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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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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5~29일 경기 파주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2023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이하 2023 평화포럼)에서는 평화를 소망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됐다. 25일 파주 민족화해센터에서 2023 평화포럼 개막행사로 열린 ‘평화 선언’ 서예전을 비롯해 판문점 JSA성당 미사, 원폭 투하지 히로시마에서 봉헌된 한미일 주교단 공동집전 미사 등에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2023 평화포럼의 다양한 행사들과 청년들의 적극적인 참여 모습을 소개한다.


평화 서예전 ‘평화 선언’

2023 평화포럼의 시작은 10월 25일 경기도 파주 민족화해센터 평화순례자갤러리에서 열린 ‘평화 선언’ 서예전으로 장식됐다. 도현우 신부(안토니오·사회복지법인 대건카리타스 회장)를 비롯한 사제 서예가 4명과 국내 1호 미술품 감정학 박사인 이동천(미카엘) 작가 등 모두 8명이 성경 구절과 동양 사상 등에서 평화와 화해의 의미를 표현한 붓글씨 24개 작품을 출품했다.

‘평화 선언’ 전시 개막식에는 의정부교구장 이기헌(베드로) 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주영 주교,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 그리고 이번 평화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 더뷰크대교구장 서리 리차드 페이츠 주교, 제퍼슨시티교구장 윌리엄 숀 맥나이트 주교, 일본 히로시마교구장 시라하마 미쓰루 주교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평화 선언’ 개막식에는 특별한 순서로 가야금, 해금, 대금으로 구성된 국악 관현악단이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들의 조화야말로 갈등과 분쟁 속에서 평화를 이루는 방식이라는 의미를 담은 축하 연주를 해 감동을 선사했다.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요한 3,8) 등 세 작품을 출품한 도현우 신부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공존과 평화를 추구하는 2023 평화포럼의 이상을 서예로 구현했다”며 “예술의 본질적 기능이 선에 바탕한 평화의 모습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 선언’ 서예전은 11월 30일까지 이어진다.


분단의 최일선에서 평화를- JSA성당 미사

10월 27일에는 분단의 현장인 동시에 평화와 화해를 갈망하는 판문점 JSA성당에서 한미일 주교단 공동집전으로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는 서예전 개막식에 참석한 한국과 미국, 일본 주교단과 함께 김희중 대주교(히지노·전 광주대교구장), 정신철 주교(요한 세례자·인천교구장), 미국 주교회의 국제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데이비드 말로이 주교, 일본 삿포로교구장 가쓰야 다이지 주교(일본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위원장)도 공동집전했다. 나라와 언어는 다르지만 동북아 긴장과 분쟁의 집결지인 JSA성당에 모인 주교단과 사제단, 신자들의 마음은 오직 하나, 평화를 향해 있었다.

한미일 주교단이 JSA성당에서 공동집전한 미사는 어떤 분쟁 상황에서도 평화와 화해를 추구해야 한다는 가톨릭 정신을 뚜렷이 보여준, 감격적인 시간이었다. 또한 이날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중단과 중동 평화를 지향으로 단식과 회개, 기도의 날로 지키자고 요청한 날이어서 더욱 뜻깊었다.

미사를 주례한 이기헌 주교는 강론에서 “JSA 공동경비구역은 1953년 6·25전쟁 정전협정으로 형성된 대한민국 역사 안에서 슬프고도 기구한 현장”이라며 “한반도 평화뿐 아니라 세계평화를 위해 모든 나라들이 해야 할 일은 철조망으로 상징된 적대감을 없애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희중 대주교도 “하느님 가르침의 핵심인 평화가 하루 빨리 한반도에 정착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미사 중 일본 가톨릭 청년 신자들은 일본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종이학을 접어 원형 목걸이로 연결한 작품을 봉헌하며 한반도 평화를 기원했다.




한미일 주교단 히로시마에서 미사 공동집전

페이츠 주교는 10월 28일 히로시마 세계평화기념성당 지하 경당에서 미사를 주례하며, 제2차 세계대전 중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와 8월 9일 나가사키에 미국이 원자폭탄을 투하해 수많은 희생자를 발생시킨 일에 대해 사죄했다. 미국 주교회의나 국제정의평화위원회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아니지만 미국 주교가 원폭 투하를 사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역사적으로 기억될 순간이었다.

페이츠 주교는 강론에서 “히로시마에 이번에 처음 와서 바라본 모습이 감명 깊다”며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과오를 깊이 사죄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폭 사용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는 히로시마와 함께 원폭 피해를 당한 나가사키대교구 전 교구장 다카미 미쓰아키 대주교도 공동집전해 의미를 더했다.

2023 평화포럼 마지막 날인 10월 29일 오전 9시30분에는 히로시마 세계평화기념성당에서 한미일 주교단이 일본 신자들과 함께 교중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독서와 복음은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로 읽었다.

강론을 맡은 다카미 대주교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생각할 때, 과거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목자로서 항상 그리스도의 사랑을 우선순위에 두고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사랑함으로써 평화를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평화를 찾는 청년 신자들

2023 평화포럼에는 자기의 자리에서 평화를 이루는 작은 씨앗이 되길 원하는 한미일 청년 10여 명이 참석해 모든 프로그램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28일 오후 4시에는 세계평화기념성당 라살회관 2층 대강당에서 컨퍼런스 발표와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갈등 해결 워크숍’을 진행했다. 2023 평화포럼 참가를 계기로 ‘나우’(NOW, 나와 우리)를 결성한 청년들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남북 사이와 동북아시아 국가 간 갈등을 줄일 아이디어를 활발히 내놓았다.

같은 날 오후 7시부터는 2시간여에 걸쳐 청년들과 한미일 주교단 사이에 대화의 시간이 마련됐다. 한반도 통일을 원치 않는 사람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 한국과 일본 청년들이 지금보다 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식민지 지배 역사와 전쟁사 등 과거사만이 아니라 서로의 현재 상처를 공감할 수 있는 길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등 청년들의 질문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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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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