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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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 홍성남 신부 "사제들이 정치 얘기하면 빨갱이? 예수님도 현실 문제 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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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PBC 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

○ 진행 : 김혜영 앵커

○ 출연 :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신부


(주요 발언)
- "사제들이 정치 언급하면 빨갱이라고 비난" 
- "예수님도 현실 문제에 관여"   
- "사제들의 쓴소리가 현실정치 관여? 우문" 
- "사제들이 특정 권력 옹호하는 것은 금지" 
- "우리 사회 모순에 관심 갖는 것은 당연" 
- "공산당, 쓴소리 하는 사제들 싫어해" 
- "사제들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 복음주의파" 
- "신학교는 종교사관학교" 
- "사제로서 신자들에게 행복을 준다는 보람" 
- "임종 직전 손 잡아달라고 할 때 뭉클" 


[앵커] 깊은 내공, 오늘은 사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사제들이 현안에 대해 발언하는 걸 비난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이신 홍성남 신부님과 얘기 나눠보죠.


▷신부님 오랜만에 나오셨습니다.

▶오랜만입니다.


▷바쁘게 지내고 계시더라고요. 성지순례도 다니시고, 강의도 다니시고, 방송에도 출연하시고.

▶네.


▷오늘 저희가 제목을 ‘사제는 빨갱이인가?’ 이렇게 잡아봤는데요. 사제들이 국정 현안이나 이슈에 대해서 얘기하면 왜 정치에 관여하느냐, 언급하느냐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고 그래서 심지어 사제가 빨갱이냐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신부님도 이런 얘기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그렇죠. 그런데 일단 빨간 옷은 신부들이 안 입고 추기경쯤 되어야지 입는 게 빨간 옷이에요. 


▷사제들은 대부분 검은색?

▶저희는 빨갱이는 아니고 검둥이들이죠. 빨갱이는 추기경님들이죠. 어쨌건 저도 이제 사적인 모임에 가면 연세 드신 분들이 “왜 신부들이 정치문제에 관여하냐. 좌파냐” 심지어는 “정구사 신부는 다 빨갱이 아니냐” 얘기를 많이 들어요. 저는 정구사가 아닌데도 극우 노인 단체 회장님이 동영상에서 제가 정구사 대표라고 그렇게 얘기를 한 것을 봤어요. 그래서 정구사 신부들한테 욕을 많이 먹었어요. 회원도 아닌데 회원인 척 하냐고. 


▷그런 얘기를 들으신 경험도 있을 정도로.

▶아무래도 저도 현실 정치에 대한, 사회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니까. 그런데 신부들이 왜 현실 정치에 관여하냐고 묻는 질문은 사실 우문이죠. 왜냐하면 우리는 예수님도 현실 문제에 관여하셨던 분이거든요. 그리스도교가 다른 종교하고 다른 게, 타종교들은 그냥 본인들의 신앙 안에 머물러요. 바깥 세상에 관심 없고. 어떻게 보면 형이상학적인 문제에 관심들이 많은데. 가톨릭교회는 현실 문제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요. 그게 복음서 때문에 그래요. 예수님이 그렇게 사셨기 때문에 그 당시에 가난한 민중들을 위해서 당신이 직접 현장에 나가셨잖아요. 저희들도 마찬가지로 그래서 현장에 나가는 거예요. 그런데 나가 보니까 사람들이 처음에는 개개인의 문제 때문에 고통 받는 줄 알았더니 사회 구조 문제 때문에 고통 받고 있고, 그런 구조 문제에 대해서 지적을 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해서 쓴소리를 하는 건데 그걸 보고 현실 정치에 관여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너무 우문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리고 가톨릭교회에서 사제들에게 제한을 두는 것은 권력을 잡는 것은 제한을 둬요. 심지어 그래서 외국의 어떤 사제가 대통령이 됐어요. 교황청에서 그 사람을 면직시켰죠. 권력을 잡으면 안 되고, 특정 권력을 옹호해도 안 되고. 사제들이 지향하는 것은 그냥 국민들의 안녕, 국민들의 행복이지, 어떤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그건 아니에요. 물론 소수의 분들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분들이 있죠. 양쪽 다. 그런데 양쪽 다 잘못된 거라고 생각되고, 신부들은 어느 정당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모순이 뭐냐. 이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거는 그런 의미에서 현실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사제로서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빨갱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더 맞춰서 보면요. 정작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국가들은 사제를 싫어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사실은 제가 신학생 때 좌파였죠. 그때는 1980년대이니까 전두환 대통령이 정권 잡았을 때거든요. 그때는 신학생들이 전부 해방신학을 공부했어요. 학교 안에 서클들도 많았고. 운동권학생들하고도 교류도 있었고 그래서 80년대 신학교 다녔던 신학생들은 다 좌파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어요. 그리고 본당에 나와서 현장에 나와서 ‘이거 아니네?’ 하는 생각들을 많이 했죠. 저도 마찬가지로 학사 논문도 해방신학 가지고 썼고. 좌파경제 이론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서 마르크스 경제학 책을 갖고 공부도 하고 그랬어요. 그랬는데 제가 두 번째 본당 나온 게 여기에요. 명동. 89년에 나와서 1년 동안 청년들하고 함께 지냈는데 그 친구들이 NL이었어요, 그 때 PD하고 NL하고 2개의 파가 있었는데 민족주의 계열의 운동권 친구들을 만났는데 1년 동안 같이 지내면서 묘한 감정이 느껴진 거예요. 얘네들이 갖고 있는 정의감은 맞는데 너무 자기들만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이고. 안에서 이렇게 공동체원들이 군대식으로 조직이 이루어져서 이거는 복음적인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1년 동안 지내면서 그 친구들의 장단점을 두 가지를 다 봤는데, 교회하고는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친구들도 자기들의 지도자는 밖에 있다고 얘기하고. 그때 제가 좌파라는 게 뭔지 처음 인식을 했고, 이 친구들하고 같이 갈 수 없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식했죠. 그래도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그때 다 관심이 있었으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이야기를 하고 그랬는데, 정말 운동권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공산국가들이 정말 이상적인 나라일까. 굉장히 궁금해서 15년 이상을 사회주의 국가들을 여행 다녔어요.

