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편 교회는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한 해를 보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장례 미사로 한 해를 열었고, 프란치스코 교황도 건강 문제로 여러 차례 세간의 걱정어린 관심을 받아야만 했다. 그 안에서도 가톨릭교회는 쇄신을 향한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전쟁 속에 신음하는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평화를 외쳤다. 2023년 세계 교회를 돌아본다.
베네딕토 16세 교황 선종
새해를 하루 앞뒀던 2022년 12월 31일, ‘진리의 수호자’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선종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보편 교회는 이내 큰 슬픔에 잠겼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믿음 안에 굳게 서야 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끝까지 주님을 따라야 하는 불변의 진리를 남겼고, 1월 5일 현 교황이 전임 교황의 장례 미사를 주례하는 ‘세기의 장례 미사’가 바티칸에서 봉헌됐다. 2005년 즉위한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8년간 보편 교회를 이끌었으며, 2013년 스스로 사도좌에서 물러나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이후 전임 교황이자, 명예 교황(Pope Emeritus)으로서 10년간 교회를 위해 묵묵히 기도하는 역할을 했다. 전 세계는 새해 벽두에 평생 주님을 따랐던 교황을 하늘나라로 배웅했다.
반환점 돈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여정이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3월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중동 등 7개 대륙에서 세계주교시노드 대륙별 회의가 개최됐다. 각 지역 교회는 대륙별 시노드 결과를 정리해 7개의 최종 문서를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의안집이 제작됐다.
지역 교회의 경청 노력에 이어, 10월 4일 바티칸에서는 대망의 정기총회 제1회기가 개최됐다.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를 포함한 365명의 대의원은 한 달여에 걸친 시노드 모임을 거치며 경청의 시간을 가졌다. 시노드 투표권이 남녀 평신도에게 처음 주어졌다. 이후 1회기 내용은 20개 안건으로 취합된 ‘종합보고서’(Synthesis Report)로 정리됐다. 대의원들은 시노드적 대화 경험을 증언한 ‘하느님 백성에게 보내는 서한’도 내놨다. 시노드 여정은 내년 10월 열릴 제2회기를 예고하며, 10월 29일 1회기를 마무리했다.
열린 교회를 향한 발걸음
교회는 올해도 개혁과 쇄신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9월 새 추기경 21명이 남수단과 탄자니아, 말레이시아, 홍콩 등 다양한 지역 교회에서 배출됐다. 교회는 외교력과 선교력을 도모하며 각지의 복음화를 책임질 추기경들을 전진 배치했다.
교회의 개혁 의지는 세계주교시노드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아울러 보편 교회는 성소수자 역시 세례성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교리 해석을 내놔 교회 안팎에 울림을 선사했다.
이 같은 변화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추기경은 교황에게 ‘두비아(dubia, 의심)’로 불리는 신학 질의서를 보냈고, 교황은 이에 조목조목 답한 답변서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교황은 △하느님 계시에 대한 해석 △동성 간 결합에 대한 교회 축복 등에 대한 추기경들의 질문에 진리의 풍요로움을 더욱 넓게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반대로 독일 교회는 여성 사제품 허용, 동성애에 대한 변화 등을 주장하며 보편 교회가 지향하는 시노드의 길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 주변 교회와 교황청의 우려를 샀다.
리스본에서 서울까지, 세계청년대회(WYD)
지난 7월 말 전 세계 가톨릭 젊은이들의 신앙 대축제 ‘제37차 리스본 세계청년대회’(WYD)가 포르투갈 전역에서 개막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 연기 끝에 열린 만큼 포르투갈을 찾은 젊은 신앙인들의 활력 넘치는 모습이 교회에 다시금 생기를 불어넣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WYD 현장에 함께하며 “이 시간 예수님의 사랑이 여러분 안에 울려 퍼지는 날이 되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한국 교회는 WYD 마지막 날인 8월 6일 교황이 주례한 파견 미사에서 2027년 차기 WYD 개최지로 서울이 선정되는 경사를 맞았다.
「하느님을 찬미하여라」와 COP28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4일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후속 내용을 다룬 교황 권고 「하느님을 찬미하여라」(Laudate Deum)를 발표했다. 교황은 6장 73항에 걸친 권고를 통해 기후 위기 대처를 위한 효율적인 국제적 협력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교황은 12월 초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메시지를 전하며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돌파구 마련을 국제사회에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이같은 교회의 노력에 힘입어 COP28은 28년 만에 처음으로 ‘탈 화석연료 전환’을 촉구하는 내용의 합의문을 채택했다.
교황 즉위 10주년, 이어진 평화의 여정
올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10년 간 교황은 ‘신앙의 수호자’로서 교회와 세상에 그리스도의 기쁨과 희망을 안겨줬다.
하지만 교황 개인에겐 시련의 해였다. 지난 3월과 6월 폐 감염과 탈장으로 연이어 병원 신세를 졌고, 11월에는 독감 증세로 주일 삼종기도를 화상으로 주례했다.
건강 문제 속에서도 교황은 세계 곳곳을 누비며 평화의 순례를 이어갔다. 올해 초 민주 콩고ㆍ남수단을 방문해 아프리카에서 이어지고 있는 착취와 분쟁 종식을 촉구했고, 헝가리, 포르투갈, 프랑스 등 유럽 곳곳 또한 잇달아 방문해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지난 9월에는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지구촌 가장 작은 교회인 몽골 교회를 방문해 아시아 교회 전체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전쟁과 재난 속 교회의 노력
특히 올해는 세계 평화가 큰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던 우크라이나 전쟁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종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지난 10월 7일 촉발된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으로 중동이 다시 화염에 휩싸였다. 가자지구에서만 1만 4800여 명(11월 23일 기준)이 목숨을 잃었다. 폭격과 봉쇄 속에 목숨을 잃은 어린이만 6000여 명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구촌 곳곳에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한 해였다.
교회는 전쟁 종식을 위해 계속해서 기도하고 있다. 교황은 끊임없이 평화를 호소하며 중재자를 자임하고 있다. 교황청 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 등 교회 기구들 역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온정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