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한·일 그리스도인 “핵없는 평화 세상!” 외치며 거리 행진

한일탈핵평화순례단, ‘탈원전 미야기 금요 데모 모임’ 센다이를 가다 <하>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에드가 가쿠탄 주교를 비롯한 제9회 한일탈핵평화순례단이 내년 재가동 예정인 미야기현 오나가와 핵발전소 앞에서 ‘탈핵’을 외치고 있다.

 


“겐바쓰 이라나이!”(원자력 발전소는 필요 없다!)

10월 19일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있는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 최대도시 센다이. 현수막과 팻말을 든 시위대가 힘차게 구호를 외치며 네온사인 가득한 번화가를 질서정연하게 행진했다. 이름 하여 ‘탈원전 미야기 금요 데모 모임’. 센다이가 속한 미야기현의 오나가와 핵발전소 재가동을 막기 위해 뭉친 시민들이다. 이들은 동일본 대지진 이듬해인 2012년 7월 20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6시마다 거리 시위를 해왔다. 운영사인 도호쿠전력이 지진 피해로 운전을 멈춘 지 1년 만에 오나가와 발전소를 재가동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11년의 투쟁 끝에 어느덧 이날 무려 501회째를 맞은 시위는 이례적으로 목요일인 이날 열렸다. 아주 특별한 ‘지원군’이 센다이를 찾아 합류한 까닭이다. 핵 없는 세상을 꿈꾸는 한국과 일본 그리스도인들이 연대한 ‘한일탈핵평화순례단’이다. 양국 시민들은 이날 한목소리로 ‘탈핵’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를 부르짖으며 함께 걸었다.

 

 

한일탈핵평화순례단이 ‘탈원전 미야기 금요 데모 모임’과 함께 센다이 시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오나가와 핵발전소 재가동 중단을 촉구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2012년부터 매주 금요일 탈원전 거리 시위

오나가와 핵발전소가 지어진 곳은 과거 희고 고운 모래로 유명한 ‘나라하마(鳴濱)’라는 해변이었다. ‘노래하는 모래사장’이란 뜻으로, 모래에 불순물이 없어 밟으면 ‘뀨뀨’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아름다운 곳에 위험하기 짝이 없는 핵발전소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지역의 일부 선각자들은 저항에 나섰다. 이들은 1978년 도호쿠 지방 최대 일간지인 ‘가호쿠신보’에 해변 사진과 함께 핵발전소 건설 반대 광고를 실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자”는 호소와 함께. 그러나 핵산업계의 돈과 술의 유혹으로 주민들 간에 의견이 갈렸고, 결국 반대 투쟁은 실패하고 말았다.

1984년 1호기를 시작으로 2호기(1995)·3호기(2002년)가 지어져 운영에 들어갔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나기 직전까지 말이다. 지진 당시 오나가와 핵발전소는 진원지인 태평양 앞바다에서 최단 거리(약 130㎞)에 있는 핵발전소였다. 그런데 후쿠시마 제1발전소 사고와 같은 괴멸적인 피해를 당하진 않았다.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냉각수가 흘러내리고, 불이 나는 데 그쳤다. 왜였을까? 지진으로 부지 지반이 1m 침식하면서 해발고도가 13.8m로 낮아졌는데, 마침 덮친 쓰나미 높이가 13m였던 것. 겨우 80㎝ 차이로 대재앙을 면한 것이다. 원자로와 연결되는 외부 전원 5개 계통 중에 하나가 겨우 살아남은 이유도 컸다.

물론 피해도 작지 않았다. 원자로 건물에 1130군데나 되는 균열이 생기며 크게 약화했다. 언제든 또 지진이 나면 결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처방은 다소 의아했다. 핵발전소 앞에 29m 높이 방파제를 세운 다음, 곧장 2호기를 재가동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도 2019년 재가동 합격 판정을 내렸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봄 다시 운전하게 된다. 동일본에 위치한 핵발전소 중 최초다.

이를 두고 지역 주민들은 안전과 비용 문제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내부 설비 문제로 6번이나 재가동을 미룬 데다, 총비용도 7100억 엔(약 6조 원)이나 들기 때문이다. 꾸준히 금요 시위에 참여해온 다타라 사토시씨는 “오나가와 핵발전소는 내진 설계의 기준이 되는 ‘기준 지진동’보다 더 높은 지진이 세 번이나 발생한 곳”이라며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처럼 노후한 ‘비등수형 원자로’라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고 역설했다.

비등수형 원자로는 증기발생기를 따로 짓지 않아도 되는 대신 스스로 그 기능을 한다. 문제는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는 격납용기를 보호하는 건물이 튼튼하지 않아, 훼손되는 즉시 방사능 수증기가 유출된다는 점이다. 또 격납용기가 작아 내부압력이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에 사고 발생에 따른 대처시간도 부족하다. 이처럼 위험성을 설명한 다타라씨는 “우리는 앞으로 저항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발전소 재가동을 막을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총무 양기석 신부 등 한일탈핵평화순례단이 센다이 행진에 앞서 연대발언을 한 뒤 결의를 다지고 있다.


맹방 해변, 사라진 나라하마 해변과 닮아

한국에서 방문한 한일탈핵평화순례단도 이에 연대를 표하며 응원을 전했다. 강원도 삼척에서 온 이옥분(제르트루다)씨는 “삼척에 있는 아름다운 맹방 해변도 석탄화력발전소가 지어지는 탓에 파괴되고 있다”며 “오나가와 핵발전소 때문에 사라진 나라하마 해변과 닮았다”고 했다. 이어 “삼척의 바닷물이 여기까지 와 있을 것으로 생각해 많이 울었다”며 “삼척도 세 번이나 핵발전소 건설을 막아냈다. 한국과 일본이 희망을 품고 힘을 합쳐 오나가와 핵발전소 재가동을 막아내자”고 말했다.

한국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총무 양기석 신부는 “핵사고와 기후 위기는 우리에게 더는 핵발전을 해선 안 된다는 걸 일깨워줬다”며 “오나가와 핵발전소를 비롯한 세계 모든 핵발전소는 차례대로 폐로돼야 하며, 한일 탈핵 운동이 연대해 핵 없는 세상을 함께 만들자”고 강조했다.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장 강승수 신부는 핵발전소 ‘안전 신화’를 지적하며 “우리가 믿고 따라야 할 분은 하느님이지, 과학이 아니다”며 “주님을 믿고 탈핵 운동을 해나가자”고 격려했다.
 

오나가와 핵발전소 인근에 있는 광고판.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원전을 멈추자고 써 있다.


오나가와 핵발전소 재가동 막기 위해 소송

한편, 오나가와 핵발전소 재가동을 막기 위해 도호쿠전력을 대상으로 소송에 나선 시민들도 있다. ‘오나가와 핵발전소 재가동 저지 소송 원고단’이다. 이들이 내세운 명분은 뭘까. 히노 마사미 사무국장은 “지진이나 핵사고 발생 시 발전소에서 30㎞ 이내 주민들은 대피해야 하는데, 교통난으로 시간 안에 이동할 수 없는 데다, 피난소도 지정돼 있지 않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자가용 없는 고령 피란민을 운송할 교통수단을 갖췄는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1년 소송을 걸고 싸워왔지만, 올해 5월 센다이 재판소에서 부당 판결을 내렸는데, 이유는 우리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황당해 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다시 항소했고, 앞으로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면서도 “일본 언론은 이런 노력을 거의 조명하지 않는다”며 미디어의 역할도 당부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11-0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11. 26

에페 4장 2절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 주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