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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의 달 특집] 선교사제는 왜 일본에 갔을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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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 12세 교황의 회칙 「피데이 도눔」(신앙의 선물)은 교구 간 선교사제 파견을 가능하게 해줬다. 회칙의 이름처럼 ‘신앙의 선물’이 된 대구대교구의 일본 선교사제, 나가사키대교구의 김봄(요셉)·남시진(스테파노) 신부, 후쿠오카교구의 이한웅(요한 사도)·정원철(마르첼리노 아파메아) 신부의 선교 현장을 만났다.

선물이 된 선교

후쿠오카교구 다이묘마치주교좌본당 보좌로 사목하는 정원철 신부가 어린이들 앞에 섰다. 첫영성체를 앞둔 아이들이 첫영성체 예식 예행연습을 하는 날이다.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왁자지껄하지만 정 신부는 연신 미소를 지으며 어린이들에게 차근차근 예식을 가르쳤다. 정 신부의 정성스런 모습에 부모들은 크게 감사하고 있었다.

다카기 이노루(프란치스코·8)군의 아버지 다카기 미쓰루(토마스 아퀴나스·39)씨는 “늘 웃는 얼굴로 아이들을 맞아주시는 신부님”이라면서 “이전에도 성탄 때는 산타클로스 복장으로 아이들을 맞아주시는 등 아이들을 정말 사랑해주셔서, 보좌 신부님이 정 신부님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신부와 만난 신자들만이 아니었다. 남시진 신부와 나가사키소신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는 아베 준(도미니코 사비오·17)군도 “남 신부님은 정말 친절하고 좋은 분”이라며 “신부님 덕분에 일본교회만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여러 면을 알아가며 신부님이 되고 싶은 마음에도 힘이 된다”고 남 신부에게 감사를 전했다.

김봄 신부가 주임을 맡은 나가사키대교구 덴진본당 다바타 요시에(테레지아·76)씨는 “김 신부님이 오래오래 여기 계셨으면 좋겠다”고 하고, 이한웅 신부가 사목하는 후쿠오카교구 다케오본당 니토다 데루코(마리아·77)씨는 “이 신부님을 본당에 보내주셔서 감사하고, 이 신부님이 계속 계셔서 제 장례식까지도 주례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등 일본 신자들은 한결같이 한국 신부들의 선교에 기쁨과 감사를 표현했다. 일본 신자들은 한국 사제들이 온 것이 마치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정’(情)이 ‘죠’(じょう·情)와 만나

일본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에 자리한 덴진성당. 본당주임 김봄 신부는 미사를 마치고 나가는 신자들을 마중한다. 그저 인사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성당에 관련된 일, 개인적인 일 등으로 말을 거는 신자들의 말 하나하나에 경청했다. ‘일본인’이라 하면 떠오르는 개인주의적이라는 인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도리어 김 신부와 신자들이 이야기하는 모습이 마치 가족끼리 이야기 나누는 것만 같다.

덴진본당 오미즈 리쓰코(마리아·61)씨는 “김 신부님은 권위적이지도 않고 종종 농담도 하시면서 마음을 편하게 해주셔서 쉽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라면서 “아이들도 신부님과 함께 밖에서 놀면서 신부님과 친하게 지낸다”고 전했다.

한국인의 정(情)으로 일본 신자들에게 다가가는 김 신부. 하지만 김 신부는 오히려 일본 신자들이 자신을 가족처럼 맞아줬다고 답했다.

김 신부가 처음 사목한 작은 시골본당, 이모치우라본당 신자들은 김 신부를 자주 집에 초대해 함께 식사하기도 하고, 김 신부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먹거리를 가져다주며 살갑게 챙겼다. 덕분에 김 신부 역시 신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

김 신부는 “신자분들이 진짜 가족처럼, 옆집 이웃처럼 친하게 대해주셔서 타국에 온 외로움을 느낄 틈도 없었다”면서 “한국에서 느꼈던 정과 사랑을 이곳에서도 느껴 감동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외국인 신자분들이랑 교류하며 잘 지내는 탈렌트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이건 제게 선물과 같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마치 한국의 정(情)과 일본의 죠(情)가 발음은 달라도 결국 같은 한자이듯, 나라도 문화도 다르지만 선교는 한국 사제와 일본 신자 서로에게 따듯한 정으로 다가갔다.

남시진 신부도 “일본 선교는 저를 굉장히 성장시켜 준 신앙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남 신부는 “오기 전에는 일본선교를 하지 않겠다고 하기도 했지만, 하느님은 예기치 않은 일을 통해 저를 성장시켜주신다”면서 “선교를 통해 신앙이 무엇인지, 하느님의 말씀이 무엇인지, 하느님께서 오늘 저에게 어떤 말씀을 하고 계시는지를 계속 찾아나가게 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한웅 신부와 정원철 신부도 “한국에 있었으면 느끼지 못했을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있다”며 “선교를 통해 시야가 많이 넓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선교는 주는 이도, 받는 이도 풍요롭게 하는 신앙의 선물이 됐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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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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