신자와의 관계 구축, 디지털 중심의 환경 속 교회의 방향 등의 주제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사명’ 키워드에서는 ‘선교하는 교회’에 대한 내용이 중점적으로 다뤄진다. 구체적으로는 △사명의 의미와 내용 인식 공유 방법 △시노드 교회가 ‘온전히 직무적인’ 선교적 교회이기 위한 길 △세례성사를 받은 여성들의 역할 증진과 활동 강화 △세례성사로 받은 직무와 수품 직무 사이의 관계 △주교 직무의 쇄신 등이 핵심 논의 주제로 꼽힌다. 이를 통해 교회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세례성사의 가치를 확고히 하는 것은 물론, 교회 구성원들 간의 관계와 역할을 다시금 성찰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참여’와 관련해서는 △선교적 교회에서 권위의 봉사와 책임 수행 쇄신 △식별 수행과 결정 과정에서의 시노달리타스 방식 적용 △선교적 교회가 되기 위한 구조 발전 방안 △지역 교회 연합체 구성 관련 시노달리타스와 단체성 형태 △시노드 제도 강화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교회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선교적 교회를 만들기 위한 구조와 제도를 고민하는 것은 물론, 교회가 사용하는 언어의 쇄신 등과 관련해 의견을 경청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찾아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