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인 10월 4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 후속 교황 권고 「하느님을 찬양하여라」(Laudate Deum)를 발표했다. 다음날인 5일 일본은 후쿠시마 핵 오염수 2차 방류를 시작했고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비상사태가 선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생태적 회심’이 있어야 한다는 교황의 간절한 바람이 담긴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발표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지구는 위기 속에 놓여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위기 속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항상 있다”고 말한다. 2023년, 「하느님을 찬양하여라」가 전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느님을 찬양하여라」 왜 발표했나?
「하느님을 찬양하여라」는 교황 권고의 형태로 발표됐다.
교황 문헌은 회칙-교황 교서-교서(서한)-교황 권고-권고-담화-연설(훈화)-강론의 순서대로 수신자의 범위와 구속력이 높다. 2015년 반포된 「찬미받으소서」는 회칙의 형태로, 신자들이 따라야 할 높은 수준의 신앙적 의무를 갖는다. 교황 권고는 교황이 특정한 활동을 재촉하면서 어떤 특정 공동체에 제시하는 가르침으로, 교의를 규정하지 않기에 교회법적 구속력을 지니기 보다는 권면적인 성격을 띤다.
교회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해서 신앙인의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을 찬양하여라」를 발표하며 “현재 상황이 더욱 긴급해짐에 따라 나는 이 문서를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의 삶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긴급한 상황에서 힘을 모아달라는 간곡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회칙 「찬미받으소서」 발표 후, 지구를 구하기 위한 회개를 독려했던 교황은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우리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무너지고 한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지난 8년 동안 우리가 수집할 수 있는 성찰과 정보를 통해 우리는 얼마 전에 언급할 수 있었던 내용을 명확하게 하고 완성할 수 있게 됐다”며 회칙 발표 이후 8년 만에 이 문헌을 내놓은 이유를 설명했다.
무엇을 이야기하나?
「하느님을 찬양하여라」는 6장 73항으로 구성됐다. 각 장은 ‘국제적 기후 위기’, ‘증대되는 기술 지배 패러다임’, ‘국제 정책의 빈약성’, ‘기후 회의: 진전과 실패’, ‘두바이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에 무엇을 기대하는가?’, ‘영적인 동기부여’를 주제로 구성됐다.
회칙에 비해 적은 분량이지만 교황은 전보다 강력한 어조를 사용해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영성적 저술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데이터를 활용해 문헌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
교황은 문헌을 시작하며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이른바 기후변화 부인론자들의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가톨릭교회 내에서도 내가 접하는 일부 합리적이지 않은 의견 때문에 명백해 보일 수 있는 이러한 설명을 해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고 밝힌 교황은 “기후변화의 인간적, 즉 ‘인류적’ 기원을 의심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한 이유를 살펴보겠다”며 과학적 데이터를 제시한다.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19세기까지 300ppm 미만으로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산업 발전과 함께 배출량이 증가하기 시작, 1958년부터 매일 이산화탄소를 측정해 온 마우나 로아 천문대가 확인한 것처럼 지난 50년 동안 이러한 증가는 상당히 가속화됐다. 「찬미받으소서」 이후 2023년 6월에 423ppm에 도달하는 역사적 최고치를 기록했다. 1850년 이후 총 순 배출량의 42 이상이 1990년 이후에 생산됐다”(11항)
또한 「하느님을 찬양하여라」는 하느님과 인간, 자연의 관계에 대한 인식전환이라는 「찬미받으소서」의 통찰을 따르고 있다.
“우리는 인상적이고 경이로운 기술적 진보를 이루었지만 동시에 우리가 많은 존재의 생명과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존재로 변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습니다.(28항)… 너무나 해롭고 파괴적인 패러다임을 넘어서야 하는 필수적인 요구는 인간 존재를 부정하는 데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체계와 사회 체계의 상호 작용을 포함할 것입니다.(27항)”
아울러 지난 기후회의가 “감독, 정기적 검토, 위반 시 처벌을 위한 적절한 메커니즘이 부족해 협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52항)”고 비판하며 “두바이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특정 국가나 기업의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공동선과 자녀의 미래를 고려할 수 있는 전략가가 되기를 바란다(60항)”는 내용도 덧붙였다.
작은 실천의 힘
「하느님을 찬양하여라」를 통해 인간중심·기술주의적 패러다임,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국제정치에 대한 비판을 이어나간 교황은 문헌의 마지막 장에서 가톨릭 신자들이 해야 할 일을 상기한다.
“성경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31) … 그러므로 하느님의 땅에 대한 책임은 지성을 부여받은 인간이 자연의 법칙과 이 세상의 피조물들 사이에 존재하는 섬세한 균형을 존중해야 함을 의미합니다.”(62항)
또한 교황은 하느님의 신비가 깃든 세상을 사랑으로 돌봐야 인간의 삶이 다른 생물 없이는 이해할 수 없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67항 참조)
끝으로 교황은 “개인, 가족, 공동체 습관의 변화가 당장 눈에 띄는 효과를 가져오지는 못하더라도 사회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변화 과정을 가져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71항)고 전한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는 “교황님은 기존의 교리적인 가르침을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 친숙한 언어로 지구가 처한 위기상황에 함께 행동에 나서야 함을 「하느님을 찬양하여라」에서 말씀하고 계신다”라며 “공동의 집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효과 있는 실천을 해야 하며 국가적, 국제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는 교황님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