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신자들의 뜨거운 박수 속에 성 김대건 신부 성상을 덮은 흰 천이 서서히 내려갑니다.
두 팔을 벌린 채 갓을 쓰고 도포를 두른 김대건 신부의 성상의 모습이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한국 주교단을 비롯해 한국 평신도들과 사제, 수도자 400여명은 두 손을 모은채 김대건 신부 성상 제작을 기뻐했습니다.
동양 성인의 성상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 설치된 건 교회 역사상 처음입니다.
축복식은 김대건 신부의 순교 177주년이 되는 날인 현지시간 16일 성 베드로 대성전 수석 사제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의 추례로 거행됐습니다.
감베티 추기경은 "김대건 신부를 시작으로 각 민족과 나라를 대표하는 성상을 성 베드로 대성전에 모실 것"이라며 "오늘의 축복식이 동서양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걸어가길 바라는 희망의 표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감베티 추기경과, 유흥식 추기경, 염수정 추기경은 김대건 신부 성상에 성수를 뿌려 축성했습니다.
축복식 이후 로마 한인 본당 청년 4명이 준비한 사물놀이가 이어졌습니다.
사물놀이 박자에 맞춰 신자들과 사제, 수도자 그리고 주교단 모두 박수를 치며 열띈 호응을 보냈습니다.
축복식에 앞서 오후 3시에는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의 주례로 성 김대건 신부 성상 설치 기념 미사가 봉헌됐습니다.
유 추기경은 김대건 신부 순교 177주년을 맞아 성상을 봉헌하는 일이 역사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라며 "참으로 벅차고 감격스럽고 경이로운 일"이라고 말하며 감정에 북받친듯 울먹였습니다.
<유흥식 추기경 /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그분이 순교하신 당일 바로 천상 탄신일을 기념하며 성상을 봉헌하는 일은 저희가 처음 겪는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참으로 가슴이 벅차고 감격스러운 경의로운 사건으로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하느님 고맙습니다. 성모님 고맙습니다. 한국의 순교자들이여, 장한 순교자들을 닮는 그런 삶을 살도록 저희가 노력하겠습니다."
유 추기경은 또 신자들에게 "한국 순교자들의 후손으로 한국의 첫 사제 순교자셨던 성 김대건 신부의 삶을 본받자"고 청했습니다.
이날 기념 미사와 축복식에는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와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전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 청주교구장 김종강 주교, 부산교구 신호철 주교가 참석했습니다.
바티칸에서 CPBC 김정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