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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한마음한몸 자살예방센터 공동기획 ‘우리는 모두 하나’] (41) 한국의 노인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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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잘 사는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 노인이 이렇게까지 빈곤 상태에 있고, 자살이 심각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국의 노인 자살은 노인들의 빈곤화와 큰 관련이 있습니다. 한국의 처분가능소득 기준 노인빈곤율은 37.6(2021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에는 노년층과 젊은 세대의 분리가 가장 컸습니다. 1980년대까지 한국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젊은 세대가 노인을 부양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였습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으로 가면서 본격적인 세대 분리가 보이기 시작했고 97년 외환위기 이후 세대 간 분리는 급속도로 진행되었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가족 중심의 돌봄과 지원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공적 돌봄과 지원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개인도, 가족도, 국가도 노인들에 대한 노후 준비를 할 수 없었던 상태에서 한국의 노인들은 무방비 상태로 빈곤, 질병, 열악한 주거, 외로움 등에 노출되었습니다.

아직 주요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지만, 노인에 대한 국가의 공적 지원이 증가하면서 노인 자살이 다소 감소한 것은 그만큼 한국 노인의 어려운 현실을 방증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노인자살률은 여전히 다른 OECD 평균에 비해 3배 정도 높고, 노인 빈곤 문제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한국은 과거 노인을 공경하는 나라로 알려졌었는데, 현재는 그런 문화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회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전통적 가치관도 많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가치관이 경제력과 교환가치(그 사람이 줄 수 있는 게 있어야 그 사람과 상호작용도 가능하다는 것)만을 중시하게 되면서, 사람을 있는 그대로의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 어떤 집에 사는지, 사회적 지위가 어떤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나눠줄 게 없는 빈곤한 노인들은 사회에서 철저하게 소외되고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자녀들 역시 힘든 삶을 사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끊임없이 경쟁에 노출되어 있고 취업하고 결혼하면 아이들 교육비와 대출 상환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떨어져 사는 부모를 돌볼 여유가 없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심각한 노인 빈곤과 노인 자살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합니까?”

한국 노인 가운데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경제적인 문제와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홀로 감당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노인 자살, 고독사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한국에서도 국가적 돌봄, 사회적 돌봄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연락되는 주변인도 없는 외로움 속에서 정서적 어려움을 겪다가 자살하는 노인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약물치료와 같은 정신의학적 대응만으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노인뿐 아니라 취약 계층의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더 배제되는 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노인들에게 일상적 사회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능하면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를 제공하고, 소소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한 평범한 삶을 되찾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황순찬 베드로 교수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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