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 교회가 대화와 경청, 식별로 이뤄지는 시노드 여정에 돌입했다. 교황을 비롯한 추기경, 주교, 사제, 평신도와 전문가 364명이 4일부터 29일까지 한 달간 다양한 교회 현안과 신학적, 사회적 주제들을 놓고 대화하고 식별하며 시노달리타스를 구현하는 시간을 갖는다.
가톨릭교회는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개막 미사를 봉헌하며, 교황이 함께하는 보편 교회 단계 시노드의 1회기 시작을 알렸다.
교황은 개막 미사 강론에서 “시노드는 결정이 아니라 성령의 말씀을 경청하는 자리”라며 “시노드 여정은 쉽지 않지만, 매우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시노드의 주인공은 성령”이라며 “우리는 현재를 향한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는 교회로서 함께 걸어가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12년 제13차 세계주교시노드 총회에서 발언한 내용을 인용하며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고 보여주신 표징을 어떻게 오늘날의 사람에게 전달해 구원할 수 있을지 묻는 것이 시노드의 근본적인 질문이자 주요 과제”라고 거듭 밝혔다. 이어 “우리는 하느님께 시선을 다시 집중하고 인류를 자비롭게 바라보는 교회, 일치하고 형제애를 실천하는 교회, 경청하고 대화하며 주님을 찾는 이들을 돕고 사회에 소외된 이들을 사랑으로 일으켜 세우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바티칸에서 시작한 시노드 정기총회 1회기에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 등 추기경단과 함께 한국 교회에서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참여해 1회기 전 일정을 소화한다.
미사 직후엔 바오로 6세 홀에서 정기총회 첫 모임이 진행됐다. 교황은 첫 모임에서 “시노드 자리에서 의견을 나누는 것보다 경청하는 데 더 집중해 달라”며 다시금 경청의 자세를 요청했다.
한편, 시노드 정기총회를 앞두고 교회 일각에서는 교리의 급격한 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미국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과 독일의 발터 브란트뮐러 추기경, 홍콩의 조셉 젠 추기경 등 추기경 5인은 지난 7월 교황에게 ‘두비아(dubia, 라틴어 의심)’로 불리는 질의서를 보내 직접 교리에 관련한 질문을 올렸고, 교황청이 시노드 1회기 개막 직전인 2일 이에 대한 교황의 답변을 공개하기도 했다. 질문 가운데엔 하느님 계시, 동성 간 결합에 대한 교회의 축복, 여성의 사제품 등이 포함돼 주목을 끌었다. 교황은 추기경들이 질문한 신학적으로 첨예한 문제들에 직접 응답하며 대화와 경청, 식별이라는 시노드의 의미를 몸소 보였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시노드의 의미를 거듭 강조한 것도 교회 안팎과 언론 보도에서 시노드를 단순한 교회법 개정 등을 논의하는 합의의 자리로 인식하는 경향을 우려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교황은 “시노드는 정치적 모임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소집된 모임이며, 양극화된 의회가 아니라 은총과 친교를 나누는 교감의 장”이라며 “시노드를 통해 관련 사안을 허락할지, 말지, 혹은 이 문을 열지, 말지를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교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