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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탈핵 평화순례] 양국 순례단 대표 인터뷰 - 박현동 아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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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탈핵 평화순례 내내 박현동 아빠스의 앞모습을 보기가 어려웠다. 핵발전소와 원전 홍보관 앞에 차를 세우면 가장 먼저 내려 사진을 찍고 발전소의 정보를 둘러보느라 뒤돌아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뒷모습은 다급하고 간절해보였다. 하느님의 창조질서 보전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결연함도 묻어났다.

가슴 아픈 현장을 살펴본 뒤 10월 18일, 센다이교구 모토테라코지성당에서 함께 미사를 집전한 박현동 아빠스와 에드가 가쿠탄 주교는 서로의 손을 잡으며 환하게 웃었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 함께이기에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공유한 듯 보였다.

공동의 집을 살리기 위해 신앙인들이 무엇을 알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박 아빠스와 가쿠탄 주교에게 들어본다.


■ 한국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 아빠스

이번 순례를 통해 핵발전소가 밀집한 일본 서해안을 집중적으로 둘러본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는 후쿠시마에서 비극을 목격한 일본이 여전히 위험한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일본 서해안의 쓰루가시, 오바마시, 다카하마 등은 인접해서 15기의 핵발전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설계 수명 40년을 넘겨 일시적으로 운영이 중단된 곳도 있지만, 어떤 원자로는 20년간 더 수명이 연장된 곳도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7~8년 멈추었던 기간만큼 더 기간을 연장하거나, 안전 점검을 통해 계속해서 운영을 연장하는 등 위험천만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핵발전소와 인접한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피해는 몇백 년간 계속될 것입니다. 핵에너지 이용 문제는 당대 사람들의 시각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 대한 정의 차원에서도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발전소에서부터 길게 늘어선 송전탑도 핵발전이 갖는 불평등한 이면을 상징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핵발전소 밀접 지역, 송전탑 주변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대규모 에너지 소비지인 대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편리하게 그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금 세대에서 사용한 핵에너지의 사용 대가나 경제적인 피해는 오랜 시간 동안 다음 세대가 안고 가야 한다는 점에서 핵발전은 세대 간, 지역 간에 불평등을 야기하는 에너지일 뿐입니다.”

비극 속에서도 희망을 전하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것이 어려운 일본문화 안에서 핵발전소 운영을 반대하고 노후화된 핵발전소 운영 연장을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활동가들을 만난 것은 희망의 씨앗을 찾는 계기가 됐다.

박 아빠스는 “그분들의 꺾이지 않는 신념과, 해당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 전문적인 지식에 놀라기도 했다”며 “핵산업과 관련해 결국은 생명의 길과 죽음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데, 어느 것이 생명을 살리는 길인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 「하느님을 찬양하여라」에서 경이로운 기술적 진보가 우리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로 변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28항)고 전하고 있다. 기술적 진보가 가져온 대표적인 비극,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경험하고 목격한 신앙인들은 우리가 어떤 길을 향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박 아빠스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교황님의 가르침처럼, 공동의 집이 처한 복합적인 상황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기에 이 문제를 극복해 나가는 데에도 연대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국 역시 노후 원전 수명 연장 문제와 사용후 핵연료 폐기장 문제 등 지역과 관련된 문제도 해결이 되지 않고, 논의 테이블에도 잘 오르지 않고 있으면서 원자력 진흥 정책이 추진 중”이라며 “신앙인들은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생명의 길로 걸어가기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후쿠이현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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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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