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님은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는 말씀을 종종 하시는데, 이 말씀은 어떤 의미인가요?
“딸아, 용기를 내어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혈루증에 걸린 여인이 주님의 옷자락 술에 손을 대자 주님께서 여인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 말씀은 복음에 나오는 믿음에 대한 말씀과는 다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보통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시는데 여기서는 자신의 믿음에 대한 말씀을 하시니 영성심리학자들은 주님께서 심리치료 원리를 아시는 분이라고 감탄하기도 합니다. 심리치료에서 강조하는 것이 자신에 대한 믿음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힘든 일을 겪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외적 원인이 아니라 자신 때문에 생기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잘 안 됐을 때 우리는 자기 자신을 비난합니다.
“내가 하는 게 다 그렇지 뭐” 하면서. 심지어 자신을 학대하기조차 합니다. 스스로 잠을 안 재우고 술을 퍼 먹이고 심지어 마약을 집어넣기도 합니다.
인간관계를 맺을 때에도 자신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보다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 밑에서 몸종 노릇을 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은 그 삶이 궁상맞기 이를 데 없고 시간이 갈수록 나락으로 굴러 떨어집니다. 이런 분들은 이 복음에 나오는 여인을 본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 여인이 어떻게 그런 병에 걸렸는지는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자신의 병을 하느님으로부터 내려진 벌이라거나 자신의 팔자인양 하지 않고 병을 고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애를 썼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에는 병을 얻으면 하느님으로부터 미움을 받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심지어 자신을 쳐다보지조차 않으시는 주님의 옷자락을 만지면서까지 자신의 병을 고치고자 했습니다. 자신의 마음 안에서 자아를 조이는 병적인 생각과도 싸워서 이겼다는 것입니다.
이런 여인의 행동을 보면서 주님은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라고 하십니다. 이 여인이 자기를 학대하거나 팔자 탓을 하지 않고, 또 무기력한 삶을 살지 않고 적극적으로 삶의 의지를 보인 것에 대해 감동과 감탄을 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어려운 일이 닥치면 자아가 위축되면서 “내가 죄를 많이 지어서 하느님으로부터 벌을 받는구나”라고 생각하거나 “내 팔자가 기구해서 이런 병을 얻는구나” 하면서 한탄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방정맞은 생각이 마음 안에서 널뛰기를 하면서 자아를 흔들어댈 때 복음의 이 부분을 묵상하고 여인의 모습을 본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소리치면 사람들이 바라봅니다. 힘들 때 주님이 나를 바라보지 않는 듯이 여겨질 때 이 여인처럼 과감하게 주님께 다가가시기 바랍니다.
■ 마태 9,20-22
그때에 열두 해 동안 혈루증을 앓는 여자가 예수님 뒤로 다가가, 그분의 옷자락 술에 손을 대었다. 그는 속으로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을 받겠지.’ 하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예수님께서 돌아서시어 그 여자를 보시며 이르셨다. “딸아, 용기를 내어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바로 그때에 그 부인은 구원을 받았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