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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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나아가고 구현해야 할 모습이 바로 시노드 교회”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1회기 참가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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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1회기에 한국 교회를 대표한 대의원으로 참가한 정순택 대주교가 10월 한 달간 이어졌던 시노드 참가기를 전하고 있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1회기가 지난달 29일 한 달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시노드 정기총회는 보편 교회의 미래, 제삼천년기를 위한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처음으로 여성을 포함한 평신도와 수도자들이 투표권을 부여받았고, 교회 안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해 더욱 고민하고 논의했다는 점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시노드 정기총회 후에는 시노드적 교회를 살아가는 과정, 가난한 이를 섬기는 교회의 사명, 교회 내 여성의 역할 등 20개 주제에 대한 합의된 사항과 제2회기 때 논의해야 할 제안 등을 담은 종합보고서(Synthesis Report)도 발표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회기 마무리 미사에서 “교회를 변화시키는 일(reform)은 하느님을 최우선에 두고 그분을 흠숭하며, 다른 이를 더욱 사랑하고 섬기는 것과 같다”며 “주님께서는 우리를 더욱 시노드적이고 선교적인 교회, 우리 시대 여성과 남성을 위해 봉사하며, 모든 이에게 복음의 기쁨을 전하기 위해 나아가는 교회가 되도록 우리를 인도하시고, 도와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시노드 1회기를 통해 가톨릭교회의 여러 안건을 두고 대화와 상호 경청, 성령을 통한 식별을 이룬 가운데, 교황과 대의원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교회의 축복, 여성 사제 문제, 사제 독신 의무 문제 등 안건들에 대해선 결론짓지 않고 내년 10월 열릴 제2회기 때 다시금 논의키로 했다.

한국 교회에서는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한국을 대표한 대의원으로 이번 시노드 정기총회의 모든 일정에 참가했다. 본지는 9일 정 대주교를 만나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1회기 현장 분위기와 소회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10월 한 달 꼬박 시노드 정기총회 제1회기에 참가하셨습니다.

잘 다녀왔습니다.(웃음) 우선 저로서는 이번 시노드가 2018년 제15차 시노드 참석 이후 두 번째 시노드 참석이었습니다. 이번 시노드는 회의 테이블 구성에서부터 시노드 교회를 지향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원탁 테이블마다 11~12명이 함께 앉았습니다. 사제, 수도자, 평신도로 구성된 퍼실리테이터(회의 진행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돕는 조력자)가 있고, 추기경, 주교,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골고루 자리해 테이블 안에서 우리가 함께 가는 교회 모습을 구현하고자 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번 시노드에 남녀 수도회 총장 각각 5명을 초대하셨고, 여자수도회 총장들에겐 투표권도 부여하셨습니다. 제15차 시노드 때 초대됐던 여자수도회 총장 3명에겐 투표권이 없었던 것과 차이점이지요. 또 전과 달리, 평신도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셨습니다. 개신교 대표들도 초대하셨고요.

 

 

10월 4~29일 열린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제1회기에 참가한 정순택 대주교(동그라미 안)가 대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OSV

 


- 365명에 이르는 대의원이 시노드 정신을 발휘하셨습니다. 상호 경청과 대화, 식별에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전체 회의나 소그룹 나눔 때엔 30~40분마다 한 번씩 3~4분간 침묵 속에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나왔던 이야기에 대해 ‘정말 성령 안에서의 목소리인지, 나는 이걸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 하느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시고자 하는지’를 묵상했습니다. 이런 과정은 이번 시노드를 통해 처음 시도된 것인데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중간중간 미사와 피정을 지도해주신 신부님과 수녀님께선 일종의 영성 훈화와 복음 해설도 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 이번 시노드를 통해 성령 안에서 우리가 경청하고 함께 나아가는 데 있어 이런 부분들도 강조하시고자 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 대의원들과 나눈 주제와 대화도 어떤 것들이 오갔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시노드를 위한 의안집은 전반부, 후반부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전반부는 시노드가 무엇이고, 시노드 교회가 무엇인지 논의하도록 구성됐습니다. 후반부는 워크시트로 구성됐는데, 친교, 사명, 참여 각 대주제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들이었습니다. 주제마다 또 세부 질문들로 나뉘는데, 우선 언어권별로 선택하고, 관심 주제를 선택한 뒤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날 것이란 약속을 어떻게 믿도록 하는가, 그리고 선교의 의미와 내용을 어떻게 모두가 공유하고 함께 걸어갈 수 있을지, 또 권위와 봉사와 책임의 수행을 어떻게 쇄신할지 등의 주제를 택해서 참여했습니다.



