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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사회교리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사회’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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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존중, 공정함, 공공이익, 도덕적 책임, 환경보호.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같은 가치들은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여겨졌다. 인간다움이 사라진 사회에는 착취와 억압, 빈곤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남았다. 반대편에 선 이들이 얻은 물질적 풍요로움은 행복으로 연결됐을까.

누군가의 고통으로 얻어진 풍요로움은 진짜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뒤늦게 돌아본 세상은 사회적 분열과 생태적 분열로 흐트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의 붕괴는 곧 내 삶에도 진동을 남겼다. 다시 세상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교회는 상호존중, 공정함, 공공이익, 도덕적 책임, 환경보호라는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사회교리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제42회 인권 주일과 제13회 사회교리 주간을 맞아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와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는 12월 10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사회교리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사회’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이 창조한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한국사회 노동문제를 식별하다

일하는 시민연구소 김종진 소장은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평가와 과제’ 발표를 통해 “현 정부 노동정책은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는 파편적 노동정책이자 일터 공동체와 존엄성이 상실된 임금정책, 공공성이 결여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2월 20일 청년들과의 대화에서 노동개혁 4대 원칙으로 노동제도 관련 유연성, 노사협상 관련 공정성, 노동자들의 안전, 노사 법치주의에서의 법적 안정성을 꼽았다.

김 소장은 “경영계 요구인 노동시장 유연화는 해고 규제 완화, 계약직 및 파견직 범위 확대, 성과 중심 연봉제 도입을 의미한다”며 “노동시장 유연화를 보완하기 위한 사회적 보호 의제 부재, 중대재해나 정신건강과 같은 산업·노동안전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국가기관 개입이 강화되면 미시적으로는 단체협약의 노동부 시정명령 권고나 노동위원회 시정명령 의결부터 조합비 활동 항목까지 여론과 행정력을 동원한 세련된 방식의 통제가 강화될 것”이라며 “노동정책이 유연화와 민간 부문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경제정책에 종속될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가톨릭교회에서 노동은 ‘사회 전체 문제 가운데 핵심’(「노동하는 인간」 3항)으로 보고 있다. 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이영훈(알렉산델) 신부는 두 번째 발표에서 “인간에게 봉사해야 할 경제가 오히려 인간을 자본의 노예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노동정책의 퇴행을 복음의 눈으로 식별하고 신학적·윤리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노동시간, 소득불평등, 노동자 권리, 노동시장 유연화 등의 주제를 사회교리로 바라봤다. 탈출기에 등장한 ‘하느님의 6일 창조와 하루 휴식’ 내용을 바탕으로 이 신부는 “노동자의 존엄성과 건강 그리고 가정의 행복을 위한 정기적인 휴식과 장기간 휴가의 권리는 신학적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노동시간과 그 외 노동조건의 절대적인 기준은 자본의 이윤 창출이 아니라 인간존엄성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임금에 있어서도 “인간의 모든 재화가 창조주 하느님의 소유라는 교리에 따라 교회는 재화의 보편적 목적이라는 원칙에 따라 소득 재분배와 임금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린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임금은 본인과 그 가족의 물질적·사회적·문화적·정신적 생활을 품위 있게 영위할 수 있도록 제공돼야 하는 공동체 임금이어야 한다.

노동자였던 예수님의 모습은 우리에게 노동의 가치를 결정하는 근본이 노동의 종류가 아닌 노동을 하는 사람의 인격체(「노동하는 인간」 6항)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 신부는 “노동관련법 중 언제나 예외 대상이 됐던 사각지대 노동자(5인 미만 사업장·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들도 같은 노동자로서 같은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치의 토대와 목적은 인간(「간추린 사회교리」 384항)이기에 정부는 자본의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와 그 가족의 존엄성을 우선으로 하는 노동정책을 만들고 실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사회 환경문제를 식별하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정부의 환경정책이 역행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김정욱 명예교수는 한국사회 환경 정책에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1인당 전기 사용량은 OECD 평균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싼 전기요금 때문에 효율을 올릴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라며 “에너지 전환이라고 하면 재생에너지 만드는 것만 생각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 절약”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효율 산업에 투자해 온 덴마크는 에너지 저장 장치를 이용해 남을 때(쌀 때) 저장했던 전기를 모자랄 때(비쌀 때) 쓰도록 하는 방법으로 에너지 30를 줄였다. 김 교수는 이 사례를 소개하며 “전력공급에서 핵발전의 비중을 27.4(2021년)에서 30(2030년)이상 올리겠다는 현 정부의 핵발전 확대 정책은 전기 사용을 늘리기 때문에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정책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환경영향평가 받도록 하겠다는 환경규제완화 정책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는 특히 많은 개발 사업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국토를 기후재난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강대학교 교수 조현철(프란치스코) 신부는 생태환경과 관련된 사회교리 4대 원리가 인간 존엄성, 공동선, 연대성, 보조성이라고 소개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태어난 인간은 자연을 보호할 책임이 있으며 이는 공동의 보편적인 의무라는 것이다. 아울러 생태환경 문제에 있어서 지역주민과 단체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보조성의 원리도 간과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교리를 바탕으로 조 신부가 제안한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대안은 ‘생태 법인’이다. 동물이나 식물, 생태계를 법적 권리 주체로 인정해 법인격을 부여하는 제도를 통해 자연생태계 전반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태도가 변하고 나아가 환경정책의 질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에콰도르는 2008년 세계 최초로 헌법에 자연의 권리를 명문화했고 볼리비아도 자연의 법적 권리를 인정하는 ‘어머니 대지법’을 2011년 제정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뉴질랜드 황거누이 강과 콜롬비아 아마존 지역의 법적 권리를 인정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조현철 신부는 “자연의 가능성을 존중하면서 함께 존재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 박상훈(알렉산데르) 신부는 지금의 사회교리에 대해 “예언자적 증거와 행동이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고 전에는 너무 비현실로 보였던 가치들을 보다 현실 안으로 끌어당긴다”며 “우리는 사회교리를 복음과 삶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여기고 생각과 행동의 통합을 실천하도록 생동하는 힘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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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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