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주일] 선교 매체로서의 cpbc 역할과 사명
선교 매체 cpbc
“교회는 커뮤니케이션 매체도 ‘하느님의 선물’로 여긴다. 그것을 통하여 하느님의 계획대로 사람들을 형제애로 일치시키고,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협력하도록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일치와 발전」 제2항)
교황청 사회홍보위원회는 1971년 5월 23일 ‘커뮤니케이션 매체에 관한 사목 훈령’인 「일치와 발전」을 반포하면서, 교회의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하느님의 선물’임을 상기시킨다. 그러면서 홍보와 홍보 수단의 주요 목적은 인간 사회의 일치와 발전이라고 규정했다.
서울대교구장으로서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의 설립을 주도한 고 김수환 추기경은 1988년 2월 18일 ‘평화신문 창간과 평화방송 설립을 추진하면서’라는 특별 메시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신문ㆍ방송국 설립은 바로 무형의 성전을 짓는 일입니다. 신문ㆍ방송 매체, 이 무형의 성전을 통해 우리는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하느님의 말씀을 더욱 쉽게 듣고, 하느님을 더욱 가까이 체험할 수 있습니다.”
김 추기경은 “평화방송ㆍ평화신문은 현재의 일반 언론매체와 달리 그리스도께서 전해주신 ‘기쁜 소식’이 될 것이며, 가난하고 병든 불쌍한 우리 모든 이웃의 진실한 벗, 그리고 우리 사회에 사랑과 정의, 자유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성실한 봉사자로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은 언택트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올해 초 가톨릭 콘텐츠 전문 온라인 서비스(OTT)인 ‘cpbc 플러스’를 출범했다. cpbc플러스는 가톨릭평화신문 창간(1988년)과 라디오 개국(1990년), TV 개국(1995년)에 이은 네 번째 매체다.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모바일로 교회가 지붕 위에서 외치는 복음 메시지를 접할 수 있게 됐다.
최장수 프로그램, ‘TV 매일미사’
3년 전,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종사하는 신자들의 국제 조직인 시그니스(SIGNIS)가 마련한 아시아 총회에서 다른 나라의 가톨릭 언론인들에게 극찬을 받은 프로그램이 있다. 가톨릭평화방송의 최장수 프로그램 ‘TV 매일미사’다. 당시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천주교회는 236년 역사상 처음 전국 모든 교구가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전면 중단해야 했다. 이에 TV 매일미사는 방송 시간을 추가 편성해 신자들이 전례와 성사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발 빠르게 대응했다. 국내외 한국 신자들은 팬데믹과 미사가 중단되는 사목적 공백기에도 신앙의 끈을 이어갔다. 이를 두고, 시그니스 아시아 총회 참석자들은 “코로나 상황에서 가톨릭 프로그램을 방송할 수 있는 한국 교회의 여건이 부럽다”고 입을 모았다.
TV 매일미사는 가톨릭평화방송이 개국한 첫날(1990년 4월 15일)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어 온 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다. 방송 미사라는 이름으로 서울대교구 내 본당을 순회하며 주일 미사를 중계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미사에 참여하고 싶어도 몸이 불편하거나 성당에 갈 수 없는 처지의 신자들에게 전례적인 목마름을 해소해줬다.
코로나의 엔데믹 선언 후, 교회 공동체는 신앙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엔데믹 이후 사목자들은 방송 미사 참여에 대해 우려한다. 이에 사목자들은 방송 미사 시청보다 공동체 미사 참여를 통한 신앙생활을 권고하고 있다. 방송을 통한 비대면 미사는 거룩한 성체성사가 아니며, 방송 미사로 주일 미사 참여 의무를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 미사에 익숙해진 나머지, 신자들의 미사 참여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것은 기우에 가깝다. 코로나로 미사에 참여할 수 없었을 때 방송 미사를 시청한 신자들은 주일 미사에 열심히 참여한 신자들이기 때문이다.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지난 3월 발표한 ‘코로나19가 우리의 삶과 신앙에 미친 영향’ 주제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발생 전 주일 미사에 참여했던 이들의 70.5만이 현재 주일 미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큰 이유는 ‘주일 미사 불참에 익숙해져서’(58)였다. 오히려 ‘온라인ㆍ방송 미사 참여 경험’은 미사 참여도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 미사는 노약자와 환자, 재소자 등 물리적으로 미사 장소에 있을 수 없는 이들의 신앙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평일 미사에 참여하고 싶지만, 어린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나 직장인들이 삶의 자리에서 방송 미사를 시청하는 것을 만류할 사목자는 없다.
사랑의 활로가 된 cpbc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TV 매일미사’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한국 신자들의 영적 목마름을 해소해주면서 사랑의 활로로 거듭나고 있다. 미사 중단 사태를 겪으며 기존 방송 미사의 역할이 격상됐고, 이는 cpbc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미사예물 신청 건수와 후원 ARS(사랑의 다리)가 늘어났고, 이에 cpbc는 답지하는 후원금을 국내외 도움이 필요한 단체와 개인에게 전달하는 사랑의 다리 역할도 하고 있다. 새 성전 건립 기금 마련에 도움을 주고,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해외 선교사의 활동을 지원하고, 산불 재해 지역에도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TV 매일미사를 시청하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제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외면하지 못하는 신자들의 정성이 답지하는 것이다.
불교 국가인 캄보디아에서 선교활동 중인 배존희(의정부교구) 신부가 신자들의 성금으로 유치원 건립 비용 걱정을 덜었다. 지난해 3월에는 큰 산불로 피해를 당한 안동교구 울진본당 주임 신부가 매일 미사에서 신자들의 피해 상황을 알렸다. 이에 3만 명이 넘는 이들이 보낸 성금이 2억 원이 넘었고, 주임 최상희 신부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후원 ARS 사랑의 다리 프로그램을 통해 38개 단체에 29억 5798만여 원의 후원금이 전달됐다. 가톨릭평화방송 선교후원팀 신영미(엘리사벳) 팀장은 “TV 매일미사에 함께한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보내준 성금들이 매 순간 하느님이 필요로 하시는 곳에 쓰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사랑의 다리가 더 길고 넓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