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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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드 교회를 알차게 살아가며 2027 서울 WYD 준비 원년으로

[신년대담]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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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다. 보편 교회는 올해 10월 예정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마지막 회기를 앞두고 있다. 한국 교회도 올해 보편 교회의 걸음에 발맞춰 계속해서 시노드 교회를 향한 여정을 이어가야 한다. 올해는 또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개최를 향해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는 해이기도 하다. 서울 WYD는 한국 교회에 새로운 사목적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답보상태에 놓인 남북 관계를 비롯해 한국 교회와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청년 문제, 노동의 양극화, 생명 경시 풍조 등 앞에 놓인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본지는 새해를 시작하며 서울대교구장이자 평양교구장 서리인 정순택 대주교와의 신년 대담을 통해 한국 교회와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cpbc 취재진에게 2024년 한국 교회와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한국 교회 신자들과 북녘 교회 형제들에게 새해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로운 해를 마련해주신 하느님 은총과 축복이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빕니다.

최근 전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전쟁과 폭력으로 신음하고 있기에, 우리는 모두 평화가 간절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평화를 내려주시길 청하며, 우리 스스로 각자의 자리에서 평화를 일구는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아울러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한 이번 시노드의 주제인 ‘시노드 교회를 위하여 : 친교, 선교, 참여’는 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우리에게 새로운 생활 방식을 제시해 줍니다. 하느님, 이웃, 나 자신과 ‘친교’를 이루고, 세상 논리가 아닌 복음의 논리를 삶으로 증거하는 ‘선교’를 실천하며, 세상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주인공으로 살아가도록 ‘참여’를 증진하는 길, 이 길이 바로 우리가 모두 바라 마지않는 평화로운 세상으로 우리를 이끌어 줄 것입니다. ‘시노드 교회’를 향해 걸어가며 복음의 기쁨을 체험하는 행복이 올 한 해 여러분과 가정에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교구장으로서 두 해를 보내셨습니다. 특별히 2023년은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가상 인상 깊었던 일은 지난해 7월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파견 미사 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다음 개최지로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발표하신 것입니다. 앞으로 한국 교회가 청소년·청년 사목에 있어 새롭게 출발하고 만들어갈 은혜로운 시간을 교황님께서 선물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지난해 10월 한국 주교단을 대표해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에 참가했던 기억이 특별합니다. 한국 교회에 시노드 교회를 향한 교황님의 뜻을 잘 전달하고, 또 시노드 교회를 살아갈 수 있도록 다른 주교님들과 깊이 나누려 합니다.



▶한반도와 남북 평화를 위해 한국 교회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남북의 상황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남북 관계에 평화의 씨앗이 다시금 꽃피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할까요?

남북 관계는 지정학적이고 정치적인 요소, 외교적인 접근, 인권에 대한 이슈 등 여러모로 고려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 평화를 이루기 위한 의지, 대화로 풀어가려는 노력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민적 공감대를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북한도 머지않아 코로나 종식을 공식 발표할 때가 올 것이라 믿습니다. 인도주의적인 교류를 시작으로 북한이 다시 문을 열길 희망합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왼쪽)가 11월 17일 한국 교회 최대 순교성지인 서소문 밖 네거리의 순교자 현양탑에서 교황청 국무원 국무장관 에드가르 페냐 파라 대주교(가운데)에게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지난해는 대한민국과 바티칸이 수교 60주년을 맞은 해였습니다. 양국은 60년의 세월을 함께하며 완숙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가 교황청과 동반자적 관계를 더욱 견고히 해나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까요?

대한민국이 독립된 국가로 인준 받는 현대사의 과정에서 교황청이 큰 역할을 것이 사실이지요. 교황청의 중추적 역할 덕분에 대한민국의 UN 승인과 6·25전쟁 때 UN군 파견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과 바티칸 수교 60주년이라는 역사가 우리 현대사에는 중요한 하나의 이정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교황청을 포함한 세계 교회를 위해 크게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사제, 수도자, 평신도 선교사들이 파견돼 선교 활동을 펼치는 곳도 많고, 교황청의 여러 직책에 봉사하는 사제, 수도자도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평신도도 일하게 되는 기회가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교황청뿐만 아니라 세계 교회를 위해 일하고 선교에 투신하는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들이 많이 나오길 희망합니다.



▶2024년 교구 사목교서에서 ‘시노드 교회란 선교하는 교회’임을 강조하시면서 “시노드 교회를 향해 계속 걸어가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황님의 뜻과 지향을 우리가 이해하고 공감하고자 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합니다. 교황님께서는 시노드 교회가 앞으로 우리 교회가 살아야 할 모습이라고 제시하십니다. 그래서 사제는 교회 안에서 주어진 사제로서의 책임과 권한, 그리고 봉사하고 섬기는 사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수도자는 수도자대로 본연의 부르심, 세상과는 다른 모습으로서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야 하며, 평신도들은 복음을 듣고 예수 그리스도를 새롭게 만나면서 그 기쁨으로 세상을 바꿔나가는 사도의 역할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한국 교회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어떤 마음으로 서울 WYD를 준비해 나가면 좋을까요?

