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 주일 기획 가톨릭중앙의료원의 나눔
가톨릭중앙의료원이 몽골 환아에 대한 진료를 하고 있다. CMC 제공
10년간 1149억 원에 담은 사랑
‘지난 10년간 28만 4000명에게 1149억 원 지원.’ 이는 CMC 산하 8개 병원이 2013~2022년까지 만 10년간 수행한 자선진료 실적이다. 이는 진료를 통한 ‘나눔의 실적’이기도 하다. 자선진료 규모는 2013년 약 90억 원에서 이듬해 103억 원으로, 곧장 100억 원대를 돌파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19년을 제외하고 지원금의 규모는 계속 늘었다. 2022년은 145억 6000만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자선진료는 국적과 인종, 종교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자선특화사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도록 지역사회의 특성까지 반영해 지원한다. 공공이나 민간 지원에서 제외되는 사업, 사회문제 및 미래에 도래할 사회문제에까지 도움이 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CMC 자선진료의 목적이다. 이는 CMC가 인류에 이바지할 수 있는 참된 의료인 양성과 더불어 가톨릭 영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선진료 사업은 가톨릭중앙의료원을 컨트롤타워로 산하 전국 8개 병원(서울ㆍ여의도ㆍ은평ㆍ의정부ㆍ부천ㆍ인천ㆍ대전성모병원, 성빈센트병원) 의료사회복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더 많은 자선진료를 위해 내부 예산은 물론, 기업 등 외부 후원과 기부금, 자선회 등을 최대로 활용해 운영한다.
자선진료 지원 대상 질병은 5대 암(간, 폐, 위, 대장, 간, 유방), 혈액암,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과 같은 중증 질환이 주요 대상이다. 안질환, 만성신부전(이식, 투석)과 폐렴, 골절 등도 지원한다. 퇴행성관절염, 노인성 안질환, 자선 건강검진 등 고령화에 따른 노인환자에게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밖에 미혼모, 다문화가정, 외국인 근로자 가정 등 사회 취약계층의 고위험 산모 및 신생아 지원, 자살 예방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CMC 8개 병원은 환자, 의료진, 지역사회 기관 등의 의뢰가 있을 경우 각 병원의 자선환자심의위원회 심의 과정을 거쳐서 지원 대상자를 선정한다. 치료가 필요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대상을 우선 선발하고 있다.
캄보디아 해외의료봉사 중인 가톨릭중앙의료원 의료진. CMC제공
자선병원 대신 자선진료 하는 이유
과거 가톨릭중앙의료원은 무료 진료소, 자선병원, 이동진료 등을 통해 소외된 이웃을 위한 나눔진료를 실천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선병원은 운영하지 않는 대신 원내 자선진료 방식으로 변경해 수행하고 있다. 국적과 인종, 종교와 질환에 자선진료를 행함에 있어 차별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수혜자에게 사회적 편견 없이 치료비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자선병원에서 치료가 이뤄질 경우, 이를 이용하는 환자들이 본의 아니게 사회적 편견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어서다. 자선진료를 통한 지원은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외에 CMC는 의료봉사와 해외 의료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펼쳐지고 있다. 산하 병원별로 자체 진행해오던 사회공헌 활동은 2018년 CMC에서 가톨릭메디컬엔젤스(Catholic Medical Angles)를 설립하고, 사회공헌 활동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겼다. 이후 체계적인 실행과 지원, 병원별 연계를 통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해외 현지 의료지원과 더불어 수술이 어려운 환자를 국내로 초청해 수술을 해주는 사업은 물론, 몽골, 캄보디아, 동티모르, 필리핀, 부르키나파소 같은 나라에 직접 지원을 하고 있다.
가톨릭의료 봉사의 역사는
한국 가톨릭은 1831년 조선교구 설정 이후 박해의 시기를 겪었다. 박해 시기 이후 어린이와 고아에 대한 구호사업, 양로원 사업과 함께 시약소, 무료 진료소, 의원을 운영하는 등 의료 및 자선진료 활동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진료 및 의료 봉사는 1936년 성모병원이 조선교구 설정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서울 중구 명동에 설립되면서다. 성모병원은 과거 자선진료의 전통을 이어 무료진료소 운영 및 이동진료사업을 펼쳤고, 6·25 전쟁 기간에는 ‘가톨릭의료봉사단’을 꾸려 활동했다. 1954년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제2부속병원인 성요셉자선병원 개원과 더불어 무의촌 무료이동진료 활동을 펼쳤다. 1960년대는 무료진료소를 주로 운영했고, 1980년대에는 자선진료소를 열었다.
이화성(프란치스코)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가톨릭중앙의료원 이화성(프란치스코)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지금까지 그래 왔듯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자선진료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환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치유와 나눔을 통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분들에게 다가가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자선활동 수혜자들의 이야기
왜소증 산모에게 희망 생겼어요
급성심근염 앓던 7살 아이 위험한 상황 넘겨
인공관절 치환수술 받고 다시 걷게 된 사연도
“부모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왜소증 산모 A씨)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최근 CMC 자선활동 수혜자 수기 당선작 모음집 「치유와 나눔」을 발간했다. 자선진료의 혜택을 받은 수혜자들의 이야기 24편과 삽화가 빼곡히 실려 있다. 왜소증을 앓던 산모 A씨는 CMC의 도움으로 희망을 얻게 됐다.
“2019년 초 겨울, 저는 첫째를 임신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아이 아빠는 20살, 저는 23살. 키 122㎝의 왜소증 장애를 갖고 있는 산모였습니다. 어떻게든 아이와 잘 살아보기 위해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았지만, 저희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병원비와 생활비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여의도ㆍ서울성모병원 사회사업팀 지원으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급성 심근염을 앓던 아이의 엄마도 이젠 희망만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저는 올해 7살 된 딸의 엄마입니다. 우리 아이 병명은 급성 심근염. 아이가 매우 위험했습니다. 아픈 아이를 두고 부모는 초라했습니다. 현실 걱정을 하고 있는 제가 미웠습니다. 그때 병원의 도움으로 심장 환아들을 돕는 재단에서 지원을 받았습니다. 우리 아이가 다시 겨울을 만날 수 있게 도와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외에도 의료진과 사회사업팀, 가정간호팀, 호스피스완화의료팀 등 베푸는 진료를 통해 많은 이에게 삶의 희망을 전한 교직원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수혜자 원인임(로사)씨는 “남편(김춘섭)이 인공관절 치환술 검사비 및 수술비로 300여만 원을 지원받았다”며 “병원의 도움으로 남편이 다시 걸을 수 있게 돼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영성구현실장 김평만 신부는 “그동안 수행해온 자선진료 활동에 대한 치유와 나눔의 의미를 교직원과 환자 모두가 함께 나누길 기대한다”며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역사와 전통인 자선진료가 더욱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