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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미지급율 80%...''나쁜부모'' 첫 형사재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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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인천지법에서 열리는 형사재판까지 4년의 시간을 기다린 김은진씨는 전 배우자 B씨에게 양육비 9000여만 원을 받기 위해 관할 검찰청 앞에서 무기한 1인 시위를 이어왔다. 사진=김은진씨 제공


양육비를 주지 않는 일명 ‘나쁜 부모’에 대한 첫 형사재판이 10월 11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서 열린다. 2021년 7월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감치명령을 결정 받고도 1년 안에 미지급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형사 처벌할 수 있게 된 지 2년여 만이다. 우리나라 최초 사례다. 재판에서 선례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만큼, 앞으로의 양육비 미지급자들에 대한 처분에 영향을 미칠 첫 판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해당 재판의 원고인 박지은(44, 전남 여수시)씨는 피고이자 전 배우자인 A씨와 2017년 이혼한 뒤 세 자녀를 양육해왔다. A씨가 지급하지 않은 양육비는 총 4000여만 원. 수차례 법적 조치를 거친 끝에 겨우 형사소송을 할 수 있게 됐다.

박씨는 하루 10시간 넘게 식당에서 일하면서 생계를 이끌어가고 있다. 어느덧 대학생이 된 첫째 아이는 엄마를 도와 돈을 벌어야겠다며 지난 학기 학교를 휴학하고 난 뒤 복학하지 못한 상태다. 박씨는 “큰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양육비를 받기 위해 박씨가 거친 지난한 과정을 모두 지켜본 아이들은 “아빠가 우리를 버렸다”고 말하곤 한다. 양육비를 정당하게 지급하지 않는 것이 단순히 부모 간의 채무관계가 아닌 ‘아동학대’라고 불리는 이유다.

오는 11월 열리는 형사재판까지 4년의 시간을 인내한 김은진(44, 인천시 부평구)씨도 전 배우자 B씨에게 양육비 9000여만 원을 받아야 한다. 초등학생에 불과한 두 자녀가 나이에 맞지 않게 의젓한 모습을 볼 때면 모두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속상할 따름이다. 김씨는 “월 65만 원 정도인 아이들의 학원비를 두 달째 못 내고 있다”며 “돈을 벌기 위해 아이들 저녁밥도 차려주지 못한 채 집에서 나와 다음 날 아침까지 공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아픈 부모님과 두 자녀의 생활비를 감당하기엔 벅차다”고 눈물을 훔쳤다.
 

김은진씨가 두 자녀에 대한 양육비 9000여만 원을 받기 위해 전 배우자 B씨와 나눈 휴대폰 메시지 내용이다. 사진=김은진씨 제공


양육비 문제로 B씨에게 연락할 때면 “법대로 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미치는 우리나라의 법적 구속력이 얼마나 미약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씨는 “소장을 받지 않는 전 배우자를 상대로 감치 결정을 이끌어 내려고 틈만 나면 그의 직장과 자택을 찾아갔다”며 “감치 결정을 받고도 할 수 있는 제재는 운전면허 100일 정지 수준 등으로 너무나 미약해 형사소송까지 결심하게 됐는데, 재판이 꼭 열릴 수 있도록 관할 검찰청 앞에서 비를 맞으며 무기한 1인 시위를 진행했다”고 지난날을 전했다.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구 배드파더스)’을 운영하는 구본창 대표는 “심지어 노사관계에서 임금 체납도 형사 처벌되는데, 양육비 미지급 행위가 아이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아동학대라는 것이 인정되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이를 반영한 양육비 이행법 개정안이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지급 양육비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최대 1000만 원의 벌금형이나 집행 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선 안 된다”며 “개정된 양육비 이행법이 그림의 떡이 되지 않도록 반드시 실형으로써 양육비 미지급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단법인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 이영 대표 또한 “그동안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조치는 양육비 이행을 유도할 수 있는 정도가 못됐다고 할 정도로 미약했다”며 “이번에 이뤄지는 재판 결과가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한부모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형사소송까지 진행한 한부모들은 최소 2년 반 이상이 소요되는 절차들을 모두 거친 이들”이라며 “제대로 판결이 나오지 않을 경우, 다시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하기에 많은 이가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제대로 된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양해연의 회원 수는 1만여 명 수준. 그러나 지난달까지 양육비 미지급자를 상대로 형사소송을 진행한 사람은 15명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는 “부모의 사랑만으로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어려움이 있다”며 “자녀가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양육비는 부모의 선택에 대한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자들에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지켜내는 미혼·한부모의 선택을 함께 응원할 필요가 있다”며 “그들의 사정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연대하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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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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