공산주의 국가를 얘기 들은 것만으로는 양이 안 차서, 정말 모든 국민들이 평등하게 정부로부터 대접을 받는가 확인하러 들어갔어요. 이게 들어가면서부터 뭔가 압박감이 느껴지는 거예요. 공산체제의 특징이 감시예요. 신부로서 들어갔는데 그때부터 누군가가 계속 따라가는 거예요. 그런 것과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의견을 표현을 못하고 있고. 공통적인 게 언론 탄압이 굉장히 심하더라요. 어느 나라라고 말하기는 곤란한데, 동남아시아의 어떤 국가는 정부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언론인은 그 다음 날 없어져요. 밀림에다 묻어 버린대요. 지금은 통일국가가 된 나라인데, 북쪽에 있는 군대가 내려왔대요. 그런데 남쪽에서 자생적 공산주의 운동을 하던 아이들이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모이라고 하니까 포상을 하는 줄 알고 모였대요. 그런데 북에서 내려온 걔네들이 남에서 운동하던 애들을 다 꽁꽁 묶어서 밀림 속에 가서 땅을 파서 묻어 버렸대요. 하루만 지나면 백골이 된대요. 개미들이 다 뜯어 먹는대요. 그렇게 처리했다는 얘기를 다니면서 교민들한테 들었어요. 듣고 이건 아니구나. 일단은 평등하다 그러는데 하향 평준화가 되어 있고 그리고 사실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려면 자기 생각을 가져야 되잖아요. 다양한 생각을 갖고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다양한 비판을 해야지 되는데, 이게 획일화 되어 있는 거예요. 정부에서 한 가지 언론을 통해서 계속 국민들에게 세뇌교육을 시키고 있고 더라고요. 사람들이 단순하고 복종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는 거예요.


▷그런 사회에서 사제들을 어떻게 바라볼까?

▶공산당 입장에서는 신부들이 싫죠. 신부들은 신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나왔는데 쓴소리들을 많이 하거든요. 그러니까 공산국가들의 거의 공통적인 게 가톨릭교회가 크지 못하게 제한을 많이 두고 있어요. 예를 들면 가톨릭 신자가 되면 공직자가 못 돼요. 그렇게 제한을 두기도 하고, 신부들 강론하는 것을 당에서 다 체크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추기경이 해외에 나가는 것도 당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이런 식으로 촘촘하게 감시를 하고 있는데 감시하는 이유가 언론이 죽어 있고 다른 종교들은 조용히 있는데 가톨릭교회만 쓴소리를 하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사제들 보고 빨갱이라고 하는데 진짜 빨갱이 국가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신부들이에요. 모순이죠. 빨갱이 국가에서는 신부들이 자본주의의 간첩이에요.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빨갱이들이에요. 양쪽에서 두들겨 맞는 게 신부들이란 거죠. 그런데 신부들은 일단은 체제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자본주의건 사회주의건 이게 국민을 위한 체제가 아니다 그러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게 사제들이에요. 가끔 정의구현사제단 이야기를 하는데, 정의구현사제단은 소속된 신부들만 정의구현사제단이 아니고 신부들 자체가 신학교에서 교육 받는 게 정의구현에 대한 교육을 받고 나와요. 그것을 실행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죠. 시에 나와서 외치는 신부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방향으로 운동을 하는 신부들도 있고,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하고 있는데, 딱 정구사 신부들만 잡아 가지고 왜 현실 정치에 관여하냐? 네들은 빨갱이냐? 얘기하는 거는 정말 사제단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거죠.


