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이어폰을 끼고 등교하는 6학년 어린이를 만났다. 무슨 음악을 듣는지 궁금해 “들어봐도 되느냐”고 물으니 한쪽 이어폰을 건네준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온 것은 요즘 한창 유행하는 랩. 그날의 만남이 ‘학생들에게 기후위기를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나에게 영감을 주었다.
며칠 뒤 ‘2021년 청소년 필(必) 환경 랩·노래 공모전’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고, 랩을 좋아했던 어린이가 떠올랐다. 그 어린이를 만나 “환경을 주제로 노래를 만들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더니, “해보겠다”고 하면서 혼자는 어려우니 팀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렇게 탄생한 ‘넵스(Nature Earth Protect Save)!’. 여름 방학식 공연을 목표로 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개학식 공연을 목표로 준비했다.
기후위기 내용을 중심으로 가사를 쓰고, 프로그램을 이용해 비트를 만든 다음 비트에 맞춰 노래 가사 영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여름 방학 내내 자신의 파트를 개별 연습하고, 안무는 다 같이 모여 연습했다. 개학이 가까워지면서 아무래도 라이브 공연보다 녹화 방송이 안전하겠다 싶어 방송실 선생님께 촬영을 부탁했다. 어린이들의 계속되는 실수에 촬영이 길어졌지만, 어린이들은 함께하는 즐거움에 자신들이 만든 노래를 불렀다.
어린이들이 직접 가사, 음원, 안무, 의상, 영상, 무대배경을 하면서 자신 안에 있는 끼와 재능을 마음껏 펼쳤고, 친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하나 되는 경험을 맛보았다. 그렇게 넵스의 노래 ‘We need Earth and Earth needs us’는 개학식 GBS방송으로 세상에 나왔다. 후배와 친구들에게 많은 관심과 인기를 끌게 됐고, 졸업한 넵스는 중학생이 돼 각자의 자리에서 또 세상을 위한 노래를 만들고 있다.
지구를 지켜야 해/ 우리 편리 위한 것들/ 결국 쓰레기/ 우리 코앞에 와 있는/ 기후위기/ 이젠 막아야 해/ 아픔을 느껴봐/ 위기를 알려봐/ 지구의 고통을 나눠봐/ 이제부터 텀블러, 손수건, 에코백은 필수/ 언제나 reduce reuse recycle/ 이 세 가지만 기억해/ 지금부터 시작하자.(We need Earth and Earth needs us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