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구입한 돼지고기로 만든 제육볶음과 계란말이, 고기를 싸먹을 상추와 아이가 좋아하는 소시지볶음, 멸치볶음 등 몇 가지 반찬이 올라간 한 상. 마지막으로 갓 지은 쌀밥을 올리면 한국인의 평범한 한 끼 밥상이 완성된다. 가족이 함께 먹을 음식이기에 신경써서 식재료를 고르지만, 그 재료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키워져 식탁까지 올라왔는지 소비자들은 잘 모른다. 유전자 변형과 항생제, 농약, 화학비료로 오염된 식재료들로 차려진 밥상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 육류
2021년 기준 한국에서 사육되는 소는 358만9459마리, 돼지는 1121만6566마리다. 2004년 한국농촌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면적 1㏊당 사육되는 소는 7.5마리, 돼지는 71.5마리. 가축분뇨로 인한 오염을 예방하기 위해 질산염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네덜란드(소 2.3마리, 돼지 5.1마리)에 비해 사육 밀집량이 소는 3.3배, 돼지는 14배 높다. 비좁은 공간에서 밀집 사육되는 가축들에게 항생제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성장을 촉진하고자 항생제를 투여한 가축을 섭취한 인간의 생명은 안전할까.
돼지와 닭의 성장촉진제로 사용되는 콜리스틴은 인간의 선천적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대장균 균주를 발생시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수의사 처방 없이 사용된 콜리스틴의 양은 매년 7~16톤에 달한다. 그 결과 소비자에게 유통되고 있는 돼지고기의 6.8, 닭고기의 5.9에서 콜리스틴 내성 유전자가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에는 한 환자에게서 콜리스틴에 내성이 있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이 발견됐다고 질병관리청은 밝혔다.
게다가 가축에게 사용된 항생제의 80가량은 분뇨로 배설돼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킨다. 영산강·섬진강 수계관리위원회가 2016년 영산강으로 유입되는 가축분뇨의 항생물질을 조사한 결과, 돼지 축사에서 나온 유출수가 유입된 지천에 돼지에게 많이 사용하는 고농도 항생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염된 땅에서 재배된 채소 역시 항생제에 노출된 채 우리 식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고기는 우리 생명뿐 아니라 지구 생명도 위협하고 있다. 식물성 기름과 육류 섭취가 산림 파괴를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1961년 이후 1인당 식물성 기름과 육류 섭취가 2배 증가하고 산림이 농지로 바뀌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매개체가 사라졌다. 아마존 밀림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 열대우림은 2002년부터 2019년 사이에 3분의 2가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소, 양, 염소와 같은 반추동물이 풀과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도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다. 2세 이상 암컷 젖소 1마리가 연간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양은 139㎏으로, 2021년 기준 10억 마리 소들이 발생시키는 메탄가스는 1140톤가량이다. 메탄가스의 지구 기온 상승효과는 이산화탄소의 34배에 달한다.
■ 곡류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일반적으로 생산량의 증대와 맛, 가공의 편의성을 위해 기존 방법으론 만들어 낼 수 없는 유전자 형질을 지니도록 가공한 유전자변형농산물을 일컫는다.
국내 승인을 받은 식용 GMO는 콩과 옥수수, 면화, 카놀라, 감자, 알팔파, 사탕무 등 7개 작물이며 알팔파와 감자를 제외한 5개 작물을 소비하고 있다.
우리는 1년에 평균 45㎏의 GMO식품을 소비한다. 국내에서 재배가 승인된 종자가 없기 때문에 수입에만 의존하는 먹는 콩의 75, 옥수수의 50가 GMO다. 통조림과 옥수수유, 팝콘, 시리얼 등 가공식품과 물엿, 올리고당 등 단맛 액체 시럽 대부분이 GMO 옥수수를 원료로 만들어진다. 과자, 아이스크림, 탄산음료, 주스, 맥주, 빵 등에 첨가되는 ‘액상과당’과 소주, 막걸리 등의 인공감미료 ‘아스파탐’, 합성 비타민에 들어가는 ‘포도당’도 많은 경우 GMO 옥수수 추출 첨가물로 만들어진다.
GMO에 대해선 두 개의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도울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과 조작된 유전자가 인간이나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다.
교회의 시각에서 GMO 작물 재배는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훼손하는 행태다. 왜냐하면 인간이 생명현상의 모든 것을 알고 조작할 수 있다는 욕심은 더 큰 화살로 인간에게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생태계에 내분비 교란 물질(환경호르몬)을 더욱 확산시키고 유전자사용제한기술 즉, 터미네이터 기술을 가진 일부 유전자조작 종자회사들이 시장을 잠식해 생물이나 농작물의 종 다양성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GMO를 반대하고 있다.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거슬러 탄생된 GMO 식품이 과연 우리에게 생명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 채소
빠른 수확량 증대를 위해 1950년대부터 광범위하게 사용해 온 농약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150만 톤이 생산된다. 인간은 농약을 사용하면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데 수고로움을 덜 수 있었지만, 농약이 초래하는 건강비용과 환경비용은 크게 늘어났다. 작물을 돌봐야 하는 횟수를 줄일 수 있기에 농민들은 더욱 많은 양의 농약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게 됐다.
농약을 뿌리고 난 땅에는 모든 생명이 사라지고 죽음을 상징하는 침묵만이 존재한다는 게 땅과 함께 사는 농부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농약을 사용할수록 해충의 내성이 증가해 수확량이 감소하는 피해가 나타났고, 더욱 강하고 많은 농약을 사용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국내 농약 총 사용량은 1만9000톤이다. 수많은 농약을 머금고 재배된 채소들이 우리 밥상에 오른다. 잔류농약 검사를 마치고 시장에 나오지만, 농약을 뿌린 것과 그렇지 않은 식재료가 갖고 있는 생명력은 다를 수밖에 없다.
화학비료 역시 환경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화학비료는 식물의 영양분이 되는 토양 내 유기물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된다. 줄어든 유기물을 보완하기 위해 비료 사용을 늘리면 토양을 오염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과잉 사용된 비료는 토양 아래로 이동해 지하수로 흘러들어 침출 위험도 존재한다.
온실가스 배출에서도 화학비료 사용과 유기농법은 큰 차이가 있다. 화학비료만 줬을 때는 탄소축적 효과가 거의 없으나 비료를 주지 않은 경우 토양의 탄소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기농업에서 많이 사용되는 녹비작물인 헤어리베치는 공중 질소를 고정해 질소 양분을 공급하고 다량의 탄소를 토양에 저장함으로써 화학비료 제조과정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를 감축한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