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처벌만이 능사는 아냐" … 수사록 「엄마 젖이 달았어요」 출간
[앵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4년, 추석 당일 아침, 세상을 경악케 하는 소식이 전파를 탔습니다.
‘지존파’ 사건이죠.
당시 ‘지존파’ 일당 검거를 주도한 서울 서초경찰서의 고병천 전 수사과장은 말했습니다.
모든 범죄는 빈곤에서 비롯된다고.
김현정 기자가 은퇴한지 15년이 된 고병천씨를 만나 신앙과 범죄예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기자] ‘지존파’ 일당이 끔찍한 범행을 벌인 동기는 ‘부유층에 대한 반감’이었습니다.
이들은 1994년 9월 서울 서초경찰서 고병천 강력반장과 형사들에 의해 검거되고 이듬해 모두 형장의 이슬이 되었습니다.
1976년 순경으로 임관한 고병천씨는 지난 2009년 은퇴 직전까지 30년 넘게 형사로 재직하면서 강력범죄 수사를 주로 담당했습니다.
‘살인 공장’을 만들어놓고 부유층을 겨냥해 엽기적인 납치살인 행각을 벌인 지존파, 살인을 목적으로 택시를 몰고 다니며 여성 승객들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온보현이 그의 손에 붙잡혔습니다.
천생 강직한 형사였던 그에게서도 비켜가지 못한 세월의 흔적이 보였습니다.
<고병천 요한사도 / 전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과장>
“(퇴직 후 어떻게 지내셨어요?) 몸이 좀 아파서 투병하면서, 공부도 하고, 또 박사 논문도 통과하고 나머지 시간은 책도 쓰면서 명상 하고 기도하면서 살았습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그의 집안 곳곳에는 예수님과 성모님상이 보였습니다.
<고병천 요한사도 / 전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과장>
“예수님은 제 삶에 기본이고 그 삶의 기본을 인도하는 분이시라고 생각하고요.”
그는 이달 초 수사록 「엄마 젖이 달았어요」를 출간했습니다.
<고병천 요한사도 / 전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과장>
“제가 33년 동안 했던 취급했던 범죄들 중에 11가지를 선정해서 좀 이미 국민들 머릿속에 기억이 되어 있는 범죄가 많습니다. (후배 형사들이) 수사 기법도 배우고 또 일반 국민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범죄를 내가 어떻게 피해 나갈 수 있는지 이런 것들 위해서… ”
다소 생뚱맞은 책 제목은 지존파 일당 중 한명이 어머니를 살해하기 직전 어린 시절 생각에 어머니 젖을 물어보고는 범행 계획을 접었다는 일화에서 따왔습니다.
<고병천 요한사도 / 전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과장>
“그 이야기를 저한테 할 때 저는 너무 깜짝 놀랐어요.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될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밖에 없었고… 엄마를 생각하는 그 순간에 선한 생각이 들었다는 것은 인간은 모두가 다 이렇게 엄마를 생각하면 선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닌 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지존파 일당들에게 회개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묵주반지를 선물로 줬다고 합니다.
<고병천 요한사도 / 전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과장>
“(지존파 일원) 5명에게 줬는데, 그걸 받으면서 어리둥절해 했어요. 이게 뭐냐고. 반지를 주니까. 그래서 제가 좀 설명을 했죠. 묵주반지에 대해서. 교도소에서 (지존파 일원 중 한명에게서) 마지막에 온 편지가 (내용이) 뭐냐면은 저희는 ‘지존파’가 아니라 ‘하늘나라’ 팝니다.”
33년간 강력 범죄만을 다뤄온 그가 내린 결론은 빈곤이 범죄자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고병천 요한사도 / 전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과장>
“(제가 담당했던) 강력 범죄의 모든 범죄자는 거의 100가 가난 속에서 어렵게 성장하고 어렵게 살아왔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선 절대적인 가난부터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고, 모든 시민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고병천 요한사도 / 전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과장>
“최소한도 국가, 정부가 나서서 이걸(절대적 빈곤을) 타파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어려서부터 교육과 어떤 시설과 이런 것들이 계속 존재하면서 백년대계를 보고 범죄를 예방해야 됩니다.”
또 최근 대두된 사형제 부활과 강력처벌이 능사는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고병천 요한사도 / 전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과장>
“(처벌에 앞서서) 반드시 국가가 먼저 그 (절대 빈곤) 대책을 해놓고 그 다음에 강력한 처벌을 통해서 예방을 해야만 그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PBC 김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