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1회기 「종합 보고서」(Synthesis Report)는 마지막 파트3에서 ‘유대 짜기, 공동체 짓기’(Weaving Bonds, Building Communities)라는 제목으로 가톨릭교회가 지금보다 친밀한 공동체, 상호 소통하는 관계가 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전의 세계주교시노드를 ‘행사’(Event)였다고 지칭하면서 이번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행사가 아닌 ‘과정’(Process)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히는 부분이다. 이와 더불어 각 나라와 지역교회들이 더욱 활발히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 파트3 구성
「종합 보고서」 파트3은 14장에서 20장까지 모두 7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7개 장의 제목과 배열을 보면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1회기가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진행됐지만, 가톨릭교회 안에 시노드적인 논의 과정과 구조, 기구가 부족하다는 반성이 저변에 깔려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양성을 위한 시노드적인 접근(A synodal Approach to Formation) ▲교회의 식별과 열린 질문들(Ecclesial Discernment and Open Questions) ▲경청하고 동반하는 교회를 향하여(Towards a Listening and Accompanying Church) ▲디지털 환경에서의 선교(Mission in the Digital Environment) ▲참여를 위한 구조(Structures for Participation) ▲전체 교회의 친교 안에서 교회 그룹 형성하기(Groupings of Churches within the Communion of the Whole Church) ▲주교시노드와 교회 모임(The Synod of Bishops and Ecclesial Assemblies) 등 7개 장은 교회의 본질을 하느님 백성 모두가 함께 걸어가는 시노달리타스에서 찾아야 한다는 사실과 그러기 위해 새롭게 정립돼야 하는 하느님 백성의 양성, 국가별 및 대륙별 활발한 소통 필요성을 제안한다.
■ 시노드적인 교회 위한 ‘양성’
「종합 보고서」는 교회에서 필요한 양성에 세례받은 모든 이가 자기 역할을 지니고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우선 요구한다. 양성에는 사제를 비롯한 특정한 이들만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세례받은 이는 누구나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은총과 재능에 대한 응답으로 자기 스스로를 양성할 의무를 부여받기 때문이다.
「종합 보고서」는 양성의 의미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가 예루살렘으로 걸어가 십자가를 향하는 모습을 보여주신 것처럼, 능력을 키우는 것만이 양성이 아니라 패배와 실패로부터도 열매를 맺는 하느님 나라의 논리를 깨닫고 회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양성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양성에 있어서 가정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최우선적이고 중요한 양성은 가정에서 먼저 이뤄지고 부모와 조부모가 사용하는 신앙 언어에서 첫 신앙 고백을 배우게 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종합 보고서」는 신학생 양성 이외 분야에서도 공동책임성과 경청, 식별, 교회 일치와 종교간 대화, 가난한 이들을 위한 봉사, 공동의 집 지구를 보호하는 노력을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요청했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부산교구 담당 노우재 신부(미카엘·서동본당 주임)는 “「종합 보고서」가 양성에 대한 장에서 ‘회심’(Conversion)을 요청하고, 하느님 백성 모두가 양성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대목은 교회의 권위주의와 성직주의, 관료주의를 해소하는 데 중요한 방향을 알려 준다”고 말했다.
■ 경청·동반하는 교회 되려면
「종합 보고서」는 교회 내 논쟁들(Controversial Matters)을 어떻게 바라보고 응답해야 하는지에 대해 ‘사랑과 진리’(Love and Truth)라는 두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1회기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에 언급된 성소수자 문제도 「종합 보고서」의 ‘논쟁들’ 중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논쟁에 관계된 이들을 사랑으로 대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시노드적인 교회의 자세이지만, 교회가 따라야 하는 진리 역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대의원들의 요청이었다.
「종합 보고서」는 “결혼상의 지위(Marriage Status), 성 정체성(Identity or Sexuality) 등을 이유로 교회로부터 배제되거나 소외된 이들은 교회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듣고 동반하기를 요청하고 있다”며 “지속되는 논쟁들에 대해 숙고의 시간을 가지면서 교회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종합 보고서」는 이번 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지역교회 단계에 참석한 신자들, 특히 평소에 교회에서나 사회에서 소외를 경험했던 이들은 자신들의 말이 깊이 경청되는 체험을 하며 놀라는 한편 인간으로서 존엄성에 대한 확신과 인식을 갖게 됐음을 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종합 보고서」는 이번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이전 주교시노드와 차별화되는 점을 ‘이벤트에서 과정으로’(From an Event to a Process) 변화됐다고 강조했다.
‘함께 걷기’(Walking Together)라는 시노드 본래의 의미에 비춰 볼 때, 이전 주교시노드는 주로 주교들이 참여하며 교회의 관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주교들만을 위한 이벤트였지만 이번 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사상 최초로 여성과 평신도 대의원들까지 참여함으로써 시노드 본질을 구현한 논의 과정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종합 보고서」는 “시노드 과정(The Synodal Process)은 우리를 고무시키는 은총의 시간이었고 지금도 은총의 시간이 되고 있다”며 “하느님께서는 교회의 선교적 삶과 사명을 이끌 수 있는 시노드적인 새로운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고 이번 주교시노드를 평가하고 있다.
「종합 보고서」는 시노드적인 교회 실현을 위한 방안으로 디지털 기기들을 복음선포에 선용할 것과 각국 주교회의 간의 교류, 대륙별 교회 모임 개최 등도 제안하고 있다.
노우재 신부는 “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가장 중요하게 시사하는 점은 단순히 하루나 며칠 동안이 아니라 25일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추기경, 주교, 사제, 평신도가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대화하는 문화를 만든 것”이라며 “한국교회도 준비과정을 거쳐 전국 교구에서 100명 정도가 참여해 권력관계와 격의 없이 함께 앉아 교회의 미래상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