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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 기도,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의 신비 따라 걷는 여정

10월 묵주 기도 성월 맞아 유래·의미 되새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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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이 그리스도와 함께한 성모님을 통해 그분의 신비를 묵상하면서 바치는 묵주 기도를 봉헌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DB

묵주는 신자들의 일상 깊숙이 함께하는 중요한 신앙의 매개체다. 길을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묵주 알을 끊임없이 돌리는 신자부터 시합 전 묵주 반지에 입을 맞추는 운동선수까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묵주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익숙해진 탓에 묵주 기도의 의미와 중요성을 간과하고 형식을 따라가기에 급급한 모습도 보인다. 10월 묵주 기도 성월을 맞아 그 유래와 의미를 다시금 알아보면서 묵주 기도의 탁월한 영성을 상기시켜본다.


묵주 기도, 신앙의 정수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권고 「마리아 공경」에서 “묵주 기도는 복음 전체의 요약이자 구원적인 강생에 집중하는 기도이며, 그리스도께 대한 끝없는 찬미다. 묵주 기도야말로 순수한 기도요 그 내용은 오로지 성서적이며, 구원의 역사에서 성모님이 하시는 여러 가지 역할을 잘 드러내고 있다”(46항)고 밝혔다.

이처럼 묵주 기도는 그리스도의 구세사적 업적을 성모님과 함께 관상하는 것이다. 아울러 그리스도와 함께한 성모님을 통해 그분의 신비를 묵상하면서 바치는 염경 기도로, 신앙의 정수에 가장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도다.

묵주(默珠)라는 이름 안에 그 의미가 잘 드러난다. 직역하면 고요한 구슬, 보석이다. 여기서 고요함은 단지 소리가 없다는 것을 넘어 내적인 충만, 마리아처럼 곰곰이 생각하는 것을 뜻하며, 나아가 함께 기억을 되살리는 차원이다. 곧 그리스도와 가장 가까이에서 동행한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의 신비를 걷는 여정이다.


장미꽃 엮어

주교회의 용어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현재는 ‘묵주 기도’로 통일해서 부르지만, ‘로사리오 기도’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매괴’, 혹은 ‘매괴 신공’이라고 했다.

이는 장미와 깊은 연관이 있다. 라틴어 로사리오(rosario)는 ‘장미 꽃다발’ 혹은 ‘장미 화관’을 뜻한다. 중국에서는 이를 매괴라 불렀는데, 매괴는 중국에서 주로 많이 나는 장미과의 작은 나무다.

장미와 관련해서는 초대 교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자들은 기도 대신 장미 꽃다발을 바치기도 했고, 순교자 머리에 장미 화관을 얹는 관습이 있었다. 박해를 피한 신자들은 밤중에 몰래 순교자들의 시신을 거두면서 순교자들이 썼던 장미관을 한데 모아 놓고, 꽃송이마다 기도를 한 가지씩 바쳤다.

또, 이집트 사막의 은수자들은 선종한 이들을 위해 시편을 50편, 100편, 150편씩 매일 외웠는데, 작은 돌멩이나 곡식 낱알을 머리에 쓰는 관처럼 둥글게 엮어 하나씩 굴리면서 기도 횟수를 세었다고 한다. 이러한 관습들이 묵주 기도를 탄생시키는 데 큰 영향을 줬다.

 
어린이들이 함께 묵주 기도를 바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DB


묵주 기도의 전파

묵주 기도는 성모 신심과 뗄 수 없다. 12세기 삼종 기도가 널리 보급될 때, 성모 신심도 매우 깊어져 주님의 기도 대신 성모송을 50번이나 150번 외우기도 했는데, 이를 성모의 시편이라고 했다. 그 후 열 번째 묵주 알을 좀 더 크게 해 마치 시편의 후렴처럼 주님의 기도를 바쳤다. 당시에는 이단을 물리치기 위한 주요한 기도로 여겨졌다.

묵주 기도는 전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16세기 중엽 오스만 제국이 지중해로 세력을 뻗치자, 그리스도교 연합군은 그리스의 레판토 항구 앞바다에서 오스만 제국을 무찔렀다.

성 비오 5세 교황은 이 전투에서 크게 승리한 것이 묵주 기도를 통한 성모님의 간구로 하느님께서 함께하신 덕분이라 여기고, 이를 기억하고자 ‘승리의 성모 축일’을 제정, 10월 7일을 로사리오 축일로 거행했다. 오늘날의 ‘묵주 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이다. 교황은 환희, 고통, 영광의 신비 각 단별로 주님의 기도 1번과 성모송 10번, 영광송 1번으로 이뤄지게 하고, 요일별로 신비를 달리해서 바치도록 하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여기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2년 공생활의 주요 부분에 초점을 맞춘 빛의 신비를 더했다.

묵주 기도는 성모 발현을 계기로 급속히 전파됐는데, 성모 발현지는 모두 평화가 절실히 필요한 곳이었다. 이에 레오 13세 교황은 개인과 가정 성화, 세계 평화와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묵주 기도를 바칠 것을 호소하면서 1883년 회칙을 통해 로사리오 축일이 있는 10월을 묵주 기도 성월로 제정했다. 이렇듯 묵주 기도는 교회의 위기 때마다 큰 힘을 발휘했지만, 더 중요한 목적은 전 세계의 평화와 구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8월 열린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에서 파티마 성모성지를 방문해 묵주 기도를 바치고, 침묵 속에서 전 세계의 평화, 특히 전쟁 중인 국가의 평화를 위해 성모님의 전구를 청하기도 했다.



묵주 기도와 한국 교회

평화와 구원을 위한 묵주 기도는 우리 신앙 선조들에게서도 잘 드러난다.

신해박해(1791) 때 경기 감영에서 권일신의 집을 수색한 결과 「매괴경」이 발견됐다. 여러 순교록에서는 순교자들이 옥중에서 묵주 기도를 바치거나 순교할 때 성모 마리아를 외쳤다고 나온다. 성 김대건 신부는 리브와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서 신자들과 만나기로 한 날, 밤이 될 때까지 불씨 하나 없는 눈 쌓인 숲 속에서 묵주 기도를 수없이 거듭했다고 전하고 있다. 성 베르뇌 주교는 베롤 주교에게 보낸 서한에서 “포도청에서 저를 체포한다는 소문이 돌자 교우들은 책과 묵주와 상본들을 전부 땅속에 묻었다”고 말한다.

가경자 최양업 신부는 열세 번째 서한에서 르그레즈와 신부에게 성물을 보내달라고 청하면서 묵주는 보내지 말라고 했다. 묵주는 교우들도 아주 잘 만든다는 것이 이유였다. 박해 상황에서도 직접 묵주를 만들어 쓰는 모습은 자생한 한국 교회의 단면을 보여주며, 구원에 대한 선조들의 깊은 갈망을 짐작게 해준다.

200년 넘은 오늘날 한국 교회는 선조들이 닦아 놓은 굳은 신앙 위에서 무수히 많은 묵주 기도를 봉헌하고 있다. 개인과 가정의 평화부터 세계 평화를 위한 지향까지 언제 어디서든 묵주는 신자들과 늘 함께한다. 성당 봉헌식과 같은 큰 행사를 앞두고는 100만 단 이상씩 바치기도 한다. 묵주 기도 성월이면 묵주 관련 전시회 등 다채로운 신심 행사로 신앙을 더 굳게 다지며 공동의 구원을 위한 하느님 사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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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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