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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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미사 지각 삼세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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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에서 외부 일정을 요청받고 다니다 보면, 뜻하지 않은 교통 상황에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예전엔 자주 다니는 길이라 교통 상황이 예측 가능했지만, 요즘은 같은 시간에도 전혀 다른 상황이 일어나곤 한다.

몇 해 전, 교구 사제 연수를 떠나는 본당 신부님 요청으로 우리 신부님들이 나흘간 하루씩 본당 미사를 맡게 되었다. 첫날 당번 신부님이 내부순환로가 막혀 본당에 제때 가지 못했다. 도착 시간이 늦어지자 본당 수녀님·사무장·전례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지만, 도로 상황에 어찌할 수가 없어 모두 당황했다.

다음날 미사 담당자를 바꿔 내가 가기로 했다. 성사를 감안해 제법 여유를 갖고 출발했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 내부순환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접촉 사고가 나 도로 상황이 말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체되면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한참 후 교통 상황이 풀리자마자 급하게 달렸지만, 늦은 미사를 또 피할 수가 없었다.

사흘째 되던 날, 뒤숭숭한 마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하고 이른 시간에 출발했다. 지하철 4호선을 타고 2호선으로 갈아타려는데 열차가 늦는가 싶더니 곧 안내 방송이 나왔다. 열차가 신도림역에서 정전돼 운행이 늦어지고 있다고. 어떻게 이런 일이 3일 연속 가능하단 말인가. 앞이 캄캄해 급히 밖으로 뛰어 나오니 이미 도로엔 많은 사람이 버스·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암울했다. 오늘은 늦는 게 아니라 미사를 못할 것 같았다. 기도가 제대로 될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주머니에 잠자던 묵주를 꺼내 들었다. 1단을 마칠 무렵, 손님을 하차하러 택시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운 좋게 타고 기사에게 급한 상황을 알렸다. 10분이 늦었다. 미사를 못할 것 같았는데, 다행이란 생각으로 미사를 집전했다.

마지막 날인 금요일, 오후 7시 미사인데 차를 몰고 4시에 수도원을 나섰다. 다행히도 35분 만에 본당에 도착했다. 미사 전까지 그날 가장 긴 기도를 바치게 됐다. 사제가 아니라면 이런 체험이 일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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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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