▷그러면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사제들은 우파인가 좌파인가. 우도 아니고 좌도 아니면 무슨 파인가?

▶복음주의죠.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들이고 복음 정신에 따라서 사는 것이지,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고. 신부들은 그래서 좌파 정권이건 우파 정권이건, 어느 정권이건 간에 비리를 저지르거나 부패가 생기거나 국민들을 탄압하면 양쪽 다 비판해요. 그래서 양쪽에 다 미운털이 박혔죠.


▷비난하시는 분들에게 그렇게 일갈을 해주시는 걸로.

▶네.


▷그리고 사제에 대한 얘기 좀 해보겠습니다. 이번 챕터 제목은 ‘신학교는 사관학교’ 입니다. 신부님 사제가 되신 지 올해 몇 년 째 되셨죠?

▶36년 됐죠.


▷벌써 꽤 오래 되셨어요. 사제가 되는데 보통 10년 정도 걸린다고 하잖아요.

▶석사 과정하고 군대 갔다 오고 그러면 10년 걸리죠.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예요? 공부할 것도 많고 경험할 것도 많은 거죠?

▶그렇죠. 일단은 사제는 어떻게 보면 한 사회의 정신적 지도자이니까. 저희들 같은 경우는 타종교에 비해서 프라이드들이 굉장히 강한 게 하드 트레이닝을 받거든요. 학교를 출퇴근하듯이 다니는 게 아니고 거기서 공동생활을 해야 돼요. 규칙도 되게 엄격해요. 새벽에 깨서 밤 10시면 취침해야 되고. 그리고 항상 교수신부들이나 위의 학번들이 생활을 다 체크를 해요. 저도 생활부장을 해봤는데, 서품 받을 때까지 쌓이는 파일이 꽤 많아요. 항상 그리고 학기마다 방을 이동해야 되고. 제가 한 번은 신부가 되고 난 다음에 화랑대에서 일하는 군종신부한테 초대를 받아서 안에 들어간 적 있어요. 밖에서 보면 태릉에 있는 화랑대가 밖에서 보면 되게 수려하고 멋있다고 생각되는데, 딱 들어갔는데 냄새가 어디서 많이 맡은 냄새에요. 신학교 냄새에요. 육사가 신학교하고 너무 비슷한 분위기를 갖고 있어서 그때 신학교가 종교사관학교라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생활도 군대식이에요.


▷신부님은 어떤 게 제일 힘드셨어요?

▶일단 규칙적으로 사는 게 힘들죠. 정확하게 깨서 정확하게 몇 시에 기도하고 몇 시에 미사하고 식사하고 강의 들어가고. 신학교 들어가기 전에 프리하게 살다가 들어가서 다시 군대 훈련소 같이 살다 보니까 그게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더군다나 20대였으니까. 그러면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밤에 일찍 자는 그런 라이프 스타일이었는데, 들어갔더니 새벽에 깨고 10시에 자라 그러니까. 10시에 누웠는데 잠은 안 오고, 새벽에 일어나기 힘들고. 그 생활을 몇 년을 했던 거예요. 왜 이렇게 빡세게 시킬까 그랬더니, 결국 종교사관생도를 만들려고 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됐죠. 그 바람에 그렇게 혹독하게 훈련을 시키는 바람에 나왔을 때 타종교인들에 비해서 신부들이 갖고 있는 장점들이 많이 보여요. 굉장히 반종교인, 반군인들이에요. 일반 종교인들은 그냥 종교인들인데, 신부들은 반군인 반종교인들입니다. 거칠기도 한데 밀어붙이는 것도 잘하고. 하여간 특이한 종교인 집단이라고 보시면 돼요. 순명하라고 하는데 절대로 순명하지 않고, 하지 말라고 하는데 하고, 묘한 집단이에요. 타종교하고 많이 달라요.


▷생활 부분을 얘기해주셨는데, 공부도 빡세게 하잖아요.

