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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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와 시노달리타스] (28) 일상 안에서의 시노달리타스 - (상) 교회는 개별 지역교회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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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획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와 가톨릭신문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회란 무엇인가? 쉽게 답하기 어렵다. 관념 속에 존재하는 교회의 정의들로는, ‘하느님의 백성’, ‘신비체’ 아니면 ‘교회법을 따라 합법적인 교구장 주교를 중심으로 한 지역교회’ 등으로 나열된다. 그것도 아니면 우리가 일상에서 체험하는 교회적 사실들, 가령 텔레비전에 나오는 교황님과 교황청 풍경, 길 가다 보이는 성당 건물, 교구청의 주교님, 사제와 신자가 함께하는 미사의 풍경, 소공동체 구역장 회의, 봉성체 하는 사제와 환자 그리고 함께 온 봉사자들, 레지오마리애의 깃발 등인데 이들 중 과연 어느 것이 교회일까?

답은 위에 열거한 모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모여 교회를 이룬다. 교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으며 다채롭기에, 우리의 일상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작은 일상들이 모이고 모여 하느님의 백성이 되고,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체로 이해된다. 시노달리타스의 여정도 마찬가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달리타스가 교황청에서 만들어 주는 제도가 아니라, 지역의 개별교회 맥락에서 출발하여, 전체가 친교 안에서 함께 걸어가는 교회의 여정으로 만들자고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시노달리타스는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신앙의 원리이자 우리의 삶을 규율하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

시노달리타스는 교회의 위기에서 태동하였다. 그렇기에 교회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은 세속화의 영향으로 교회가 약화하고, 매너리즘에 빠져 무기력하고 비루한 교회 안 삶의 자리에서 사도행전에 나오는 오순절 성령의 바람이 다시 불기를 바라고 있었다. 오순절에 하늘에서 세찬 바람이 불어오고 불같은 것이 제자들에게 내려앉자, 제자들은 성령으로 가득차 영이 그들에게 일러 주는 대로 말하기 시작하였듯이 말이다.(사도 2,1-4 참조) 이렇듯 사도적 열정으로 뜨거워져 새로운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염원과 공감대는 점점 커져만 갔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노달리타스 교회에 대한 구상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 초부터 일관되게 발전되었고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2021~2024)를 통해 그 전모가 확연히 드러난다.

이 교회 운동은 이미 몇 십 년 전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새로운 복음화’ 즉 새로운 열정과 방법으로 교회의 삶이 거듭나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과 같은 문제의식에 놓여있다. 그러나 시노달리타스 교회의 길에는 우리의 생각과 의지에 대한 대외적 구호가 아니라 교회의 제도는 물론 신자들의 일상 신앙문화까지 모두 새롭게 쇄신하자는 결기가 서려 있다. 그러기 위해 시노달리타스 교회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라는 외적 형태를 빌려 현실적으로 추진해 나가려고 한다. 그래서 시노드는 교황청이나 주교단의 수준에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신앙이 펼쳐지는 지역교회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하여 시노드의 결과에 대한 지역교회의 뿌리 내림은 지속적인 과제로 남게 될 것이다.



제16차 주교시노드의 과정 안에서 이루어진 한국교회의 경청과 나눔 모임

이번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는 총 3단계로 구성된다. 제1단계는 2021년 10월 9~10일에 시노드 개막과 함께 지역교회 수준, 각 국가의 교구에서 교회쇄신을 위한 경청과 대화 그리고 식별의 과정을 거쳤다. 제2단계는 2022년 8월 15일까지 1단계에서 이루어진 지역교회의 종합의견서가 모두 제출 마감하는 날부터 시작하여 7개 대륙별 지역교회 수준에서 국가 교구들의 결과들에 대한 경청과 나눔 그리고 식별의 과정을 동일하게 반복했다. 한국교회의 결과들은 아시아 대륙에 속하기에 아시아주교회의연합의 범주 안에서 다루어졌다. 제3단계는 2023년 3월 31일 7개 대륙별 회의의 「최종문서」 제출이 마감하는 날부터 시작하여 이 「최종문서」를 기초로 본회의에서 다루게 될 내용들을 정리한 「의안집」이 만들어진 후 2023년 10월 4~29일까지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본회의 제1회기를 열고, 이후 2024년 10월에 제2회기를 열 계획이다.

한국교회는 2021년 10월 중순에서 2022년 5월 말까지 각 교구들 안에서 시노드 단계를 진행하였다. 각 교구의 본당, 교구청 및 교구 단체들이 경청과 대화의 모임(시노드)을 하고, 그 결과들을 모아서 주교회의 차원에서 다시 경청, 대화 그리고 식별의 과정을 거쳐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에서 초안 작성 후,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완성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상황에서는 각 본당과 교구의 신자와 성직자들이 모여 경청과 의견 나눔 모임을 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다수의 신자가 교회에 다시 희망을 품게 되고 자신의 신앙생활을 성찰하고 식별하게 된 점과 더불어 자신은 물론 우리 교회의 쇄신이 필요함을 자각하게 된 것에 이 과정은 매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한국의 각 교구는 2021년 10월 중순에서 2022년 8월까지 각 본당과 교구 산하의 평신도 단체들의 수준에서 시노달리타스 교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교회가 직면한 문제들과 사명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문제와 사명은 시노달리타스라는 기준에 준거하여 탐색되었다. 즉 교회가 보다 친숙한 친교, 참여 그리고 사명의 가치로 각인된 시노달리타스 교회론을 기준으로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의 사명을 찾는 것이었다. 물론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무엇을 어떻게 논의할지 그리고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구 단계에서 실시한 모임(시노드)은 「준비문서」와 「편람」의 안내에 따라 이루어졌는데, 「준비문서」는 시노달리타스 교회와 관련된 10개의 핵심 주제를 제시하였고, 이 주제들에 대해 본당과 교구 단체 신자들, 수도자, 사제들은 서로 청취와 의견을 개진하였다. 이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는데 이는 대략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의 모임과 사회활동의 제약으로 인해 모임 진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둘째, 성직자들의 소극적 참여 자세로 인해 신자들에게 시노달리타스와 세계주교시노드의 교구 단계 과정의 중요성과 의의가 제대로 숙지되지 못했다. 셋째, 성직주의와 신자들의 소극적 태도와 의존성으로 인해 논의가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전개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넷째, 교구마다 시노드의 참여도와 과정 내용의 편차가 심했다. 대전교구와 광주대교구는 각각 최근에 실시한 교구 시노드와 ‘하느님 백성의 대화’라는 형식을 통해 세계주교시노드 교구 단계를 대체하기도 하였다. 또한 교구장의 의지에 따라 본당의 경청 모임 형식을 의견조사 형식으로 진행한 경우도 있지만, 춘천교구의 경우 적극적 시도느 참여를 위해 두 차례 이상 전 교구민을 대상으로 본당에서 모임을 가지기도 했다.


최영균 시몬 신부(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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