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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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 아시아 분쟁 지역 찾아 기록하고 연대하며 존엄성 증진에 투신

인권 주일 / 인권을 실현하는 아시아 지향하는 ‘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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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유엔은 올해 1월 전 세계 분쟁 수준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도 모를 싸움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되고, 수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동시에 어느 때보다 많은 구호물품이 전 세계에서 전해지고 있다. 목숨 걸고 현장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우리나라에도 단체 자격으로 희생자들과 남겨진 피해자들을 위해 투신하는 이들이 있다. 비영리 사단법인 ‘아디’(Asian Dignity Initiative, ADI)다. 아시아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쟁과 폭력 상황을 기록하며 연대하고, 나아가 현지 활동가를 양성해 스스로 존엄을 지키도록 돕고 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아디는 최근(11월 21일) 열린 ‘2023 개발협력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인권 주일을 맞아 분쟁 지역 곳곳에 스며들어 연대하고 있는 아디를 조명한다.
 
2018년 팔레스타인 평화 여행을 떠난 아디 활동가들이 현지 사람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아디 제공

아시아의 인권, 평화, 개발이라는 돛을 달고

아디는 인권, 평화, 국제개발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던 3명의 시민 활동가가 의기투합하면서 2016년 설립됐다. 아디는 순우리말로 배의 돛을 고정하는 아딧줄의 다른 표현. 아시아인의 존엄성을 증진하기 위해 인권, 평화, 개발이라는 돛의 방향을 제대로 잡고 나아가겠다는 의미다. 국내 처음으로 아시아 분쟁 지역 지원 단체로 발돋움했다. 현재 대표이사 박상훈 신부(예수회 인권연대연구소장)를 비롯해 8명의 활동가가 아디 소속으로 인권 활동을 하고 있고, 500여 명의 후원회원이 함께하고 있다.
 
아디가 마련한 미얀마 평화도서관에서 현지 학생과 활동가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아디 제공

기록하다

기억은 치유의 시작이다. 아디는 아시아 분쟁피해 생존자들의 기억을 기록하고, 진상 규명과 정의 구현을 위해 증거를 수집ㆍ보존하는 일을 첫 과정으로 삼았다.

팔레스타인 여성 알리야씨는 어린 시절 총격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에 여전히 갇혀 산다. 자밀라씨는 국경 검문소를 ‘굴욕과 죽음을 위한 점령지’라 칭한다. 수많은 팔레스타인 여성이 국경과 장벽에 설치된 검문소에서 모욕을 당하거나 짐승 취급을 받고, 심지어는 출산까지 하는 상황을 아디가 기록했다. 모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야기하는 인권 침해 사례들이다. 아디는 2020년 팔레스타인 여성인권보고서 「아무도 그녀들에게 묻지 않았다」를 발간하며 팔레스타인 여성 인권의 심각성을 국내외에 알렸다.

아디는 카메라와 녹음기를 들고 무슬림과 불교도 사이 유혈 충돌로 발생한 미얀마 피해 생존자들을 찾아다니며 3년간 인터뷰했다. 이를 인권실태보고서로 발행하고,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절차에 진정을 제출했다. 또 미얀마군이 학살한 로힝야 피해 생존자들의 목소리도 기록했다. 이들의 증언이 30건의 마을 학살 보고서로 나왔다. 보고서는 국제형사재판소와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절차에 제출됐다. 아디는 지금도 그들을 법률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수자에게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최근엔 장애인, 이주민, 노량진 상인 등 국내 소외계층의 상황을 조사해 ‘커넥트 톡’이란 주제로 10번의 강연회를 개최하며 실상을 전했다.
 
‘2023 전국민주시민교육박람회’에 참여한 박상훈 신부와 아디 활동가들이 부스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지원하고 연결하다

교육과 심리치료 등 다양한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마더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불교도와 무슬림 여성들이 함께 ‘생계소득 증대를 위한 직업교육’이라는 틀에서 서로 화해하고 미래를 꿈꾸는 프로젝트다. 지역 아동들을 위한 평화도서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로힝야 난민 여성들에게는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있고, 팔레스타인 피해 여성들을 위해서도 트라우마 힐링센터를 운영 중이다. (재)바보의나눔, 한국 카리타스, 예수회 난민봉사기구 등 가톨릭 단체들도 아디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나눔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아디가 마련한 로힝야 난민캠프 여성힐링센터 ‘샨티카나’(평화의 집)에서 활동가들과 현지인들이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디 제공

스스로 존엄을 지키며

아디 활동이 특별히 조명받는 이유는 현지 활동가를 지속 양성하기 때문. 인권 기록과 트라우마 치유 등 모든 활동은 양성된 현지 활동가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당사자들이 그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로힝야 난민캠프 14에 마련한 여성힐링센터 ‘샨티카나’(평화의 집)에서는 2021년 기준 400여 명이 심리지원단 양성교육을 수료했고, 자조 모임 참여자는 3000명을 넘었다. 샨티카나 심리지원단 20대 여성 에미씨는 “샨티카나를 접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누구와도 만나지 않았다”며 “이제는 다른 여성들과 행복을 이야기하면서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치유는 치유를 낳고 연대는 더 끈끈해지고 있다.

아디 창립멤버 공선주 활동가는 “아디는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이나 인도적 지원 분야에서 새로운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인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역사, 정치를 이끌어온 충분한 역량이 있다”며 “여러 외부 조건 탓에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지인들을 존중하면서 동등한 파트너로 함께하고 있다”고 전했다. 후원 문의 : 02-568-7723, 아디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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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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