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 한 해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이상동기 범죄가 잇따랐습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사형제 유지를 전제로 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추진에 대해 전문가들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김혜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정부가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은 올해 8월 입법예고를 거쳐 지난달 말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현재 국회로 공이 넘어온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상동기 범죄의 원인을 찾아 줄이는 노력 없이 중형을 부과한다고 해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김선태 주교는 주교회의 사형제도페지소위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깊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김선태 주교 /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사형제도의 존치를 전제로 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의 도입 예고는 많이 염려스럽습니다. 이상동기 범죄를 풀어갈 실마리는 강성형벌이 아닌 이 사회의 공고한 구조적 불평등에서부터 찾아야 합니다.”
발제자로 나선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김대근 연구위원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죄형법정주의와 권력분립원칙에 위배되고, 가석방 제도 도입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이것은 피해자 인권과 가해자 인권이 충돌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김대근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피해자의 인권이나 범죄 예방을 위한 보다 중요한 조치들이 있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고 불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현행 무기형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점, 형의 종류에 대한 개정이 선행되지 않은 점 등 입법 과정에 흠결이 많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이덕인 / 부산과학기술대 경찰행정과 교수>
“이와 같은 방식에 의해서 추진되는 입법이라면 향후에 충분히 위헌성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히지 않을까 그런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토론자로 참여한 국회 입법조사처와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들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 의견을 냈습니다.
<김광현 / 국회 입법조사처 법제사법팀 입법조사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논의 이면에는 교정시설 과밀수용이 해결이 안 되니 수형자 인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심상진 /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 사무관>
“정부 입법 발의로 불가피하게 대체형벌을 검토해야 하는 지금이 사형제 폐지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적기라는 입장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된 건 1997년 12월.
21대 국회엔 9번째 사형페지 특별법이 발의되어 있지만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형제 존치를 전제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
사형제 폐지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와 함께,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CPBC 김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