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소임하고 있는 동성고등학교는 가톨릭학교로, 종교인성부라는 이름의 이른바 ‘교목실’인 종교실이 있습니다. 학교에 처음 부임하여 저보다 월등히 키도 크고 덩치도 큰 고등학교 남학생들과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 꽤 고민이 되었는데, 먼저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이름이 왜 이렇게 많은지. 15개가 넘는 반에 수업을 들어가는데, 제가 만나는 ‘민규’라는 이름의 친구는 7명이 넘습니다. 그래도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외우며 마음에 담다 보니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그저 여러 학생 중 한 명이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아무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있는 종교실에 학생들을 초대하였습니다. 종교실은 교실과 조금 떨어져 있는 건물 2층에 있기에, 학생들에게 종교실 방문은 사실 꽤나 힘을 들여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종교실에 오는 학생들에게 주려고 간식과 시원한 음료수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렇게 달콤한 간식을 먹으며 기분이 좋아지듯 종교실에 들르는 학생들의 마음이 좀더 가벼워지고 힘을 얻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언제든 종교실 문을 여는 학생들에게 늘 반갑게 인사하며 환대합니다.
어느새 점심을 빨리 마치고 종교실에 습관처럼 들르는 ‘단골손님’이 생겼습니다. 또 수업 전에 여럿이 우르르 종교실에 들어와 “이거 하나만 먹어도 될까요?”하고 묻는 학생들이 무척 사랑스럽습니다. 그렇게 한 번 더 눈길을 주고받고, 혹시 학업과 일상에서 힘든 건 없는지 나누다 보면 조금 더 가까워진 걸 느낍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향하여 모여드는 군중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싶으셨던 그 마음을 느낍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르 6,37)라고 하신 말씀을 묵상하며, 더 많은 학생이 편하게 종교실 문을 두드리고 때로는 어려움을 내려놓으러 찾아오는 날을 위해 저는 오늘 아침도 간식 바구니를 가득 채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