지난 리스본 세계청년대회에서 만난 프랑스의 한 젊은 주교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 주교님은 청년 때부터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해 리스본 대회가 벌써 다섯 번째였는데, 프랑스 교회는 1997년 파리 세계청년대회 이후 청년 신자가 많이 늘어났고, 그 힘으로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프랑스 교회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주교님은 사제 성소도 세계청년대회를 통해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마찬가지로 2027 서울 WYD가 한국 교회 청소년·청년 사목을 질적으로 풍성하게 하고, 교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청소년과 청년이 대회 준비 단계에서부터 주인공으로 함께 참여하고, 그래서 이 대회를 통해 청년리더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님께서 ‘하느님의 종’이 되셨습니다. 브뤼기에르 주교님을 비롯해 김수환 추기경님과 방유룡 신부님의 시복시성을 위해 신자들이 어떤 방법으로 현양에 동참해야 할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교우들의 자발적인 공경과 현양입니다. 자발적인 전구 기도가 필요합니다. 교우들이 시복시성을 청하는 기도도 바쳐야 하지만, 브뤼기에르 주교님이나 최양업 신부님을 위해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전구를 청하는 기도를 많이 바치면 좋겠습니다. 전구를 청하는 기도 속에 기적의 은총을 입을 수도 있고, 그런 부분들이 시복 과정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교우들을 중심으로 일상 안에서 신앙선조들의 전구를 청하는 습관을 키워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교회는 브뤼기에르 주교님을 비롯해 시복시성 단계에 있는 신앙선조들에 관한 자료와 서적을 더 발굴하고 널리 보급해 교우들이 더 알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올해 2024년은 우리가 자발적으로 신앙을 받아들이며 한국 교회가 창립한 지 2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동시에 103위 성인 시성 40주년입니다. 우리 교회와 신앙선조들을 더 잘 알고, 기도로 더욱 함께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가톨릭교회가 한국의 근현대사에 미친 선한 역할들을 연구하고 고양해 선교에 힘을 실어야 하겠습니다. 또 순교 성인들께서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심을 묵상하며 우리도 이 시대에 참된 진리가 무엇인지, 참 행복의 기준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스스로 복음적 삶의 기쁨을 증거하고, 그리스도라는 인격의 매력에 빠져야 합니다.



▶한국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고, 교회도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신앙의 전수자요, 지혜를 전할 노인들의 역할 부여가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기에 교회 안에서도 노인 사목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가정 안에서나 교회 안에서 노인들은 신앙의 전수자로서 역할이 대단히 큽니다. 손자, 손녀 세대에 신앙을 가장 잘 전할 수 있는 분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이기 때문이죠. 노인들 스스로도 이러한 신앙의 전수자로서 책임 의식과 자각을 지니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교회 내에서 여건을 마련하고,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노인들이 복음을 듣는 담지자(擔持者)만이 아니라, 복음을 적극적으로 전수하는 사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사목 프로그램을 더 개발해야 하겠습니다.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가 9월 24일 마련한 제109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행사에서 콜롬비아 전통의상을 입은 남미 공동체 이주민들과 정순택 대주교(왼쪽 두 번째), 교구 이주사목위원장 유상혁 신부과 환하게 웃고 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1월 18일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방문해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기도를 바치고 있다.

 


▶노동의 양극화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일터로 나간 노동자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현장에서 죽음을 맞는 일들이 되풀이되어 안타깝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움, 노동의 양극화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노동의 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한 단면으로 굉장히 안타까운 현상입니다. 저는 현대 자본주의가 갖는 한계를 사회가 이미 드러내 보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느님 없는 인본주의는 결국 자본이 하느님 자리에 위치하는, 자본이 주인이 되는 세상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적 사상 체계를 넘을 수 있는 새로운 인본주의, 즉 신인본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신인본주의는 하느님, 곧 ‘데오 휴머니즘’(Deo Humanism)인데, 이를 통한 현대 사회의 조명과 전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 사회는 노동의 의미를 재발견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의 본질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노동의 고귀함을 재발견해 재해석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젊은이들도 노동 자체가 갖는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새롭게 고찰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자신이 펼치는 노동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영아 유기와 유령 영아 사건 등 우리 사회에 생명 경시 풍조가 더욱 짙어져만 갑니다. 이런 때일수록 교회가 생명 운동과 활동을 통해 하느님이 주신 생명의 가치를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생명은 하느님의 가장 큰 선물입니다. 이는 전제이자 대원칙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가장 고귀한 인간 생명에 대해 우리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리는 없습니다. 생명에 대해선 하느님만이 절대권을 갖고 계신다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낙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태아의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태아의 생명을 절대적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생명과 인권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든 생명을 지켜야 합니다.



▶좌우명처럼 삶을 지탱해주는 성경 구절이 있으시다면요.

고 최민순 신부님이 번역하신 「최민순 역 시편」의 17편 2절과 20절(구약 시편 18장 2절, 20절)을 좋아합니다. “그지없이 사랑하나이다 하느님 내 힘이시여”(2절)와 “넓으나 넓은 들로 나를 끌어내시고, 사랑하시기에 나를 구해주셨나이다”(20절)입니다. 특히 하느님께서 ‘사랑하시기에 나를 구해주셨나이다’란 대목을 가장 좋아합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사랑해주셔서 이렇게 존재하게 해주시고, 당신을 알게 해주시고, 만나게 해주시고, 구원해주셨다는 것이 제겐 너무나도 큰 힘입니다. 무엇보다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는 그 자체에서 가장 큰 힘이 나옵니다.



▶끝으로 신자들과 국민에게 새해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202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한국 교회의 모든 교우 분들과 북한의 형제자매 여러분께 올 한 해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가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2024년 갑진년은 푸른 용의 해로, 청룡은 우리에게 친숙한 상상 속 동물입니다. 우리 민족 문화에서 네 마리의 수호신 중 하나이기도 하고, 힘찬 이미지를 지니고 있지요. 교우 여러분께서도 올 한 해 푸른 용처럼 힘차고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주변의 이웃을 배려하고 특히 가장 작은 이를 보살핌으로써 우리 사회를 지켜나가는 한 해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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