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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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특집 / 희망의 빛을 찾아서 (2) 이주민 무료진료소 운영하는 ‘사단법인 M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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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칼바람 부는 날씨에 두꺼운 외투를 여민 외국인들이 김포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로 모여들었다. 오전 10시에 이미 대기석은 빈자리 없이 가득 채워졌다. 사단법인 MGU(Members for Global Union, 이사장 송경애 안눈치아타)에서 진행하는 무료 진료를 찾아온 발길이다. MGU는 말구유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처럼, 힘없고 가난한 이주민에게 사랑의 인술을 펼치며 그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빛이 돼주고 있다.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이들을 위해

“병원에서 한국말 어려워요. 돈 없어요. 나 그냥 집에 왔어요.”

충치 치료 대기자인 태국인 농룩(38)씨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태국어 음성 번역기를 사용해야 했다. 병원에 가도 의사소통이 잘 안 되고, 충치 하나에 치료비가 10만 원이 넘는다는 말에 무료진료소를 찾아왔다는 이야기였다.

이날 진료소를 찾은 이들은 26명. 농룩씨처럼 치과 진료를 받기 위한 환자가 가장 많았다. 치과 치료비는 형편이 녹록지 않은 이주민들에게 크나큰 부담이기 때문. 간단한 스케일링부터, 충치, 신경치료를 하는 환자들이 줄을 잇자 치과의사 이정구씨와 치위생사들은 쉴 틈 없이 다음 환자를 받았다.

작은 진료실 안에는 여러 과가 나뉘어 있었다. 외과의사 홍정범(대건 안드레아)씨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외국인의 상태를 꼼꼼히 살피고 주사 처치를 했다. 이곳에 오는 이들은 미등록 이주민이거나,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평일에는 병원에 갈 시간을 내지 못하는 처지였다. 이날도 냉동 창고, 수도꼭지 설치 등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이들이 통증으로 진료소를 찾았다. 홍정범씨는 “고용주가 근무 시간에 병원에 보내주지 않아 주말에야 이곳을 찾는 이들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주민들에게 ‘도와줄 수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 20년째 봉사하고 있다”면서 “봉사를 하며 오히려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외된 이웃을 예수님처럼 바라보며

회원들은 매주 일요일 오전, 전국 각지에서 김포로 모인다. 예비 의료인들도 대학 연합 동아리 형태로 MGU에서 활동한다. 김소연(세트리다·가톨릭대 간호학과 1학년)씨는 “이곳에 오는데 2시간30분이 걸리지만 막상 도착하면 힘든 게 사라지고, 한 분 한 분에게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며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학생회원들은 접수와 초진을 맡았다. 한국어가 서툰 이들에게 나의 말을 전달하고, 상대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일반 병원과 달리, 학생들은 환자의 증상을 찬찬히 들어줬다. 홍운락씨(인하대 의과대학 본과 1학년)는 “이분들이 가난하고 힘없는 분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소중한 환자이기 때문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며 온기가 담긴 시선을 보였다.

진료실 한편에는 의사가 처방한 약을 제조하는 팀도 있다. 약 포장이 끝나면, “하루 3번, 꼭 식사하시고 드셔야 한다”는 따뜻한 말과 함께 환자들의 손에 약 봉투를 꼭 쥐여 준다. 빈혈약, 비염약, 혈압약까지 매일 챙겨 먹어야 하는 약을 충분히 받아 가는 이주민 환자들의 얼굴에 편안한 미소가 감돌았다. 김현지(이레나·인하대 의과대학 본과 3학년)씨는 “‘가장 작은 이에게 해준 것이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성경 말씀처럼, 기댈 곳 없는 이주민들께 전하는 사랑의 손길은 곧 예수님에게 해드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 기쁘다”고 말했다.



베들레헴 진료단에서 시작한 MGU

MGU는 45년 전 시작됐다. 1978년 수도회 수사 출신 박창광(스테파노)씨가 용산시장에서 천막을 지어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 베들레헴 식당을 운영했다. 당시 가톨릭대 간호대학 학생이었던 송경애 이사장은 “친구와 함께 ‘파 한 뿌리라도 다듬으며 손을 보태자’고 식당 봉사를 갔지만 동상에 걸린 이, 화상을 입은 이를 보고 파 뿌리 다듬을 시간도 없이 진료에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그 후 가톨릭학생회 진료단원들의 의료 봉사 모임이 베들레헴 진료단이 됐다. 점차 타 의과대학, 치과대학, 간호대학생이 모여 한마음으로 환자들을 돌보며 베들레헴 진료단은 인류애를 실천하는 범종교적 의료 봉사 조직으로 확대됐다.

나라 경제가 좋아지고 노숙인 환자가 줄며 진료단의 활동이 잠시 중단된 시기도 있었다. 그러던 중 박창광씨는 베들레헴 진료단에 이주노동자를 위한 의료 나눔을 청했다. 과거 베들레헴 진료단 멤버들이 뜻을 모아 2004년 말구유나눔회라는 이름으로 무료 진료를 다시 실시했다. 베들레헴의 말구유. 세상 가장 낮은 자리에서 태어난 하느님의 아들처럼 소외된 이들을 향한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이었다. 말구유나눔회는 2007년부터 의료 환경이 열악한 제3국 해외 봉사를 실시하며 사단법인 MGU로 개칭, 김포에 터를 잡고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회원 의료진은 130여 명이다.



사랑의 인술로 해외 환자에게도 희망 전해

MGU는 매년 2회씩 해외 의료 봉사 활동도 펼친다. 필리핀, 캄보디아, 파푸아뉴기니 등 총 28번의 해외 의료 봉사를 다녀왔다. 봉사 장소는 살레시오회,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등 오지에서 사목하는 한국 수도회를 통해 연계한다. MGU는 회비와 후원금으로만 운영돼 회원들은 사비를 보태 여비를 마련하고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송경애 이사장은 “일주일을 비울 수 있는 의료진도 많지 않고, 운영비의 부침도 있지만 해외 봉사를 멈출 수는 없다”고 했다.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그들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송 이사장은 “혈당 검사를 하려면 손가락에 바늘을 찔러야 하는데, 굳은살 때문에 바늘이 들어가지 않는 해외 환자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칫솔조차 없을 정도로 가난해 10살에 영구치를 다 빼는 아이들도 많다”고 했다.

우리는 간단한 치료로 나을 수 있는 질환도 빈곤 국가에서는 방치로 인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MGU는 해외 봉사를 한 번 갈 때마다 1500여 명의 환자를 돌보며 병고로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편안하고 밝은 내일을 선물한다. MGU는 해외 봉사를 통해 육손이, 입술갈림증(언청이) 수술 등 외과적 수술도 집도한다. 의료 봉사와 더불어 식량 분배 활동, 환경개선을 위한 우물파기 사업도 진행하고, 위생 교육을 위해 마스크, 치약과 칫솔 분배도 해왔다.

송 이사장은 “MGU가 펼치는 작은 손짓이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빛으로 전해져 삶의 희망을 갖게 한다는 점이 보람”이라며 “이웃들에게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도 기쁨과 행복을 주는 이 아름다운 나눔을 꾸준히 이어가며 인류애 실천에 작은 조약돌 하나를 보태고 싶다”고 강조했다.

※후원: 우리 1005-901-718983(예금주 사단법인 엠지유)







염지유 기자 gu@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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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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