- 종합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교회의 축복, 여성 사제 문제, 사제 독신 의무 문제 등 주목받았던 주제에 대해선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여성 사제 문제를 예로 들면, 여성 사제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찬반을 논한 것은 아닙니다. 여성의 권익과 역할을 우리가 시노드 교회 안에서 어떻게 더 고양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지 논의하는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신학적, 사목적으로 함께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사제 독신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2019년 아마존 시노드를 예로 들면, 아마존 지역 특성상 성사를 집전해줄 사제가 매우 부족해 이런 이유로 기혼 사제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차원이 논의됐습니다. 사제 혼인에 대해 찬반으로 논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성소수자 문제도 종합보고서에는 빠져있는데요.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그 이유가 사람들을 일종의 범주화하는 것을 지양해야 하지 않느냐, 그래서 조심성과 배려의 차원에서 1회기 종합보고서에선 빠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교회가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논하지 않았다거나, 관심 밖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시노드 1회기 대의원들이 대화를 나누기 전 시노드를 위한 기도를 함께 바치고 있다. OSV

 


- 종합보고서를 보면 평신도에 관한 내용이 가장 먼저 자리하고, 가장 마지막에는 로마 주교인 교황님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교황님께서 당신보다 평신도 역할을 높이신 것으로 볼 수 있는지요?

명확히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그런 의중이었다고 해석할 수는 있겠습니다. 교회에 대한 우리의 참여와 권위, 책임 부분을 논할 때 그런 논의가 있었는데요. 권위는 필요하다, 왜냐하면 참된 권위는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고 예수님께서도 참 권위를 갖고 가르치셨죠. 하느님에게서 오는 권위, 예수님의 권위는 군림하는 권위나 섬김을 받는 권위가 아니라, 섬기는 권위입니다. 그렇다고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교회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여러 특성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는 구조적인 교회도 존재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평신도를 섬기는 교회, 말하자면 섬기는 권위라는 모습으로 교황님께서 표현하시고자 하는 의향이 있으셨다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 이번 시노드 1회기가 한국 교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한국 교회에 시노드 정신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할지요?

교황님께서는 “시노드는 의회가 아니다”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의회는 서로 의견을 주장하고 논의한 다음 마지막에 투표를 통해 결정하죠. 교황님은 시노드는 의회가 아니며, 우리가 하느님께로 불림을 받아 함께 나아가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또한 앞으로 1년 동안 종합보고서에 나온 현안과 제안들을 구체적으로 각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 함께 논의하고 의견도 나누면서 성령 안에서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초대에 응하고 함께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 2024년 10월에 시노드 2회기가 예정돼 있습니다.

시노드 1회기에 참가한 대의원들은 2회기에도 반드시 참가하게 돼 있습니다. 대의원들에게 특별히 따로 주어진 미션은 없지만, 앞으로 1년 동안 보편 교회는 종합보고서에 따라 반영할 내용들과 고려할 사항, 제안들에 대해 함께 시노드적인 나눔과 논의를 해나가는 것이 과제일 것입니다.



- 시노드 교회를 향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더욱 해나가야 할지요.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느님께 부름 받은 존재로서 함께 나아가는 교회라는 점을 교황님께서 강조하고 계십니다. “우리 모두 함께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자.” 이런 모습이 시노드 교회의 모습인 것이죠. 시노드 교회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친교, 참여, 사명으로 드러나야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우리와의 친교, 이웃과의 친교를 바탕으로 복음의 기쁨을 살고, 그 매력을 발산해야 하는 것이 바로 교회입니다. 다만 우리는 시노드 주제 가운데 ‘미션’(mission)을 사명이라는 더 큰 단어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폭넓은 개념으로 번역했기에 ‘선교’라는 선명한 표현이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조금 아쉽습니다. 시노드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선교이고, 교회는 선교입니다. 선교라는 뚜렷한 의미를 더욱 회복하는 것 또한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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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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