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봄호 특집은 무엇으로 잡으면 좋을까요?” “시노달리타스 대의원회의 결과를 정리해보는 것도 좋겠는데요.” “세계적으로 극우파들이 정권을 잡는 나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증오와 혐오를 부추기는 분위기가 퍼져가고 있어 걱정입니다.”
시대의 징표를 읽으며 대안적 삶을 고민하는 가톨릭계 계간지의 편집회의 날입니다. 매월 시간을 내어 삶을 나누고 그간 고민하며 공부한 것을 공유하는 자리인데, 제 삶을 돌아볼 수 있고 귀한 것들을 배울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오늘 들은 이야기도 그랬습니다. “제주 강정에서 평화운동을 하시는 송강호 박사님 계시잖아요. 송 박사님이 제주와 일본, 중국 사이의 바다를 ‘공평해’로 이름 짓고 엔진 없이 돛만으로 그곳을 항해하려고 준비하고 있답니다. 이미 전에 한 번 항해했었는데, 그때는 바다에서 태풍을 세 번이나 만났다네요. 두 번째 항해를 준비 중인데 항해할 사람들과 훈련을 하고 있대요. 동북아의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리려는 항해지요.”
정치와 사회 현실이 암담하다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지금 여기서 우리가 어떤 열매를 거두고 있다면 그것은 누군가가 우리보다 앞서 씨앗을 뿌린 때문일 것입니다. 또 지금 우리의 현실이 팍팍하다면 그것은 지금 우리가 씨앗을 뿌려야 하는 때라는 걸 가르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인간의 도성에 맞서는 하느님의 도성에 대해 말한 이는 성 아우구스티노였습니다. “인간의 도성에서는 자신에 대한 사랑이 하느님마저 멸시하게 만들며 하느님의 도성에서는 그분에 대한 사랑이 자신조차 잊게 만든다.”
인간의 도성이 증오와 폭력을 조직한다면 하느님의 도성은 사랑과 환대를 조직하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쟁과 생태 파괴, 증오 범죄, 온갖 뉴스들이 여전히 무섭게 들려오는 날이지만, 회의를 마치고 돌아가는 편집위원들의 등 뒤로 전에 좋아하던 노래를 나지막이 불러봅니다. “아무도 없는 땅을 홀로 일구는 친구의 굳센 미소 위에 사랑해요 라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