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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2024년 예상 뉴스 바꾸기(정수용 신부,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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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함. 또는 그런 상태”라 한다. 이번 명절은 누구네 집에서 보낼 것인지, 모임 대표로 누가 적당한지 등 일상의 순간에도 이해관계는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고속도로를 어느 쪽으로 놓을지, 예산 배정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할지, 법인세율을 어떻게 조정할지 등 국가 차원에서도 집단에 따라 목표가 달라지기도 한다.

국경, 무역, 역사, 정체성 등 복잡한 국제질서 속에서 국가는 갈등의 당사자가 된다. 그러나 그것이 집안일이든, 국가 정책이든, 국제 관계든 모든 갈등은 단번에 발생하지 않는다. 서로의 생각은 다를 수 있고, 입장은 다양할 수 있으나 작은 갈등이 쌓이고 커질 때 풀기 힘든 큰 갈등이 된다. 갈등은 일방적이지 않고 언제나 상호적 작용으로 이루어진다. 형님의 말에 대한 동생의 태도가, 여당 정책에 대한 야당의 반응이, 미국의 조치에 따른 중국의 행동 등이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식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언제나 상호 작용으로 진행된다.

세상만사 크고 작은 갈등은 일방의 결단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처럼 갈등도 상대가 있는 문제다. 그런데 갈등 상황에 놓이면 상대는 보이지 않고 내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가 더 크게 보인다. 상대의 말과 행동에서 내 행동의 정당성을 찾으며 모든 원인은 상대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내 말과 행동 역시 상대의 반응을 불러일으키기에, 많은 순간 갈등은 고조되고 확대되는 길로 가기가 쉽다. 누군가 먼저 갈등을 낮추려 끊어내지 않으면 말이다.

2023년 한반도는 갈등이 누적, 심화, 악화, 확장되는 길을 걸어왔다. 남북은 서로를 향해 거친 말을 쏟아 냈다. 대한민국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은 북을 향해 ‘파멸의 지옥’을 경고하며 압박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과 당국자 역시 남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위협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말뿐 아니라 남쪽에서는 역대 최대규모, 최장기간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진행되면서 폭격기-잠수함-항공모함 등의 미군 전략자산이 전개되는 군사 행동이 일상화되었다. 북쪽 역시 사거리와 발사 방식을 다양화한 미사일을 수십 차례 발사하며 위협 행동을 지속했다. 너무나 많은 군사 행동에 때로는 뉴스로서 대중의 관심을 모으지 못할 정도로 갈등은 일상이 됐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남북은 말과 행동의 정당성을 상대에게서 찾고 있지만, 결국 자신의 말과 행동 때문에 갈등이 더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예상하듯, 2024년에도 한반도는 크게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더 세게 말하고, 더 자극적으로 말하며 상대를 겁먹게 하려는 발언들이 나올 것이고, 대규모 군사훈련과 미사일 발사 뉴스가 언론을 가득 채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긴장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 아주 작은 돌발 변수 하나가 통제할 수 없는 엄청난 비극을 일으킬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아주 사소한 일 하나에도 지금까지 내뱉은 말과 행동 때문에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이 우려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지금 멈춘다면, 지금 새로운 길을 찾는다면, 평화의 길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2024년 예상 뉴스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한반도 갈등이 더 높아지지 말고, 갈등을 관리하는 언행을 기대해 본다. 소수의 정책 결정권자가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다수의 시민들이 잘 지켜보고 경고하면 좋겠다. 한반도가 평화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평화로운 길을 포기하지 말길 바란다.



정수용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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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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