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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2024년 새해, 사회적 참사로 고통받는 이를 기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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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경보가 발효된 지난 12월 20일 저녁 국회의사당 앞, 인적이 드문 길 위에 보라색 점퍼를 입은 사람들 10여 명이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렸다. 살을 에는 추위 속, 이들의 절은 10.29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159번을 하고서야 끝이 났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14일부터 159시간 이어진 유가족들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 비상행동. 길 위에서 오체투지와 2번의 159배를 7일간 이어온 유가족들의 눈빛에선 지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는 말에 그 아픔을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지난 6월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서 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에는 독립적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비롯해 특별검사 수사가 필요할 경우 특검 임명을 위해 국회 의결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문제를 놓고 대립한 여야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특별법 제정은 해를 넘겼다.

비상행동이 있었던 19일, 서울대교구·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JPIC, 남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정의평화위원회는 거리미사를 봉헌하고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고통받고 있는 유가족들 옆에서 손을 잡고 연대할 것”을 다짐했다.


지난 7월 15일 10.29 참사 유가족들이 폭염 속에서 눈물과 땀을 쏟으며 진실을 찾던 순간, 또 다른 참사가 발생했다. 폭우로 인해 충북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1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주민의 신고와 통제소의 통제 요청에도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청은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고, 물에 잠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청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담당 우상일 요셉 신부)는 9월 2일 오송참사 희생자 추모미사를 거행하고 “오송참사는 천재가 아니라 인재이자 관재”라고 밝혔다.

가족의 억울한 죽음에 목놓아 우는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책임자들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천재지변 혹은 불의의 사고라는 명분으로 덮어버린 상처는 또 다른 누군가의 억울한 죽음을 양산했다. 10.29 참사 유가족 이기자씨는 “내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길 바라며 진상조사를 요청하는 것”이라며 “또 다시 누군가가 억울하게 가족을 잃는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새해를 맞았지만 여전히 2023년의 고통 속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하성용(유스티노) 신부는 “그분들의 고통이 언제든지 우리의 일이 될 수 있기에 교회는 연대하는 마음으로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며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는 2024년에도 가장 낮은 곳,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곳에서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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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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