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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37)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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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에서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하셨는데, 새 부대는 어떤 것을 의미하나요?

주님께서 하신 말씀은 가끔 곡해돼서 악용되기도 합니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을 제거하려 할 때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이 말씀은 삶의 방식에 대한 비유적 표현입니다. 사람의 삶의 상태는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더 좋아지거나 더 나빠지거나 하지, 정지한 채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치 흘러가는 강물에 띄운 배와도 같은 것이 사람의 삶입니다. 그런데 과거에 매여서 한발자국도 앞으로 내디디질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사에 매달려서 사는 사람들은 왜 그런 것인가? 그것을 강박적으로 생각하는 행위가 역설적으로 지금의 고통을 경감시킨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강박적 회상의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과거의 손실에 대한 회상 - 신체적·정신적 긴장 고양 - 욕구 좌절과 무기력 - 눈물을 흘리면서 긴장 방출 - 무감각한 상태에서 잠시의 평온함을 체험’

이런 과정에 익숙해지면 과거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과거에 매여 있으면 현재의 삶이 방향성을 잃게 되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피곤해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과거사는 흘려보내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의미는 정치제도적인 것입니다. 인류의 생존은 끊임없는 생각과 그 생각을 실행해나가는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통해 이뤄져 왔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고 구태의연한 나라들은 역사 안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간혹 새로운 것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면서 구관이 명관이란 식으로 과거지향적인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과거에 실패한 것들을 다시 사용하려고까지 합니다.

이들은 언어조차 오래전 폐기된 것들을 다시 사용합니다. 새로운 언어가 아닌 구닥다리 언어와 사고방식을 사용하려고 하는 것은 그 나라를 퇴행하게 하는 것인데도 새로운 공부를 하지 않는 무지함으로 인해 과거로, 심지어 왕조시대로 돌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은 국가성장의 걸림돌입니다.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해묵은 논쟁을 해왔습니다. 빨갱이 논쟁. 신상털이용 피 냄새가 나는 용어,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잔인한 학살을 자행하게 한 용어인데 다시 등장했습니다.

이런 퇴행적이고 극단적이고 적대적인 용어들은 그 나라를 성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침몰하게 합니다. 극단적이고 잔인한 용어는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쓰게 되는데 이것은 사람을 괴물로 만듭니다. 역사상 수없이 많은 학살극이 극단적인 언어에서 비롯됐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2000년 전 주님의 말씀을 되새겨볼 시간입니다.


■ 마태 9,14-17

그때에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께 와서, “저희와 바리사이들은 단식을 많이 하는데, 스승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아무도 새 천 조각을 헌 옷에 대고 꿰매지 않는다. 헝겊에 그 옷이 땅겨 더 심하게 찢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는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그래야 둘 다 보존된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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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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