▶공부를 잘하냐가 문제가 아니라 한 과목이라도 낙제를 하면 안 되니까. 모든 교수들이 자기 과목에서 과락을 하면 괘씸죄로 찍어 가지고 1년을 다시 공부를 하게 해요. 그러니까 다 통과하려고 애를 쓰는 거예요. 그중에 잘하는 친구 1, 2등 하는데 우리는 1, 2등을 안 부러워하고 전부 패스한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그래서 우리끼리는 1, 2등 빼놓고 나머지 다 3등이라고 얘기해요. 학과 공부도 굉장히 빡센 편이고, 교수신부님들이 봐주지를 않았어요. 과락들도 많이 맞았고. 저도 한 번 과락 맞아서 1년간 재수강 한 적도 있고. 거기서 올패스 통과한 친구들은 극히 드물어요.


▷왜 사제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겠다고 말씀해주셨을까 생각을 해보니까, 요즘 일부 종교인들은 신자들한테 헌금을 강권하거나 교회를 세습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서 더 사제에 대한 근본을 생각하신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신부들은 다 다른 건 아니겠지만 대부분은 돈에 그렇게 연연해하지 않아요. 일단은 우리가 한 달에 받는 급여 그걸로 만족해하고. 그리고 일단은 본당이 내 것이 아니잖아요. 5년마다 이동을 해야 하니까 내 것이 아니에요. 그리고 가족이 없어서 그런지 늙어도 총각인 거예요. 총각 때 살고 있던 습관을 죽을 때까지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돼요. 노후 걱정해서 돈을 모은다거나 그런 것 없이, 저도 보좌신부 때 급여를 받으면 보름째 되면 다 없어져요. 애들한테 술 사주느라고. 본당 신부 돼도 거의 비슷했던 것 같고. 그냥 신자들한테 다 쓰면 되는 거지, 내가 모으면 뭐해? 그 생각이 제일 많았고. 밥이 없으면 라면 먹지. 그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에 비해서 개신교는 아무래도 가족들이 딸려 있으니까 돈에 신경 안 쓸 수 없고. 거기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교회를 세습하고 더군다나 신자들한테 십일조나 헌금을 강요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건 정말 개신교가 천민자본주의화 됐다는 생각이 들고. 개신교 쪽의 제가 만나는 목사님들도 그걸 인정을 하더라고요. 개신교의 대형교회들이 지금 더 이상 종교의 기능을 못하고 있고 거의 천민자본화 됐다. 신자들만 불쌍한 거죠.


▷사제에 대해서 사제의 근본을 생각해 보면서 참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부님들. 그런데 정작 사제를 지망하는 신학교 입학생이 점점 줄고 있어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는데요. 이런 현실 어떻게 보십니까?

▶봉급은 작고 일은 빡세고 누가 들어오려고 하겠어요? 신학교 생활도 빡세고. 지금 아이들은 혼자 자라 가지고 곱게 자란 애들이잖아요. 그런데 신학교 들어오면 공동생활을 해야 돼요. 신부가 되고 난 다음에도 생활이, 개신교 가은 경우는 본인이 일을 해서 헌금이 많이 들어오면 자기 소득이 생기는데 우리는 그런 것도 없고. 종교 공무원들이죠. 받는 호봉에 의해서 받고 일은 똑같이 하고. 그러니까 신부들은 자기가 사제 생활에 대한 소명, 사제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 이게 없으면 하기 힘들어요. 소위 말하는 노동조건이 안 좋은 직종 중의 하나에요.


▷그래도 노동조건만으로 따질 수 없는 사제의 소명과 역할, 가치가 있잖아요.

▶저희는 그래서 돈에 그렇게 연연해하지 않고 내가 사제로서 신자들한테 행복을 준다는 게 너무 그게 보람이 있고 좋은 거예요. 그러니까 가족이 없이 내가 당당하게 살 수 있다는 것도 좋고. 그런 것 때문에 사제 생활을 하는 것인데. 지금 젊은 친구들은 생활에 대한 얘기에 관심을 갖고 있더라고요. 내가 생활을 하려면 어느 정도 여건이 갖춰져야 되고. 가톨릭교회가 그렇게 해줄 수 없거든요.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인사이동이 났는데 강남 쪽에 가면 풍족하게 살겠죠. 그런데 거기에만 있는 게 아니고 달동네 같은 데도 가야 하거든요. 거기 가면 거기 분들하고 똑같이 먹고 똑같이 살아야죠. 내가 어디 가든지 간에 사제로서의 삶을 지켜 나가야지만 되기 때문에 내 개인의 생활 조건을 따지면 신부 생활을 못하죠.


