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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주교단과 청년들이 함께 평화의 기도를 바치다

[2023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 청년과 주교단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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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주교들이 10월 28일 일본 히로시마교구 주교좌 세계평화기념성당 강당에서 열린 청년과의 대화 중 밤 9시가 되자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바치고 있다.

한·미·일 청년들이 10월 28일 일본 히로시마교구 주교좌 세계평화기념성당 강당에서 열린 청년과의 대화 중 밤 9시가 되자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바치고 있다.



“평화의 모후, 한반도 평화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평화의 모후, 세계 평화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10월 28일 밤 9시. ‘2023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에서 ‘평화’를 위한 중요한 자리가 이어졌다. 일본 히로시마 세계평화기념성당 내 강당에 모인 한ㆍ미ㆍ일 청년 20여 명이 주교단과 함께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며 바친 간절한 기도가 울려 퍼졌다. 앞서 한국에서 열린 포럼과 행사에 이어 주교단과 참가 청년들이 일본에서도 평화를 위한 대화를 이어간 것이다. 청년들은 평화를 사랑하는 만큼 평화를 이루는 길에 대한 궁금증도 컸다. 진정한 평화를 기원하는 청년들을 위해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이날 주교단과 대화의 시간을 마련했다. 성당에서 3개국 주교들과 3개국 청년들의 평화를 향한 희망이 기도와 대화로 무르익은 것이다.

이날 한국 교회에서는 전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한 주교 4명이 자리했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각각 2명, 3명의 주교가 청년들과의 ‘평화 대담’에 같이했다.

일상, 고된 삶, 현실, 그리고 평화. 청년들은 평소 지녔던 궁금증을 평화와 엮어 여러 질문으로 쏟아냈다. 주교들이 전하는 조언부터 평화를 위한 교회와 청년의 역할, 분열을 극복하고 화해를 실현하는 방법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답이 장장 2시간에 걸쳐 이어졌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를 이야기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3개국 주교단과 청년들의 대화

평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평화를 실천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오늘날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비견되는 무한 경쟁 사회다. 삶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든 현실은 모든 세대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사회생활의 시작점에 선 청년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더욱 크다. 나와 직접 연관된다고 여기는 일 외엔 무감각해져 가는 것도 현상처럼 나타난다. ‘평화를 향한 무관심’도 마찬가지다. 청년에게 어떻게 하면 평화에 대한 희망을 돌려줄 수 있을까?

청년들의 질문에 김희중 대주교가 신중하게 답변했다. 김 대주교는 어렵고 힘든 청년들의 삶에 공감하며 “그 원인을 먼저 되짚어 볼 것”을 제안했다. 특히 분단 체제의 이면에서 비롯된 불평등한 구조를 언급했다. 김 대주교는 “분단 체제에서 출발한 불평등과 여기서 비롯된 무기력이 지금 청년들이 느끼는 어려움의 시작점”이라며 “청년들의 어려운 삶도 결국 평화와 관련된 문제이며, 이는 각자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또 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청년들의 역할을 당부했다. 김 대주교는 “1년여간 월남전에 참전하며 느낀 점은 전쟁에서 절대 선은 이기는 것이고,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든 허용하면서 결국 인간을 동물 이하로 전락시킨다는 것”이라며 “전쟁이라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세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3개국 청년들이 다시금 평화의 씨앗을 뿌리고 포기 없이 계속 나아가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위원 박현동 아빠스는 전쟁에 무감각해지는 현실을 우려했다. 박 아빠스는 “미디어에서 전쟁 이야기가 나올 때 보면, 어느 편이 더 많이 죽고 다쳤는지 누가 이겼는지에만 온통 관심을 갖는다”면서 “마치 전쟁을 컴퓨터 게임처럼 여기게끔 하는데, 가톨릭 청년들은 우리가 세례를 받은 한 형제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형제애야말로 세상에 평화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지표라는 점을 되새겼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평화를 찾는 이들과 더욱 연대할 것을 요청하는 당부도 나왔다. 일본 히로시마교구장 시라하마 미츠루 주교는 국적과 인종, 나이를 초월한 모두와의 연대를 희망하면서 “세 나라 청년들이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청년들이 연대해 공동체를 이루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자리에 모인 가톨릭 청년들이 함께 공동 기도문을 만들어 기도 바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평화 교육을 통한 사상적, 학술적 무장과 연대를 요청했다. 이 주교는 “교육과 만남으로 역사적 사실을 바라보는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의 감정에 대해서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이러한 학문적 기반에서 출발해 세계 청년들과 교류하고 연대하며 평화를 향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청년들은 세계적 분쟁 속에 ‘잊힌’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을 국제사회에 다시금 불러일으킬 방안을 묻기도 했다. 전 나가사키대교구장 미츠야키 다카미 대주교는 “결국 평화가 우리 삶과, 나아가 세계 인류의 삶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두에게 평화가 일상과 직접 연결된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한다면, 서로 떨어져 있더라도 평화의 가치에 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미국 주교회의 국제정의평화위원장 리처드 페이츠 주교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을 북돋기 위한 ‘온라인 연대’를 제안했다. 페이츠 주교는 “청년들은 온라인의 활발한 활동으로 세계의 다양한 이들과 ‘평화’를 주제로 교류, 협력할 수 있다”며 “청년 세대에 관심이 많은 정치 지도자들과도 교류하는 등 관심을 이끌자”고 말했다.

주교단은 한목소리로 기도와 회개를 거듭 강조했다. 미국 제퍼슨시티교구장 숀 맥나이트 주교는 “평화는 궁극적으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것”이라며 “신앙인은 기본적으로 기도하는 삶을 살아야 평화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 김주영 주교는 “아직은 우리가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보이지 않겠지만, 기도와 회개를 바탕으로 선한 마음을 갖춘다면 때가 왔을 때 그 길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ㆍ미ㆍ일 주교단은 평화를 이루기 위한 필수 덕목으로 ‘존중’과 ‘경청’도 당부했다. 일본 삿포로교구장 카츠야 타이치 주교는 “적대적인 상대를 존중한다는 것은 자신과 다른 가치관과 생각을 하더라도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며 “상대의 생각이 어떤 배경에서 출발했는지 경청하고 공감하는 능력에서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고, 이는 진정한 신뢰를 쌓아가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화해의 길

청년과의 대화에 앞서 갈등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포럼도 같은 자리에서 열렸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역사 문제는 오랜 시간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며 갈등을 빚어온 사안으로, 해묵은 역사 갈등은 동북아시아에서 평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각국 참가자들은 한·중·일의 갈등 원인을 역사 교육에서 비롯한 집단 기억에서 찾았다. 소그룹 토의를 통해선 갈등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허승훈 일본 리츠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학(이하 APU) 국제관계평화학 박사는 “우리가 지닌 역사적 지식들은 대부분 교육에서 비롯되며, 같은 국적 사람들은 비슷한 견해를 갖고 일종의 집단 기억을 공유하게 된다”면서 “젊은 세대일수록, 세대가 지날수록 서로 집단 기억에서 더욱 큰 차이를 보이며 충돌할 수 있다”고 했다. 같은 역사를 다른 방식으로 기억해 ‘갈등 내러티브’가 생기고, 이를 이해해야 비로소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갈등 해결 과정 전문가인 APU 교육개발학습지원센터 츠루하라 토시아스 박사는 “충돌 자체에만 집중하지 말고, 서로의 감정이 상하게 된 배경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갈등이 완화된다”면서 “동아시아 국가들 역시 서로의 정치적 상황과 역사적 배경을 먼저 이해해야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일본(히로시마)=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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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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