▷내가 사제가 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 신부님은 언제를 꼽으시겠어요?

▶저는 신부가 되고 난 다음에 장례미사. 신자 분들이 돌아가시기 직전에 가서 만나 뵈면 손을 잡고 저를 위해서 기도해달라고 그럴 때. 마지막 가는 순간에 손잡을 사람이 신부들이라는 게 너무 가슴이 뭉클했고. 보내드리는 일을 하는 거예요 신부들이. 그리고 아기가 새로 태어났을 때 축복해달라고 왔을 때. 우리가 축복을 해주는 사람들이구나 그런 느낌을 받았을 때 기뻤고. 그리고 저는 일반 본당 신부할 때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사제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는데, 상담사목을 하면서 많은 신자분들이 제 글이나 강의를 보면서 굉장히 많은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할 때 ‘내가 이 길에 들어서길 정말 잘했구나’ 그런 행복감, 자부심을 같이 느끼죠. 


▷신부님한테 딱 맞는 일을 찾으신 것 같습니다.

▶저는 신부 생활이 저한테 딱 맞는 삶이고. 저는 어차피 사제 생활을 안 해도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결혼해서 사는 분들 보니까 피곤하게 사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나는 사제가 되건 아니건 독신으로 살려 그랬는데 사제 생활하면서 일도 같이 주어지니까 기쁘죠.


▷아까 성소자 줄어드는 부분도 언급했는데 이런 학생, 이런 분들한테 사제를 적극 추천한다. 말씀해주실 만한 분 계실까요?

▶아이들이 신학교에 많이 들어온다 그래서 좋은 현상은 아니거든요. 오합지졸들이 들어오면 아예 안 들어오는 것만 못해요. 차라리 정말 사제직에 대해서 염원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들어온다면 소수일지라도. 그 소수가 나중에 교회를 크게 키울 수 있는 기둥들이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아이들이 성소자가 줄어드는 거는 제 생각에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가톨릭교회가 한 사회에서 얼마나 필요한 존재가 되느냐 따라서 성소자는 다시 늘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김수환 추기경님 때는 성소자가 엄청 많이 들어왔거든요. 그때는 정말 가톨릭교회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 역할을 했거든요. 김수환 추기경님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하셨고, 김수환 추기경님을 바라보고 신학교에 들어오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저 같은 경우도 김수환 추기경님 때 들어왔고, 서품도 그분한테 받았고 그래서 지금도 김수환 추기경님한테 서품 받은 신부들을 우리는 김수환 사단이라고 불러요. 그게 지금 은퇴 군번들이죠. 거의 다. 그래서 만약에 그때와 마찬가지로 가톨릭교회가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아이들이 그 비전을 보고 들어올 거라고 생각해요.


▷다시 오늘 얘기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정말 사회에 정부에 해야 할 쓴소리를 해야 이게 다 사제 역할도 본분을 다하면서 성소자 발굴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일들인 것 같습니다.

▶대개 신부들 보고 좌파라고 하는 사람들은 ‘좌파가 뭐냐?’ 그러면 전 정권파라는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비난하는 사람들은 현 정권파라는 거죠. 신부들보고 현실 정치에 관여하냐고 하면서 본인들도 관여하고 있거든요. 그거는 모순이고. 그리고 사제들을 비난한 사람들에게 제가 좀 얘기를 하고 싶은데, 대화를 할 때는 품위를 지키고 공부 좀 하고 왔으면 좋겠어요. 그냥 극단적인 발언을 언어를 쓰는 거는 유아적인 정신상태이거나 공부가 덜 된 사람들이 쓰는 것이거든요. 대화를 하면 서로가 이해될 수 있는 공이 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그런데 일단은 너희들은 빨갱이라고 다 몰아넣고 무슨 대화를 하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사고방식이 국론을 분열시킨다고 생각되고. 제 생각에는 신부들도 다 똑같은 생각을 가진 게 아니니까 각자의 생각에 대해서 물어보고 대화를 나누는 게 그게 맞다고 생각돼요. 갑자기 툭 끼어들어 가지고 ‘왜 신부들은 다 정치꾼들입니까. 좌파입니까? 빨갱이들입니까?’ 그러면 대답을 해주기가 싫은 거에요. 내가 이런 인간하고 얘기해야 하나? 천박한데? 그러니까 아예 얘기하기가 싫은 거죠. 같이 말을 할 수 있을 만한 품위를 갖추고 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서로 존중하면서 품위를 갖추고 대화를 해야 된다는 말씀. 깊은 내공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홍성남 신부님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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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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